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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넥스의 힘겨운 '해외 시장 개척' [가구 브랜드 SWOT 분석]②해외법인 누적손실 107억, 투자금 74억 손실 처리

박창현 기자공개 2017-11-16 08:12:18

[편집자주]

가구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 글로벌 가구 공룡 이케아가 상륙하면서 위기가 더욱 고조됐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토종 브랜드들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스스로 생존 전략을 체득해나가고 있다. 위기를 맞아 고군분투 중인 토종 가구기업들의 강점과 약점, 기회, 위협 요소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7년 11월 15일 14: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방가구 전문업체인 에넥스가 해외법인 실적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고 경영진의 전략적 판단 하에 선제적으로 해외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130억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지만 남은 건 적자 성적표 뿐이다. 누적 손실 탓에 일부 투자금은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이미 손실 처리했다. 에넥스는 해외법인 내실화와 영업 조직 강화를 통해 실적 반등을 꾀할 계획이다.

에넥스는 국내 경쟁사들보다 한 발 앞서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창업자 박유재 회장과 적통 후계자 박진규 부회장의 과감한 결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전력이었다. 최고 경영진은 국내 가구 시장만으로는 성장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고 보고 해외에서 새로운 동력을 찾고자 했다.

2003년 첫 번째 결과물이 나온다. 에넥스는 당시 중국 현지법인인 '에넥스 차이나(ENEX CHINA)를 설립했다. 오너 일가가 직접 중국법인에 자본금을 출자했으며, 박진규 부회장은 법인 대표까지 맡았다. 오너 일가가 중국법인에 거는 기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에넥스는 2003년 17억 원을 시작으로 설립 후 3년간 총 68억 원을 투자했다. 추가 투자금까지 합하면 투입 비용만 80억 원에 육박한다. 이는 작년 에넥스 영업이익(23억 원)의 3배가 넘는 금액이다.

에넥스

전방위적인 지원 덕분에 에넥스 차이나는 빠르게 현지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나갔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특수를 만나면서 2009년 매출이 86억 원까지 늘었고, 손익도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2009년을 정점으로 중국법인 실적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듬해 매출이 50억 원 대로 떨어지더니 2011년에는 40억 원 벽마저 무너졌다. 규모의 경제 실현에 실패하면서 수익구조도 악화됐다. 2009년 이익을 낸 이후에는 매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중국 내 인건비 상승과 정부 세제 혜택 축소, 규제 강화 등 악재들이 겹치면서 발목을 잡았다.

결국 에넥스는 2013년 중국 현지 공장을 처분하고, 판매 영업 조직만 운영하기로 결정한다. 사실상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2014년 매출이 12억 원으로 뚝 떨어졌다. 이후 영업망을 재정비하면서 매출이 30억 원 대로 올라섰지만 과거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누적 적자 탓에 투자금 손실도 감내해야만 했다. 에넥스가 중국법인 투자금으로 쓴 금액만 79억 원에 달한다. 지속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최근 10년간 중국법인은 87억 원의 누적 손실만 기록했다. 결국 에넥스는 중국법인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 투자금 중 52억 원을 선제적으로 손실 처리했다.

2009년 설립한 베트남법인 '에넥스비나(ENEX VINA)' 또한 사정이 다르지 않다. 설립 후 지난해까지 벌어들인 매출은 70억 원이 전부다. 초기 정착 비용으로 인해 이 기간 20억 원의 손실이 쌓였다. 중국법인과 마찬가지로 베트남법인 역시 총 투자금 51억 원 가운데 21억 원을 손실로 털어낸 상태다.

결과적으로 에넥스는 해외법인에 131억 원을 투입했지만 '누적손실 107억 원'이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다. 여기에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총 투자금의 56%에 해당하는 74억 원을 손실 처리했다. 실제 중국법인과 베트남법인 장부가는 올 3분기 말 기준으로 27억 원, 29억 원 뿐이다.

다만 올해들어 해외법인 실적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위안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베트남법인의 약진이 눈에 띈다. 올 3분기까지 베트남법인은 22억 원의 매출 실적을 달성했다. 이미 지난해 전체 매출(15억 원)을 뛰어 넘었고, 더 나아가 사상 최대 매출 달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아직 4분기가 남았지만 손익이 흑자로 돌아선 점 또한 고무적이다.

에넥스 관계자는 "영업조직이 새롭게 재편되면서 중국과 베트남법인 모두 작년과 비교해 매출이 크게 오르고 있다"며 "카자흐스탄법인도 올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 지속적으로 물량이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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