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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FI 연대 가능성은 [SK의 도시바 인수 도전] ⑤베인캐피탈, 실버레이크 등 군침… 낸드시장 과점체제 재편 기대

정호창 기자공개 2017-03-14 18:35:59

[편집자주]

일본 도시바가 낸드플래시 업계 2위인 반도체사업부 매각을 결정해 메모리반도체 업계와 인수합병(M&A)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매각 결과에 따라 낸드플래시 시장에 큰 지각변동이 예상돼 반도체 업계의 대응이 주목된다. 국내 기업 중 유력 인수후보로 꼽히는 SK하이닉스의 인수 가능성과 전략, 변수 등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17년 03월 13일 1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도시바 반도체를 인수할 유력 후보로 SK하이닉스와 웨스턴디지털(WD), 홍하이 그룹과 같은 전략적 투자자(SI)들이 우선 거론되지만 사모투자펀드(PEF)와 같은 재무적 투자자(FI)들 역시 인수전 참여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관련 업계에선 컨소시엄 파트너를 물색중인 SK하이닉스가 시장 예상과 달리 FI와 전격적으로 손을 잡게 될 가능성 역시 배제하지 않고 있다.

◇글로벌 PEF, 하이닉스에 공조 타진

인수합병(M&A)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도시바 반도체 인수를 검토 중인 SK하이닉스에 복수의 글로벌 PEF 운용사들이 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 역시 미국 WD나 대만 홍하이 같은 SI 뿐 아니라 FI와 손잡을 경우의 인수 시나리오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도시바 반도체 M&A가 소수지분 처분에서 경영권 매각으로 전환된 후 PEF들의 관심도가 크게 높아졌다"며 "예상 거래가격이 높고 사업 특성상 인수 후 경영과 시장 공략을 책임질 SI와의 연대가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각 PEF들이 독자 인수보단 주요 SI 후보들과의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인수전 참여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FI들의 연대 우선 순위로는 낸드플래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SK하이닉스·WD·마이크론 등이 꼽히고 있다"며 "이 중 재무 여력이 가장 높고 D램 시장에서 2위에 올라 있어 향후 투자금 회수(Exit)가 용이할 것으로 판단되는 SK하이닉스와의 연대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현재 M&A업계에서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 참여를 예상하는 글로벌 PEF는 베인캐피탈, 실버레이크 등이다. 이들은 지난달 초 진행된 도시바의 19.9% 우선주 매각 입찰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일각에선 그간 일본 기업 인수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 온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도 잠재후보로 꼽고 있다. KKR은 2014년 파나소닉의 헬스케어 사업, 2015년 파이오니아의 디스크자키(DJ)기기 사업 등을 인수한 바 있다. 또 지난해엔 닛산자동차 산하 부품사 칼소닉칸세이와 히타치제작소 계열 공구업체를 사들이는 등 일본 M&A 시장에서 왕성한 식욕을 보이고 있다.

◇하이닉스, FI 연대시 '경영 자율성' 확보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가 SI가 아닌 FI와 손잡고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 나설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분석한다. 다른 후보와의 연대보다 인수 가능성이 특별히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FI를 파트너로 맞는 게 도시바 반도체 인수 후 경영권 행사나 PMI(인수 후 통합)에 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미국 WD나 마이크론, 대만 홍하이 등 SI와 연대해 도시바 반도체를 인수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운영 방향이나 사업 노선 등을 놓고 컨소시엄 주체들 사이에 주도권 다툼이나 불협화음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이에 비해 FI들은 안정적인 투자금 회수(Exit) 방안만 합의되면 도시바 반도체 경영을 SK하이닉스에 맡길 공산이 크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선 독자 인수에 따른 자금 부담은 줄이고 파트너의 간섭은 최소화한 채 시너지 효과를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도시바 반도체를 운영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전개 양상으론 하이닉스가 SI와 손잡고 인수전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나, 인수 후 '경영 자율성' 등을 고려해 전격적으로 FI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가능성 역시 적지 않은 편"이라며 "SK그룹 내부에서 SI, FI 각 후보들과의 연대 시나리오를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 시장 예상과 다른 결과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FI, 시장 재편 통한 수익성 강화 기대

관련 업계에선 당초 이번 인수전이 SI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라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도시바가 예상하는 반도체 사업부 몸값이 15조~20조 원에 이를 정도로 높은 편이고, 사업 특성상 인수 후에도 매년 조 단위의 높은 투자비(CAPEX) 지출이 불가피해 투자금 회수(Exit)와 수익 창출을 노리는 FI가 인수하기에 적절한 매물이 아니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 탓이다.

M&A 및 반도체업계에선 FI가 도시바 반도체를 단독 인수할 경우 안게 될 부담이 SI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시바 반도체가 영위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사업의 경우 시장 경쟁자 수가 적지 않아 향후 사업 안정성과 투자금 회수를 자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호조를 보이고 있는 시황이 IT 경기위축 등으로 침체 국면에 접어들 경우 과거 D램 시장에서 벌어졌던 것과 유사하게 업체간 '치킨게임'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PEF 등이 도시바 반도체를 인수할 경우 시장 플레이어 수에는 변함이 없기에, 향후 시장 수요가 줄어 각 사업자들이 치열한 단가 경쟁을 펼치는 상황이 온다면 해당 PEF는 투자금 회수는 고사하고 경영권 재매각을 추진하기도 벅찬 국면을 맞게 될 우려가 적지 않다.

실제로 1990년대까지 20여 개 업체가 존재하던 D램 시장에선 10여 년 이상의 불황과 과열 경쟁으로 인해 다수의 업체가 도산하거나 헐값 매물로 전락하는 사태가 나타난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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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우려는 FI가 단독 인수 대신 SI와 연합해 공동 인수 전략을 펼칠 경우 최소화가 가능하다. 특히 SI를 이종업체가 아닌 기존 낸드플래시 사업자를 선택해 시장 재편을 도모할 경우 투자 실패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D램 시장은 '치킨게임' 종식 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개 업체 중심의 과점체제로 전환됐다.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변모하면서 생존한 D램 사업자들은 물량과 가격 결정권을 손에 쥐고 매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부진에도 최근 수년간 호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SK하이닉스가 SK그룹에 편입된 후 실적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것 모두 D램 시장 재편의 결과물이다.

현재 6개 업체가 경쟁 중인 낸드플래시 시장 역시 도시바 반도체 M&A를 계기로 D램 시장과 같은 재편 전철을 밟을 공산이 크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의 새 주인이 될 경우 시장은 점유율 37%의 삼성전자와 28%의 '하이닉스-도시바' 연합의 2강 중심 체제로 전환될 전망이다. 이 경우 머지않아 나머지 업체들도 도태와 피인수 과정 등을 거쳐 1~2개 업체만 살아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시장이 과점체제로 전환될 경우 낸드플래시 사업의 수익성은 D램 사업을 상회할 수도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에 기반을 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따라 낸드플래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FI들이 유력 SI와 손잡고 도시바 반도체를 인수를 노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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