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0월 23일 08시1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주 발표된 시멘트업체 성신양회의 레미콘 부문 물적 분할은 의구심을 낳는다. 성신양회는 물적 분할로 신설 법인 '성신레미컨'을 설립하며 분할의 이유로 '레미콘 부문의 집중 육성'을 들었다. 독자적 경영으로 사업 규모를 늘린다는 게 성신양회 측 설명이다.의혹을 낳는 이유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레미콘 부문은 '매각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성신양회는 가지고 있는 레미콘 공장인 파주·용인·세종·구리공장을 묶어 매각할 계획을 세웠다. 다만 인수가격이 기대 보다 미치지 못하면서 계획을 접었다. 매각까지 거론됐던 사업이 1년 만에 '핵심 사업'으로 격상되는 게 합리적인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일각에서 '레미콘 재매각설'을 운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실제 시장에서는 회사의 사업 부문을 매각하는 것 보다 법인 형태의 사업체를 매각하는 것이 더 쉽다고 평가한다. 여기에 한 번 매각을 계획했었던 전례가 있기 때문에 물적 분할의 숨겨진 이유로 재매각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일견 타당하다는 소리다. 또 성신양회는 올해 레미콘 회사 한라엔컴을 인수하는 합작펀드에 후순위 출자자 자격으로 200억원을 출자했다. 이에 레미콘 부문의 '규모의 경제'를 이뤄 몸값을 부풀린 후 다시 매각하는 시나리오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물론 성신양회는 레미콘 부문의 재매각에 대해 가능성이 없는 시나리오라고 단호히 일축한다. 그런데도 시장의 의심이 거둬지지 않는 이유는 성신양회의 역사에 있다.
세중게임박스, 영구아트, 한국터보기계, OE솔루션, 이오니아이엔티, 영진글로벌 등. 게임 사업부터 광통신 부품 제조업, 고부가가치 시멘트까지 2000년대 초부터 성신양회가 도전했던 사업 영역이다. 이중 성신양회가 아직 사업을 영위하는 곳은 한 곳도 없다.
운이 나빴다고 볼 수도 있겠다. 세중게임박스의 지분을 인수하며 X-Box를 국내에 독점 보급할 수 있었던 시기에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이 유행했고, 흥행을 예고했던 영구아트의 영화 '디 워'는 적자를 냈다.
외부 환경과 크게 상관없이 경영 부진으로 접은 사업도 있었다. 광통신 부품 제조업체 OE솔루션이나 자동분리기 제조업체인 이오니아이엔티가 그랬다. OE솔루션은 2007년에, 이오니아이엔티는 2011년에 지분을 인수했다가 모두 4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성신양회의 신사업 확장 역사는 '여러 군데 손을 뻗쳤지만 손해를 보기 시작하자 금세 사업을 접은' 역사다. 성신레미컨이 예외라는 법은 없다.
성신양회가 시장의 신뢰를 얻는 방법은 신설 법인인 성신레미컨을 약속대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실제 성신양회의 레미콘 부문은 전체 매출의 3할가량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수익성은 매출 7할인 시멘트 부문을 능가하는 알짜 사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아직 현재 진행형 중인 재무구조 개선도 성신레미컨의 활약 정도에 개선 속도가 달려있다. 지난해 한라시멘트 인수전에서 패배하며 시멘트 시장에서의 입지가 좁아진 가운데 성신양회가 믿을 구석은 레미콘 사업이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신사업 진출 실패와 외부 환경으로 부천공장 등 주요 자산을 매각하는 등 뼈아픈 역사를 겪어왔던 성신양회다. '매각 대상'에서 '핵심 사업'으로의 위상 격상은 의뭉스럽기도 하지만 발상의 전환이기도 하다. 어렵게 환경이 마련된 만큼 이제는 끈기 있게 한 우물만 팔 필요가 있다. 레미콘 사업을 통해 실패의 역사를 끊을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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