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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하버드와 예일의 합병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18-09-17 08:07:49

이 기사는 2018년 09월 10일 10:0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가 1856년 이래 해마다 런던의 테임즈 강에서 라이벌 조정경기를 하듯이(The Boat Race) 하버드와 예일 두 학교도 조정 경기를 한다. 예일대학교에서 1843년에 팀이 만들어졌고 한 해 뒤에 하버드에서 팀이 창설되었다. 1852년에 예일이 하버드에 먼저 도
전장을 내서 옥스퍼드-케임브리지 경기 같은 전통이 15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러나 하버드와 예일 라이벌 경기는 미식축구가 더 유명하다(The Game). 1875년에 처음 경기가 열렸다. 그때는 하버드가 4:0으로 예일을 이겼는데 역대 전적은 134전에 예일이 67:59로 앞선다. 여덟 번 무승부였고 1957년에는 어찌되었던 셈인지 예일이 54:0으로 이겼다.


하버드-예일 축구경기는 축구경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일단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고 부유한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행사다.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 포럼은 경쟁 상대가 못된다. 6만이 넘는 관중들은 선수들의 이름도 잘 모른다. 그냥 대규모 동창회를 하는 것이다. 이 경기는 옥스브리지 조정경기처럼 진정한 의미에서의 학업과 스포츠 융합을 상징한다. 요즘 세상에서는 거의 멸종된 상징이다.


하버드와 예일 두 학교는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문화적으로도 공통점이 많다. 그러나 대학정책에 있어서는 다른 스타일을 보인다. 예일대와 국립싱가포르대학(NUS) 총장이 다보스포럼에서 만나 공동으로 대학을 설립하기로 합의한 후에 예일대는 2010년에 싱가포르에 소재하는 예일-NUS대학을 열었다. 하버드의 파우스트 총장은 조용히 국제전략위원회를 구성해서 하버드가 예일의 선례를 따를 것인지를 검토했으나 답은 부정적으로 나왔다.


하버드의 부총장 한 사람은 "우리는 맥도널드가 아니다"라는 말로 하버드의 입장을 요약했다. 이른바 ‘학위 장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대변한다. 실제로 미국 대학의 국제 캠퍼스는 유치하는 곳에서 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브랜드 장사 성격이 있다. 그러나 예컨대 뉴욕대학교와 같이 공격적으로 국제화를 추진하는 학교는 국제화 사업이야 말로 이제는 ‘빅 쓰리'가 아니라 ‘홀리 트리니티'(Holy Trinity)라고 까지 불리는 하버드-예일-프린스턴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는다.

몇년 전에 재미있는 가상 시나리오가 나왔다. 하버드대와 예일대가 합병(통합)을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교육학자가 제시해서 화제가 되었다. 경제상황의 악화로 대학의 발전기금은 고갈되고 재정부담은 늘어난다. 하버드나 예일이나 입학지원자 수가 줄어도 종래의 일드(Yield)가 80%가 넘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지원자 수가 줄면 들어오는 학생의 수준이 낮아진다.

가상 시나리오에 따르면 중국의 상하이대가 프린스턴대를 인수하고 스탠퍼드는 학부를 폐쇄해서 의대, 로스쿨, 경영대만 유지하기로 결정한다. 대학 등록금은 더 치솟아서 온라인대학의 최강자 '빌게이츠대학교'가 로즈장학생 선발에서 1위를 차지한다. 하버드와 예일은 결국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합병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합병 후 'Ha-Ya'대학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첫번째 목표가 등록금 하향조정이다.등록금 채권은 흐름이 매우 안정적이라 ABS에 적격이다. 바로 현금화 한다. 하버드-예일 미식축구경기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사실 대학간 합병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하버드는 MIT를 흡수하려고 무려 여섯 번을 시도했었다. MIT 동문들이 결사 저지했다. 예일대는 1967년에 예수이트대를 흡수한 적이 있고 바사대와도 합병을 시도한 적이 있다. 하버드와 예일처럼 성가가 거의 동등하고 상호 보완해서 시너지를 창출할 여지가 많은 대학간의 합병 시나리오는 가상 시나리오가 아니더라도 생각해 볼 만 하다.

국내에서도 2007년 이후 대학들의 통폐합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데 중소형 대학들이 주체이고 부실을 극복하기 위한 것들이다. 건전한 대형 대학들인 고려대와 연세대의 통합이나 서울대와 카이스트의 통합 같은 것은 아직 생각하기 어렵다. 그러나 국내 선도대학들이 세계적인 대학으로 비상하기 위해서 '특단의 방법'을 모색할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누가 피치를 한 번 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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