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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 실적반등의 민낯 '1조 현금 유출' [정성립號 대우조선 명암]②6년만에 흑자전환 불구 선수금 감소, 운전자금 부담 가중

박창현 기자공개 2018-03-19 08:18:09

[편집자주]

정성립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의 수장을 맡은지 3년여가 흘렀다. 벼랑 끝 위기 속에서 40년 내공의 베테랑은 다급히 호출됐다. 9년만의 복귀다. 생존의 기로에 섰던 대우조선해양은 살아남았다. 하지만 생존의 기쁨은 크지 않다. '대마불사의 끝판왕'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가 부담이다. 구원투수로 나선 정 사장의 공과와 대우조선해양의 현주소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3월 16일 13: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6년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원가절감과 전사적 협업으로 이뤄낸 성과라는 자평도 내놨다. 대우조선 구원투수로 등판해 실적 개선에 성공한 정성립 사장도 함께 조명됐다.

다만 눈에 보이는 숫자는 크게 개선됐지만 실제 수익 구조의 질이 좋아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선수금 감소로 인해 운전자본 부담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는 대우조선도 작년 한해 영업활동 과정에서 1조원이 넘는 현금 유출이 있었다. 흑자 전환과 별개로 냉철한 성과 평가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7330억원의 영업이익과 669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연간 순익이 흑자로 돌아선 것은 2011년 이후 6년 만이다. 대우조선은 2015년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효율적인 생산체계를 구축하는 등 자구 계획을 철저하게 이행한 효과라고 설명했다.

구조조정을 주도했던 정 사장의 경영 능력 또한 부각됐다. 정 사장은 2015년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이후 자구안 계획에 따라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구조조정의 가시적인 성과가 지난해 나왔다는 평가가 많았다. 여기에 정 사장이 연임을 앞두고 있는 만큼 흑자 전환이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대우조선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6700억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실제 영업활동을 통해 유입된 현금은 단 한 푼도 없다. 오히려 1조원이 넘는 현금이 유출됐다. 현금 흐름만 놓고 보면 흑자 전환 효과가 전혀 없었던 셈이다.

운전자본 부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조선사는 선박 건조 수익과 수주 선수금이 현금 창출 원천이다. 2009년 경만 하더라도 신규 수주 호조로 선수금 유입이 많아 운전자본 부담이 적었다. 하지만 이후 시장이 꺾이면서 선수금 비중은 줄이고 인도 시점에 선박 대금을 몰아서 주는 헤비테일(Heavy-tail) 결제 방식이 주를 이뤘다.

선수금 유입 규모가 줄면서 조선사는 자체적으로 건조 비용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운전자본 부담이 커진 이유다. 여기에 신규 수주 부진까지 겹치면서 자금 부담은 더욱 가중됐다.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하지만 대우조선은 여전히 그 굴레 안에 있다. 2016년 말 4조 5133억원 규모였던 선수금(초과청구공사 포함)은 작년 말 2조 3546억원으로 줄었다. 건조 활동에 활용할 수 있는 선수금이 줄어들자 내부 현금을 활용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수 천억원 대 순이익을 벌어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선수금 감소와 현금 유입이 없는 채무조정이익 차감 등 각종 조정 요인이 발생하면서 영업활동 과정에서 1조원 대 현금이 유출됐다. 유보 현금이 넉넉치 않은 대우조선은 다시 이 자금을 금융권 차입을 통해 메웠다. 수 조원 대 출자전환이 이뤄지고도 여전히 3조원이 넘는 차입금이 존재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운전자본 부담과 그에 따른 금융권 차입 의존 연결고리를 끊지 못한 이상 대우조선의 실질적인 턴어라운드는 아직 멀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사들이 수주 부진과 헤비테일 결제 방식 변경 여파로 운전자본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부족한 자금을 외부에서 차입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재무 부담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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