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4월 28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신탁사업 중에는 차입형 토지신탁이란 분야가 있다. 부동산 신탁사가 시행사로부터 토지를 수탁 받은 뒤 직접 자사 신용으로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아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개발형 토지신탁이라고도 불린다. 자금 조달 의무를 시행사와 시공사가 나눠 갖는 관리형 토지신탁에 비해 부동산 신탁사의 리스크가 높아지는 구조다. 자연히 차입형 토지신탁의 운용보수율은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높은 리스크 탓에 차입형 토지신탁은 부동산 신탁사들이 좀처럼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분야였지만 최근 상황은 사뭇 달라졌다. 저금리에 부동산 경기 호황이 이어지면서 대형 부동산 신탁사들이 경쟁적으로 차입형 신탁을 늘리고 있다. 과거 IMF 위기로 차입형 토지신탁에 열을 올리던 부동산 신탁사 두 곳이 모두 사라졌던 기억은 어느 샌가 잊혀졌다. 염려했던 리스크는 좀처럼 불거지지 않고 앉아서 쉽게 돈을 버니 좀처럼 포기하기 어려운 사업이 돼버렸다.
차입형 신탁에서 큰 사고가 터지지 않은 것은 주택분양 시장에 눈먼 돈이 몰리면서 완판 행진을 벌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중은행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주택담보대출을 늘리면서 부동산 신탁사들의 자금조달도 손쉽게 이뤄졌다.
잔치는 이제 끝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부동산 가격은 지난해 정부의 11.3 대책 발표 이후 상승세가 꺾였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한국은행도 결국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부동산 신탁사들은 이제 출구 전략을 짤 때다. 지방을 중심으로 벌써부터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다. 차입형 토지신탁의 경우 미분양으로 시행사가 부동산 신탁사에게 빌린 자금을 갚지 못할 경우 연쇄적인 유동성 위기가 닥칠 수 있다.
현재 국내 11개 부동산 신탁사 중 적극적으로 차입형 토지신탁을 하는 곳은 한국자산신탁과 한국토지신탁, 대한토지신탁, 코람코자산신탁 등 4곳이다. 모두 업계에서 자본 규모가 커 대형사로 꼽히는 곳이다. 몇몇 대형사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차입형 토지신탁을 줄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 무궁화신탁은 오히려 차입형 토지신탁을 늘리고 있다. 올해만 대구와 제주 등 2곳을 수주했다. 남들이 출구전략을 고민하는 시기에 도리어 적극적인 시장 개척을 노리는 역발상이 눈에 띄긴 하지만 리스크가 너무 크다. 무궁화신탁의 자본금은 106억 원이며 이익잉여금을 다 합친 자본총계도 270억 원에 불과하다. 국내 부동산 신탁사 중에서도 자본 규모가 가장 작은 편에 속한다.
무궁화신탁의 공격적인 경영은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신탁업계의 유능하다싶은 인재를 긁어모을 정도로 적극적인 것은 좋지만 과연 차입형 토지신탁의 리스크를 견뎌낼 수 있겠냐는 의문이 든다. 무궁화신탁이 지닌 체력(자본총계)을 감안하면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큰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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