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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의 Money-Flix] 한국 미디어 업계에 드리운 '한줄기 빛 혹은 먹구름'넷플릭스가 거액에 판권을 구매한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파트너공개 2018-07-18 14:48:09

[편집자주]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들이 금융과 투자를 소재로 다룬다. 하지만 그 배경과 함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는 참인 명제다. 머니플릭스(Money-Flix)는 전략 컨설팅 업계를 거쳐 현재 사모투자업계에서 맹활약 중인 필자가 작품 뒤에 가려진 뒷이야기들을 찾아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 한다.

이 기사는 2018년 07월 18일 14: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금으로부터 딱 10년전인 2008년 5월, ‘석호필이 우리나라 드라마에 나온다'는 내용의 기사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큰 인기를 끌고 종영한 <온에어>의 김은숙 작가가 차기작으로 한일 합작 드라마를 준비 중인데, 당시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스코필드 역으로 국내 팬들로부터 ‘석호필'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웬트워스 밀러를 미국인 주인공 물망에 올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한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한국 드라마가 일본 등 아시아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건 사실이지만 미주나 유럽 지역에서는 아직 교민들을 중심으로 한 저변에 그치고 있다. 현지 스타들의 기용으로 미국이나 멕시코 등 진정한 미주 시장 진출에 불을 붙이기 위해 이를 추진하고 있다"며 아시아 권을 벗어나지 못한 한국 드라마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런 목적에 어울리게, 드라마는 ‘일제한국 강점기 조선에 주둔한 미국 육군 중위, 명문대가의 아가씨 그리고 그녀의 정혼자이자 친일 후작의 아들 간의 삼각관계'를 다룰 예정이었다. 미군 중위의 역할에 ‘석호필'을 캐스팅하려 했던 것인데, 안타깝게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제작은 무산되고 만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드라마의 제목이 바로 <미스터 선샤인>이었다는 사실이다.

미스터 선샤인
넷플릭스가 거액으로 판권을 구입해 화제가 된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그 뒤 김은숙 작가는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 <태양의 후예>, <도깨비>를 연속으로 성공시키며 화려한 드라마 한류를 이끌었고, 이번에 기어이 <미스터 선샤인>을 되살려내고 만다. 미국 스타를 영입하겠다는 원래 계획은 철회하는 대신, 드라마 한류에 빠진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바로 선보일 수 있는 배급 채널인 넷플릭스를 파트너로 영입하면서 말이다.

사실 넷플릭스의 국내 미디어 시장 침투는 그다지 새롭거나 놀라운 뉴스는 아니다. 영화 <옥자>의 제작을 시작으로, <비밀의 숲>과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판권을 구입하고, 유재석이 출연하는 예능 <범인은 바로 너>를 선보이는 일련의 과감한 행보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미디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까지 제한적인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가장 강력한 콘텐츠인 드라마 시장에 있어서 국내 제작사와 방송사들이 압도적인 우위에 서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강점인 미드를 보는 시청자층이 워낙 얇기 때문에, 한국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기엔 분명히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넷플릭스는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시장의 변화를 일으킬 요량으로 보인다.

<미스터 선샤인>의 배급권을 구매하는데 약 300억이라는 거금을 지급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제작비 400억원과 비교하면 과도하게 지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올 해 최고의 화제작을 전세계 국가(중국 제외)의 가입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스트리밍을 할 수 있게 되고, 동시에 국내 시장에서의 큰 손 이미지를 만드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예상된 것처럼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드라마 제작에까지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그 결과는 예측하기 힘들어질 것이 분명하다. 최근 디즈니가 20세기폭스를 약 80조원에 인수하는 등 격변을 겪고 있는 미국 미디어 시장의 상황도, 전세계 1억2500만명의 가입자를 기반으로 분기 순이익 4000억원을 창출하고 있는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함이라는 것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미디어 시장의 주요 사업자들은 이러한 거대한 흐름에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 특히 지상파 방송사들, 케이블TV 업체들 그리고 IPTV 업체들의 경우, 독점적이면서 동시에 폐쇄적 사업 구조(이른바 ‘Walled Garden')라는 과거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는 절박함은 있으나,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엄청난 고비용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광고나 비싼 정액제 상품 등을 팔아 매출을 창출하는 모델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은 자명한 현실이다. 과거 통신사들이 자사 고객들만을 대상으로 자사 단말기에서만 제공되는 콘텐츠 서비스를 통해 창출되는 수익에 취해 있다가,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일시에 시장 지배력을 잃었던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미디어 업계 관계자들은 이 드라마 예고편에 나오는 아래 대사에서 ‘조선'을 ‘한국 미디어 산업'으로 바꿔서 읽고, 곰곰이 생각해봐야만 한다.

"조선은 변하고 있습니다." "조선은 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망하고 있는 것이다!"

'석호필' 밀러, '온에어' 드림팀 차기작 주인공 물망(아시아 경제, 2008년 5월 16일) : http://cm.asiae.co.kr/view.htm?no=2008051522221324515#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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