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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헤지펀드 매니저의 '실패로 얻은 교훈' [thebell note]

김슬기 기자공개 2017-12-20 08:37:00

이 기사는 2017년 12월 19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제는 정말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저희만의 철학을 담은 헤지펀드를 운용해보고 싶었습니다."

얼마 전 루트엔글로벌자산운용을 만든 이현준 대표와 인터뷰 할 일이 있었다. 그는 2011년 말 우리나라에 헤지펀드 시장이 열렸을 때 한창 주목받았던 펀드 매니저였다. 그랬던 그가 펀드 론칭 3개월 만에 돌연 헤지펀드 업계를 떠났고 6년이 지나 돌아왔다. 떠난 이유도 돌아온 이유도 궁금했다.

당시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한화자산운용 등 국내 주요 운용사들은 앞다투어 헤지펀드 론칭에 힘을 실었다. 국내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많은 퀀트 인력을 가지고 있었던 한화자산운용은 이현준 대표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 대표는 세계 최대 퀀트 운용사인 바클레이즈 글로벌 인베스터(BGI·Barclays Global Investors)에서 3년여간 퀀트 모델을 개발하고 리서치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의 화려한 이력 덕에 시장의 주목도도 높았다.

하지만 당시 이 대표가 느꼈던 부담은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늘 운용에 대해 논의하던 퀀트팀과는 내부 컴플라이언스로 인해 소통할 수 없었고, 본인이 하고자 했던 팬아시아(Pan-Asia) 포트폴리오 구축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런 가운데 그가 잘해보겠다고 바꾼 운용모델도 예기치 못했던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변화로 인해 잘 작동하지 않았다. 조직적인 한계, 부담 등 모든 어려움이 함께 밀려오면서 자리를 옮겨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이후 그는 증권사 프롭데스크로 자리를 옮기면서 연 7~13%대의 안정적인 수익을 냈다. 그는 "프롭데스크에서는 철저하게 수익만 두고 평가해 그동안 생각해왔던 포트폴리오와 전략을 구축하기에 용이했다"고 말했다. 함께 운용사를 이끌고 있는 남용수 부대표는 "당시의 경험으로 이 대표는 리스크 분석과 모델에 대한 깊이를 체득했다"고 밝혔다.

그는 실패를 통해 무엇을 얻었을까. 그 때의 경험을 살려 얼마 전 '글로벌 메가 포트폴리오'를 주무기로 하는 헤지펀드를 선보였다. 업계에서 보기 드물게 전세계 35개국, 최대 6000개의 종목을 편입해 안정적인 수익과 낮은 변동성을 추구하는 펀드를 만들었다. 당시 한화운용에서 함께 퀀트연구를 해왔던 다수의 인력이 루트엔글로벌운용에 합류했고, 첫 펀드에서 150억 원이 넘는 자금을 모았다. 출발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당장 규모를 키우기 보다는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모델 구축이 우선이라는 루트엔글로벌운용. 그간 실패의 자양분이 앞으로의 운용에는 어떻게 작용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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