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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주조합에 팔리는 한국종합기술, 구조조정 모범될까 거래 성공 시 첫 종업원지주회사 탄생…직원도 살리는 윈윈 효과

윤지혜 기자공개 2017-09-18 10:39:08

이 기사는 2017년 09월 14일 16: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중공업의 자회사 한국종합기술 매각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거래 성사시 한국종합기술은 국내 상장사 최초로 직원들이 최대주주인 '종업원지주회사'가 된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번 거래가 성사된다면 기업과 채권은행 모두 윈-윈(Win-win)하는 좋은 구조조정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의 기업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산업은행은 지난 8월 우리사주조합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입찰 당일까지 경합을 벌이던 호반건설이 근소한 우세를 점했지만 매각자가 경매호가식 입찰(프로그레시브 딜)을 제안하자 우리사주조합이 막판에 가격을 올려 우선협상자 지위를 따냈다.

이는 호반건설보다는 우리사주조합에게 인수 기회를 먼저 주고싶었던 산업은행의 바람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은행은 한국종합기술이 모회사 리스크만 없다면 꾸준히 매출을 내는 우량 기업이라고 봤다. 우리사주조합도 입찰가를 상향 조정할 만큼 인수 의지가 강했다.

은행 입장에서 우리사주조합의 인수는 기업 매각 시 번번이 맞닥뜨리는 노동조합과의 마찰이라는 문제가 해결되는 효과가 있다. 일정 수준의 채권만 회수할 수 있다면 구조조정 과정에서 직원들의 일자리도 지켰다는 명분도 챙기게 된다. 산업은행은 이번 거래 성사 여부와 인수 후 통합(PMI)과정을 지켜본 후 앞으로 구조조정에서 가능한 이 같은 방식을 고려할 용의도 있다.

우리사주조합 입장에선 기업 성장과 개인의 성장 목표가 동일한 근로 문화를 만들 수 있다. 수익성 극대화를 추구하는 외부 투자자가 새 주인이 되는 것보다 수평적인 조직을 만들 수 있고 오너의 독식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사주조합이 대주주 지위를 갖지만 경영은 전문 경영자를 선임할 방침이다.

하지만 모든 기업 매각에서 우리사주조합 인수 방식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거래가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한국종합기술이 자본지출(CAPEX) 및 설비투자 부담이 적은 회사이기 때문이다.

한국종합기술은 정부 부처에서 발주하는 공사와 연관된 설계 감리 등 기술용역을 하는 엔지니어링 회사로 '인력'이 가장 큰 자산이다. 1963년 전문 엔지니어링 업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정부 주도하에 '국제산업기술단'이란 이름으로 설립됐으며 그만큼 역사와 개개 인력들의 기술 노하우가 뛰어나다고 전해진다. 2016년 기준 1993억 원 매출과 시장점유율 2위를 달성했지만, 모회사 한진중공업그룹이 재무 악화를 겪으면서 자구책 일환에 따라 M&A 매물 신세가 됐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고성장을 끌어내기 위해 대규모 자본 유치가 필요한 업종이라면 임직원들 경영만으로 쉽지 않겠지만 한국종합기술의 경우 인력이 가진 기술이 더 중요한 회사"라며 "비슷한 특징을 가진 기업들이라면 한국종합기술의 매각 방식도 효율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665억 원에 달하는 인수 자금은 우리사주조합 920명의 임직원이 5000만원씩 대출해 마련한다. 이 외 부족한 부분은 확보된 개인의 일부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방침이다. 현재 자금 조달에 큰 난항은 없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변수는 있다. 상장사인 한국종합기술의 주가가 우리사주조합이 입찰가로 제시한 가격보다 약 20% 하락한 상황이라 개인 신용만으로는 자금 조달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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