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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화뇌동' 투자가 독 됐다 [메이플세미컨덕터 법정관리⑪]증권업계 "장외 브로커, NH투자증권 언급하며 마케팅"

서정은 기자/ 이충희 기자공개 2017-02-13 08:40:36

이 기사는 2017년 02월 09일 14: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산운용사들이 메이플세미컨덕터의 지분을 대량으로 매입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장외주식 브로커들은 각 운용사에 NH투자증권의 투자를 근거로 들며 주식 매각을 시도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벤처캐피탈들이 일제히 엑시트를 하던 시점임을 고려하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투자가 이뤄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장외주식 브로커들은 지난해 9월부터 메이플세미컨덕터의 주식매각을 적극적으로 시도해왔다. 이들은 증권사 프롭트레이딩 부서, 헤지펀드 운용사 뿐 아니라 증권사 영업점들도 두루 접촉했다.

브로커들의 활동은 증권업계에서 크게 회자될 정도였다. 시장에 풀린 물량도 많았거니와 계약 조건 자체가 다소 특이했기 때문이다. 10월쯤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돌았던 메이플세미컨덕터의 거래 조건서를 보면 명의개서 가능일을 '매계약 후 2년 경과시 또는 IPO 직전 3개월 시점 중 빠른 기일로 한다'고 표기돼있다.

당시 이상함을 눈치챈 운용사들은 투자한 지분을 회수하거나, 추가 매입을 중단하기도 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메이플세미컨덕터가 실적 전망도 좋고, 더 이상 투자가 필요 없을 상황인데도 자꾸만 자금을 모집하려 했다"며 "투자했던 지분이 희석될 수 있고, 어딘가 꺼림칙해 자금을 모조리 회수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운용사 또한 명의개서 시점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지분 투자를 중단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징후에도 자산운용사들의 메이플세미컨덕터의 지분 투자 비중은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늘었다. 2015년 주주명부 당시만해도 과반이 넘었던 벤처캐피탈 지분은 지난해 자산운용사와 기관투자자들로 일제히 흩어졌다. 일부는 비상장주식신탁을 통해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의 몫인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운용사들의 지분이 늘어난 이유로 장외브로커들의 마케팅 방식을 지목했다. 당시 브로커를 접촉했던 관계자는 "브로커들이 NH투자증권의 지분투자를 상당히 강조했다"며 "더구나 해당 펀드에 국민연금 자금이 투입됐다는 점을 믿고 관행적으로 투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NH-큐캐피탈 컨소시엄은 메이플세미컨덕터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100억 원어치를 취득했다. RCPS 발행가는 주당 7만 원이었으며, 연복리 6%의 수익이 보장돼 있었다. NH-큐캐피탈 컨소시엄이 투자에 활용한 펀드에 국민연금 자금이 있다는 점이 운용사들에게 먹혔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메이플세미컨덕터가 지난해 7월쯤 IR을 할때만 해도 '회계처리 방식이 이상하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그런 소문을 듣고 많은 증권업계 관계자들이 발을 뺐는데, 10월 이후로 다시 관심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메이플세미컨덕터에 투자했던 운용사 및 증권사들은 도의적인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일처럼 투자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경우 자료제출 기업과 펀드 관리자 사이의 책임 공방이 나올 수 밖에 없다"며 "상품 유형에 따라서는 투자자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져야할 뿐 아니라 신뢰도도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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