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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스트 "DA는 한류허브, 수익 모델도 진화" [엔터테인먼트 경영 2.0]②KNTV 합병 효과 가시화, 신규 한류층 확보 기대감↑

도쿄(일본)=박창현 기자공개 2017-09-26 08:2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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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사는 더는 구멍가게가 아니다. 이미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지 20여년 된 기업도 있다. 특화된 경영 시스템이 자리를 잡고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구축되고 있다. 강소기업으로 성장한 엔터테인먼트사들의 지배·재무 구조를 점검하고 개성 강한 경영 스타일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7년 09월 21일 15: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빽빽한 스케줄표가 적힌 한 장의 종이. 시간대 옆으로 일본어가 보였다. 그 종이를 앞에 두고 사람들은 연신 머리를 싸맸다. 곧 쉴새없이 일본어가 쏟아져 나왔고, 격론이 이어졌다. 낯선 일본어 속에서 익숙한 단어들이 귀에 들어왔다. '기므수현(김수현)', '바크서준(박서준)', '유이(유이)', '쌈마이웨이(쌈마이웨이)', '후아랑(화랑)'.

일본 한류의 최전선에 서 있는 키이스트 디지털어드벤처(이하 DA). DA 일본 도쿄 본사의 편성 회의는 흡사 전쟁과 같았다. 프로그램 편성에 따라 매달 유료 고객수가 달라지고, 이는 곧 실적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DA
편성 회의를 하고 있는 DA 직원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각 채널별로 과금을 한다. 시청자들도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채널 사업자에게는 더 없이 좋은 환경이지만 그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도태되면 끝이다." 최관용 DA 대표이사의 말 속에 치열함이 묻어나왔다.

DA는 한류 문화와 비지니스 그 자체다. 키이스트 일본 자회사인 DA는 일본 내 한류 1등 채널인 KNTV를 갖고 있다. 또 자체 채널인 DATV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배용준과 김현중, 김수현, 박서준, 주지훈, 방탄소년단 등의 일본 내 매니지먼트 사업까지 맡고 있다. 한류 핵심인 드라마, 예능, 영화 등 영상 콘텐츠를 직접 유통하고, 아티스트들의 활동까지 지원한다. 한류 비지니스 종합 플랫폼인 셈이다.

DA가 처음부터 플랫폼을 갖추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키이스트가 2009년 DA를 인수하면서 모든 것이 시작됐다. 인수 후 곧바로 방송 채널 시장에 뛰어든다. 신필순 키이스트 대표이사는 "DA를 인수하자마자 한류 전문 유료채널 DATV를 만들었다. 매니지먼트 사업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방송 플랫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일본에서 한류는 2010년 꽃을 피웠다. 동방신기와 샤이니, 소녀시대 등 차세대 한류 스타가 탄생하면서 그 열풍을 이어나간 것이 주효했다. 덩달아 방송 시장도 커졌다.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한류 콘텐츠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외형은 커졌지만 문제는 수익성이었다. 한류 열풍으로 덩달한 콘텐츠 가격도 천정부지로 뛰자 방송 사업자들의 주머니 사정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 2014년 DA는 결단을 내린다. 3등 사업자로서는 답이 없다는 판단 하에 1등 'KNTV'를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KNTV와 합병 절차도 마무리지었다. 회사는 하나로 합쳤지만 채널은 2곳 모두 유지하기로 했다.

최 대표는 "인수 후 2개 채널을 어떻게 운영할지를 두고 수 없이 고민했다"며 "두 채널을 함께 보는 유료 시청자 비율이 40%나 된다는 분석 결과를 받고, 다 유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신 각 채널 간 차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 상호 시장 잠식)을 막고 있다"고 덧붙였다.

DA
DA 송출실 내부 모습

실제 KNTV는 대형 화제작 중심의 프리미엄 채널로, DATV는 아이돌 콘텐츠 중심의 젊은 채널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아울러 합병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도 찾았다. 먼저 콘텐츠 구매 출혈 경쟁을 피하게되면서 수익 구조가 개선됐다. 또 인력 재편을 통해 비용도 절약했다. 실적이 비약적으로 개선되면서 키이스트 전체 실적에서 DA 기여도가 70%에 육박하고 있다. 키이스트의 핵심 계열사로 발돋움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정체 국면인 가입자 수는 고민이다. 유료 고객수가 14만 가구에서 수 년 째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DA는 다시 한번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진화를 꾀하고 있다. 이번 타깃은 '모바일'이다. 이미 큰 그림은 그려졌다.

DA는 내년 중 일본 대기업과 손잡고 모바일 한류 채널인' Kchan! 한류tv'를 선보일 계획이다. 김태우 방송본부장은 "한류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신규 고객 특히 청소년 등 젊은 연령대가 유입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현재 모바일 채널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바일까지 가세해 3개 채널 체제가 확고히 자리 잡게되면 전세대를 아우르는 시청자층 확보가 가능해진다. 시청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곧 수익 구조의 개선을 의미한다. 모바일을 통해 다시 한번 한류 비지니스를 진화시키겠다는 DA의 전략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또 기업 경쟁력 강화 일환으로 현재 콘텐츠를 사와서 송출하는 단순 유통 시스템을 벗어나 자체 제작 비중을 늘려나갈 생각이다. 곧 방영 예정인 '와우! 스타트업! 세븐어클락'이 그 도전의 시작이다. 이 프로그램은 아이돌 그룹 세븐어클락의 일상을 담은 리얼 버라이어티쇼다. 최 대표는 "일본 시장 공략이 필요한 아티스트와 확실한 현지 플랫폼을 갖고 있는 DA의 윈윈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SM엔터테인먼트와의 전략적 제휴도 눈길을 끌고 있다. SM 일본 자회사인 'SM재팬'은 지난해 DA에 약 130억 원을 투자했다. 이 투자로 SM재팬은 단숨에 DA 2대주주가 됐다. 양사는 이를 계기로 영상콘텐츠 협력을 골자로 하는 전략적 제휴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인력풀이 탄탄한 SM과 키이스트가 다채로운 콘텐츠 생산이 가능한 모바일 플랫폼에서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최 대표는 DA가 향후 한류 허브로서 그 입지가 더 탄탄해 질 것으로 자신했다. 그는 "DA는 한류 비지니스의 최전선에 서 있다. 허브이자 통로다. 검증된 플랫폼에 대한 활용도는 점점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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