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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M&A 딜스토리]웨스턴디지털, SK하이닉스의 유일한 적수④ 폭스콘·마이크론, 일본 현지 반감 극복 어렵다는 평가

윤동희 기자공개 2018-05-31 08:20:58

[편집자주]

베인캐피탈 컨소시엄의 도시바메모리 인수는 글로벌 테크 M&A 역사상 가장 주목할만 한 거래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200억 달러에 육박하는 거래규모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향후 글로벌 플레시메모리 산업의 지형을 바꿀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서다. 이같은 임팩트를 잘 아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도시바메모리를 경쟁자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속속 뛰어들며 많은 뒷이야기들을 남겼다. 그 이야기들의 중심에는 SK하이닉스가 있었다.

이 기사는 2018년 05월 28일 16: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웨스턴디지털(WD)이 사실상 유일한 견제 상대였다. 도시바의 플래시메모리 사업 파트너인 샌디스크를 통해 얽혀있는 사업관계, 일본의 정서 등을 고려했을 때 만만치 않은 상대임에 틀림없었다. 도시바 메모리 인수 경쟁은 폭스콘으로 대변되는 대만 IT기업 홍하이까지 더해 3파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하지만 폭스콘이 샤프 인수 후 일본의 신뢰를 잃었던터라 실질적인 경쟁상대는 WD뿐이었다.

M&A 업계에서는 2017년 초 도시바 메모리가 매물로 출회됐을 당시 인수전의 경쟁 구도가 미국 기업 연합과 중화권 기업 컨소시엄이 대결하는 2파전 양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WD와 폭스콘을 염두에 둔 분석이었다.

◇ 샌디스크 합작계약 WD, 법적 분쟁가능성 염두에

그중에서도 WD가 가장 유력했다. 마이크론과의 연합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무엇보다 WD는 도시바의 뒤를 이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3위 자리에 올라있는 미국의 유력 반도체 기업이었다. WD는 또 샌디스크를 통해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이미 도시바와 굳건한 합작 관계를 맺고 있었다.

해외로의 매각이 탐탁치 않긴 했지만 일본인들의 정서상으론 미국기업에 그나마 호의적인 편이었다.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매각결정 후 일본 경제산업성 간부가 도시바 메모리를 미국 기업에 밝히고 싶다고 직접 의중을 밝히는 등 WD는 출발선이 다른 경쟁자에 비해 앞서있었다.

무엇보다 도시바 입장에서도 사업적으로 WD와 얽혀있는 부분이 많아 어느 정도 배려는 필요했다. WD 자회사인 샌디스크가 도시바와의 플래시메모리 사업 파트너로서 이번 매각 거래에 동의권한을 가진 것도 사실이었다. 도시바의 당시 경영진과 실무자들이 SK하이닉스와 더 큰 신뢰관계를 쌓긴 했지만, 그래도 WD와 얽힌 정치적 법적 이슈들이 그리 간단치 않았던 것이다. 베인캐피탈 컨소시엄과의 협상 와중에 난데없이 WD가 배타적 협상 지위를 가로채는 일이 벌어졌던 것도 일본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었기 때문이란 뒷이야기도 있다.

WD는 샌디스크를 통해 합작사업을 진행해왔는데 도시바와 비교해 샌디스크는 업력이 짧고 회사 규모도 크지 않았다. 양자간의 합작 계약서에 덩치가 작은 샌디스크의 사업존속 불능에 대한 대비책은 마련해놨어도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매각 가능성을 예측하고 이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는 작성해놓지 못했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우선협상자 선정 이후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실제로 WD는 도시바가 동의 없이 반도체 사업을 양도할 권리가 없다며 판게아 컨소시엄의 우선협상자 선정에 대한 반대성명을 지속적으로 발표했다. 일본 미에현의 욧카이치 반도체 공장을 합작 운영 중이기 때문에 WD가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거래에 독점협상권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도 여기에 포함돼 있었다.

◇ 샤프로 日민심 잃은 폭스콘 경쟁력 없어

나머지 중화권 기업 컨소시엄의 후보로는 대만의 글로벌 IT기업 홍하이와 TSMC가 컨소시엄을 구성이 예상됐다. 이중 홍하이그룹의 폭스콘은 공개적으로 도시바 메모리 인수 의지를 내비쳤다. 적극적인 인수의지와 풍부한 자금력이 강점이었다. 도시바가 한때 베인캐피탈 컨소시엄(판게아)과 WD, 폭스콘 등 세 개의 인수 후보와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혀 외부에는 경쟁구도가 3파전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폭스콘은 유의미한 경쟁자로 여겨지지 않았다.

샤프실적
샤프 경영실적 추이

이유는 폭스콘의 샤프 인수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 자국내에서도 중국 기업으로 인수될 경우 기술 유출에 대한 반발심이 큰 편이었다. 여기에 폭스콘은 2016년 36억달러를 들여 샤프 경영권 지분 66%를 인수했다.

샤프는 폭스콘으로 인수된 후 2017년 3월 기준 매출은 전년대비 감소했으나 비용 절감으로 3년 만에 영업적자를 벗어날 수 있었다. 일본 시장은 탐탐치 않았다. 경영효율화 전략에 따라 실적 회복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대량해고와 기술유출 의혹으로 일본 시장의 신뢰를 얻는 데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콘이 (샤프 인수 전에는) 투자를 약속했으나 실제 샤프 인수를 마무리 지은 뒤에는 고용보장을 하지 않고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에만 주력했다"며 "인수 후 바로 중국에 공장을 설립하는 등 기술유출까지도 의심받았기 때문에 도시바 메모리의 경우 아무리 높은 가격을 불러도 유의미한 인수자격을 얻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폭스콘은 인수 직후 일본 인력 3000명을 구조조정한다고 밝혔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해외법인도 바로 정리한다고 밝혀 해고 인원은 700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때문에 폭스콘이 도시바 메모리 인수의지를 밝혔을 때도 외신은 폭스콘이 비용절감 외에 어떤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폭스콘과 비슷한 처지에 있었던 잠재 후보가 한 곳 더 있었는데, 바로 미국의 마이크론이다. 마이크론은 엘피다를 인수할 당시 고용 보장 등을 약속했었지만, 실제 인수를 마무리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대규모 구조 조정을 단행하며 일본 현지의 원성을 크게 샀다. 마이크론이 도시바메모리 딜에 섣불리 뛰어들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란 얘기가 많았다. 결국 SK하이닉스가 견제해야 할 대상은 WD가 유일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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