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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류담보대출 사기' 법정 가는 금융사들 [thebell note]

안경주 기자공개 2017-01-31 09:58:13

이 기사는 2017년 01월 26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기를 담보로 그렇게 많은 돈을 빌려줄 수 있는 것인가요? 뭘 믿고 대출이 이뤄졌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6000억 원대 육류담보대출 사기사건이 터지자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자가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이번 사기사건으로 동양생명보험, 화인파트너스 등 19곳의 금융사가 피해를 입었다. 그 중에서도 동양생명은 3803억 원(지난해 말 기준)의 육류담보대출 잔액이 남아있어 피해액도 가장 컸다.

그렇다면 왜 피해액이 컸을까. 더벨의 취재 과정에서 금융사의 내부통제 부실 가능성과 대출알선·육류유통·냉동창고업체의 수상한 관계 등 금융사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었던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특히 육류담보대출의 회전주기가 2~3개월로 짧고 연 6~8%의 금리 적용으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사들이 최근 몇년간 대출 취급규모를 대폭 확대해 피해를 키웠다.

이처럼 대규모 피해를 본 금융사들이 이제 법정으로 갈 채비를 하고 있다. 회계법인의 현장조사 결과, 냉동창고에 있어야 할 담보물 대부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피해 금융사들이 사기사건 연루로 의심되는 냉동창고업체에 있어야 한다고 신고한 담보물의 16% 가량만 남았다. 냉동창고업체별로 10~20% 수준이다.

냉동창고에 있어야 할 담보물 대부분이 사라진데다 남아 있는 담보물도 대부분 중복대출이 이뤄졌다. 담보물을 팔아 대출금을 회수해야 하는 금융사들은 담보물의 독점권(선순위채권)을 인정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물론 피해를 본 금융사들이 합의를 통해 담보물인 고기를 팔고 받은 자금을 일정한 기준에 의해 나눌수도 있다. 이 경우 독점권을 인정받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금융사별로 사정이 다르다는 점이다. 동양생명은 단독으로 대응하기로 했고 다른 금융사들은 채권단을 구성해 공동대응키로 했다. 서로 담보물에 대한 독점권을 인정받기 위해서다. 최근 기자와 만난 금융사 고위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독점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 1%의 가능성만 있어도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은 진흙탕 싸움에 법정 소송에 따른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공동대응키로 한 금융사들은 현장조사를 끝내고 신선도가 생명인 담보물을 팔아 판매대금을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를 위해 전북은행에 냉동창고별로 결제대금예치(에스크로:Escrow) 계좌를 만들었다고 한다. 다만 단독대응을 하겠다고 밝힌 동양생명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물론 동양생명이 이를 받아들이더라도 법정 소송으로 이어진다면 담보물을 판매하고 받은 대금은 회수되지 못한다. 앞으로 금융사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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