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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경의 Frontier Markets View]잘나가는 두테르테노믹스

고영경 박사공개 2018-03-02 17:4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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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저성장의 시대다. 기업들은 다시금 성장의 기회를 얻기 위해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린다. 최근 십여 년간 글로벌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을 견인해 온 중국도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이머징 시장이 더 이상 아니다. 이제 글로벌 기업들의 눈은 그 다음 시장인 프론티어마켓으로 향한다. 아시아 프론티어 마켓의 중심부 말레이지아 쿠알라룸푸르 현지에서 경영학 교수로 재직하며 이 시장의 성장과 가능성을 지켜봐 온 필자가 이 시장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가려고 한다.

이 기사는 2018년 03월 02일 17:3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특유의 막말로 '아시아의 트럼프'로 불리며 지탄의 대상으로 떠오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경제에서만큼은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필리핀이 예상을 뛰어 넘는 경제 성장률을 이어가면서 신흥시장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build, build, build"를 구호로 내걸고 밀어붙이고 있는 인프라 건설을 바탕으로 한 '두테르테노믹스'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테르테 체제 하의 필리핀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시장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2017년 경세성장률이 6.7%를 기록하면서 6년 연속 6%대의 성장률을 잇는 나라가 됐으며,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도 성장세가 6.8%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필리핀의 높은 경제성장률은 강력한 내수, 정부 지출의 증가, 그리고 농업부문의 생산증대에 따른 것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정부지출인데, 사회기반시설 건설부문에서 2016년 대비 28%나 증가했다. 사회경제계획 사무총장 에르네스토 페르니아는 이러한 투자가 2018년에도 이어질 것이며 국내총생산 증가율에 최소 1~2퍼센트 포인트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필리핀 두테르테노믹스

사회기반시설 투자는 두테르테노믹스의 핵심이다. 2017년 중국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원탁 정상회의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1,800억 달러(185조원)를 사회기반시설 개선에 투자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국내 투자만으로는 이 수준의 투자가 사실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중국과 일본 등으로부터 주요 재원을 조달할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통적 우방이자 동맹인 미국과 거리를 두기 시작하면서 중국의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친중국 행보를 보였고,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는 중국 편에 섰다. 자국 군을 중국에 보내 훈련시키겠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이에 화답하듯 중국은 메트로 마닐라에 두 개의 대교를 건설하는데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일명 필리핀-중국 대교 프로젝트이다. 이러면서도 이따금씩 미국을 전통 우방이라고 언급하면서 줄타기 외교를 이어가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일본에도 많은 공을 들여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다바오 집으로 초대하는가 하면, 일본을 직접 두 차례나 방문했다. 2016년 아베 총리는 필리핀을 방문하면서 9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다. 양측으로부터 지원 약속을 받은 필리핀은 철도사업에서 북쪽 라인은 일본이, 남쪽 라인은 중국이 수주하도록 했다. 중국과 일본을 피 말리는 경쟁에 몰아넣고 있는 셈이다. 필리핀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는 이들이 필리핀의 인권 문제를 언급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필리핀 재무부 발표에 따르면 이미 15개 프로젝트가 시작되어 착공이 임박한 상태이다. 모두 1조1800억 페소(약 226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프로젝트다. 이 와중에서도 정부부채는 우려와 달리 줄어들고 있다. 아퀴노 대통령 시절 50%를 상회하던 GDP 대비 부채비율은 2017년 42% 이하로 떨어졌다. 광범위한 사회기반시설 건설은 필리핀 국내 대기업에게도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알리안스 글로벌(Alliance Global), 아얄라(Ayala), SM 인베스트, 산미구엘 등 굴지의 기업들이 각종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투자와 내수시장의 활성화는 주식시장에서도 긍정적 영향을 확실하게 미쳤다. 2017년 필리핀 주가지수는 25% 상승했으며, 2018년 2월22일자 기준으로 1년 수익률로 보면 18.57%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거칠 것 없는 두테르테노믹스는 신남방정책의 깃발 내건 한국에 많은 것들을 시사한다. 강대국들 틈에 끼인 동남아 개도국들이 국익 극대화를 위해 대국들을 상대로 어떻게 움직이며 발 빠르게 끌어들이는지, 그리고 중국과 일본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은 인프라 수주전에서 각 기업들이 어떻게 공략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한국의 입지는 대단히 좁다. 중국과 일본처럼 재정 지원을 통한 진출도, 저가입찰이나 재정지원을 통한 경쟁도 힘든 게 현실이다. 프로젝트 크기에 연연하기 보다는 각 분야에서의 기술협력을 통한 관계 구축에, 인프라 확충과 그를 발판으로 한 경제성장에 힘입어 변화하는 소비시장에 초점을 맞춘다면 운신의 여지는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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