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1월 02일 08: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존 경영자 관리인 체제(Debtor In Possession, DIP)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회사의 관리인으로 기존 법인의 대표이사를 선임하도록 하는 제도다. 경영권 상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기존 경영진이 법정관리 신청을 꺼려해 회생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다.여기엔 회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경영을 계속 맡는 것이 회생에 더 유리하다는 실용적 관점도 고려됐다. 물론 횡령이나 배임, 재산의 은닉 등 부실 경영에 중대한 책임이 없어야 하는 전제가 따른다. 통상 법정관리 기업의 90% 가량이 이 제도를 적용 받는다.
DIP 제도는 그 취지대로 잘 이행만 된다면 기업이 법정관리에서 빠르게 벗어나는 데 효과적인 방안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하지만 현실에선 DIP 제도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최근 법정관리에 돌입한 삼환기업이 DIP 제도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중동 진출 1호 건설사로 이름을 알린 삼환기업의 법정관리행은 이번이 두 번째다. 삼환기업은 2012년 7월 경영난 속에 처음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었다. 당시 삼환기업의 관리인은 DIP 제도를 통해 선임된 기존 대표이사였다.
그리고 단 6개월 만에 삼환기업은 법원의 결정에 따라 법정관리에서 조기 졸업했다. 법원은 삼환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이 충분하다고 봤다. 회사를 곤경에 빠뜨린 책임과 무관하게 경영진은 그렇게 경영권을 유지했다. 하지만 기존 경영진의 경영실패는 되풀이 됐고, 삼환기업의 반등은 없었다.
DIP 제도가 채권자 보호가 아닌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만 지켜준 꼴이 된 셈이다. 거기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채권자가 짊어졌다. 채권자 보호를 위해 도입된 제도가 오히려 채무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로 전락한 것이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DIP 제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팽배하다.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DIP 제도를 악용한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어느덧 통합도산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흘렀다. 법원은 회생전문법원을 만들어 전문적 지식을 갖춘 회생전문가 조직을 만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하지만 채권자 보호와 거리가 먼 DIP 제도는 여전하다. 이대로면 삼환기업과 같은 부실 '졸업생'은 계속 나올게 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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