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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만에 바뀐 운명…금호타이어, 누가 책임지나 中 부실 워크아웃때도 '비슷'…박삼구 몽니, 산은 어설픔 '화' 불러

김장환 기자공개 2017-09-28 09:22:00

이 기사는 2017년 09월 27일 17: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타이어 매각 지연 사태가 허탈하게 끝을 맺었다. 강경 입장을 보였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일순간 180도 다른 태세로 전환했고, 산업은행은 자율협약 혹은 법정관리 돌입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산업은행은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제3자인 지프로에 금호타이어 매각을 적극 밀어붙이기까지 했다.

바꿔 말하면 산업은행 등 주주협의회는 부실을 잔뜩 안고 있는 회사를 매각하려고 끝내 밀어붙였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게 아니라면 부실을 모르고 있었어야 하는데 그렇게 보기가 어렵다. 특히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매각을 두고 박 회장과 마찰을 겪으면서 중국 법인 부실을 숱하게 언급했다.

산업은행이 주도적으로 나서 중국 더블스타와 SPA를 체결한 건 올 3월 13일이다. 산업은행은 이후 두 달여 만인 5월 26일 우리은행 등 주주협의회를 소집해 회동한다. 채권단 관계자는 당시 "중국법인이 심각하다는 점을 나머지 주주들에게 설명해 단순히 채무 연장만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주 소집 배경을 설명했다. 금호타이어는 6월 1조 3000억~6000억 원 규모의 만기 도래 채무를 들고 있었다.

그렇다면 금호타이어 중국 사업은 매각 SPA를 맺은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심각한 경영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일까. 재무지표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숫자들을 보면 전혀 다른 정황이 보인다. 금호타이어 중국 법인은 '남경, 천진, 장춘' 등 3곳 생산 법인과 '차이나'로 표기된 1곳 판매 법인 등 총 4곳이다. 이들 법인은 지난해 도합 404억 원대 순손실을 냈다. 올 1분기에는 손실액이 221억 원이다. 판매 법인은 1300억 원 넘는 자본잠식 상태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고, 이는 오랜 기간 이어진 일이다.

산업은행도 이미 잘 알고 있던 사실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중국 생산법인과 금호타이어 한국 법인 매출 거래 등을 고려하면 수치상으로 잡히지 않는 부실이 더욱 많을 것이란 게 산업은행 측 입장이었다"며 "매각 실사 과정에서 이를 알게 된 것인 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이전부터 비슷한 의심은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구나 금호타이어가 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 절차를 졸업한 지 불과 2년 반만에 이 같은 상황에 놓였다는 것도 눈여겨 볼만한 일이다. 금호타이어는 2009년 12월 금호그룹 유동성 위기와 맞물려 워크아웃에 몰렸다. 5년 동안 정상화 과정을 거친 끝에 2014년 12월 마침내 이를 벗어난다. 박 회장 경영권은 그대로 유지시켜줬고 2010년 워크아웃 돌입 거의 직후 부여했던 우선매수권도 지켜줬다. 산업은행 말 대로면 이후 불과 30개월 만에 금호타이어 경영이 심각할 정도로 무너졌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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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 졸업 당시 중국 법인은 어땠을까. 2014년 12월 말 중국 3개 생산 법인이 모두 흑자는 낸 것으로 나타났다. 정작 그 규모가 '한 자리수'에 그친다. 남경과 천진, 장춘 법인은 그 해 각각 3억 원, 7억 원, 6억 원 순이익을 기록했다. 판매 법인 금호타이어차이나는 이 때도 1385억 원대 자본잠식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머지 생산 법인들의 약화된 재무여력도 지금과 그때가 눈에 띌 정도로 다르지 않다. 워크아웃 졸업 직후부터 이들 법인 실적은 수십, 수백억 원대 적자 방향으로 흘렀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 상태를 보면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졸업 당시부터 제대로 된 경영 판단을 내렸던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드는 구석이 있다"며 "산업은행이 말하는 박 회장에 대한 경영 책임 문제를 전제 조건을 깔고, 사드 문제까지 생각해봐도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한 중국 법인의 부실을 모두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향후 중국 법인과 본사 채무·채권 관계에서 숨겨진 부실이 더욱 드러나는지를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산업은행은 더블스타와 거래가 실패한 동시에 자율협약 혹은 법정관리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는 금호타이어를 두고 제3자에 매각하려는 행보까지 보였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더블스타와 협상 결렬 직후 매각 주관사를 통해 중국 업체 지프로에 금호타이어 인수 의사를 물었다고 한다. 중국 기업에 매각되면 살아날 것이란 단순한 믿음 때문인지, 아니면 또 다른 판단이 있었던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뭐가 됐든 지프로의 거절로 이는 무산됐고, 산업은행은 불과 2주 뒤 금호타이어의 자율협약 혹은 법정관리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금호타이어 매각을 두고 명확하게 드러난 산업은행 측 '패착'으로 거론되는 몇 가지 사안이 있다. 일차적 원인은 물론 박 회장에게 있다. 상표권을 무기로 삼고 나선 당시부터 금호타이어의 매각 실패는 이미 기정사실화된 일이었다. 다만 산업은행이 박 회장에게 애초부터 컨소시엄을 허용해줬더라면 지금처럼 거래가 망가지고, 또 금호타이어마저 생사 기로에 놓이는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뿐 아니라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반에 가장 많은 채무를 제공하고 있는 주채권은행임에도 박 회장에게 끌려다니는 모양새만 보이다가 현 상황을 낳았다.

업계 관계자는 "컨소시엄을 허용했다고 해도 박 회장이 자금을 마련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을 것이고, 만약 자금을 끌어왔다고 하면 인수자금 증빙 절차를 철저하게 거쳐 문제점을 찾아냈으면 될 일이었다"며 "애매모호한 컨소시엄 불가 사유를 내세우면서 금호타이어만 애꿎은 상황에 놓인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계열사를 동원하지 못하는 선에서 컨소시엄을 허용했으면 더블스타와 거래가 무난하게 진행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하루 전인 26일 주주협의회를 열고 박 회장이 제출한 자구안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확정했다. 박 회장은 동시에 경영진 퇴임 의사를 밝혔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박 회장이 맺어둔 우선매수권 협약서에 따르면 경영진에서 물러날 시 해당 자격도 박탈된다. 금호타이어는 이에 따라 자율협약 돌입 가능성이 높아졌다. 관건은 주주협의회 채권기관들의 100%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5년 동안 인고의 시간을 거쳐 워크아웃을 졸업했던 금호타이어는 불과 3년 만에 다시 채권단 관리 하에 들어갈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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