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 태광산업, 6년째 '안갯속' 비상경영 [이호진 3심 태광그룹 운명은]②대규모 투자 부재 속에 금융상품 투자로 현금 마련…"오너 부재 실감"
박기수 기자공개 2018-10-25 08:18:39
[편집자주]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재상고심 선고가 25일 열린다.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될 경우 곧바로 수감절차를 밟게 된다. 오너 부재로 경영 시계가 멈춰있는 태광그룹의 앞날도 이번 판결로 운명을 달리할 예정이다. 더벨은 태광그룹의 경영환경과 지배구조 등 현주소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10월 24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광산업은 자산총액 기준 재계 서열 36위인 태광그룹의 모태다. 그룹 전체 자산총계 약 8조7000억원 중 약 절반(올해 상반기 말 연결 기준 4조3454억원)이 태광산업에 몰려있다.
|
2011년 구속되기 전 태광산업의 실적은 이 회장의 경영 산물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왔던 2008년을 제외하고 2009년과 2010년에 태광산업은 영업이익면에서 수익성 최고조를 기록했다. 2009년에는 영업이익 1705억원(영업이익률 8.68%), 이듬해에는 영업이익 5857억원(영업이익률 17.74%)을 기록했다.
매출 규모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였다. 2009년 1조 9637억원 규모였던 매출은 1년 뒤 3조3018억원으로, 2011년에는 4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
상승세가 꺾인 것은 이 전 회장이 실형 선고를 받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2012년이다. 한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 규모의 척도 중 하나인 매출이 이 전 회장 공백 이후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2011년 4조원대를 돌파했던 매출은 지난해 2조9158억원으로 2조원대 후반으로 내려앉았다. 이 전 회장 구속 전 태광산업이 사업 다각화로 매출을 서서히 끌어올리기 시작했던 시기로 퇴보한 셈이다.
쟁쟁한 전문 경영인들이 이 전 회장의 빈자리를 메우려고 노력했지만 정체 상태가 지속하고 있다. 이 전 회장 구속 이후 구원투수로 나선 것은 이 전 회장의 처외삼촌인 심재혁 부회장이었다. 심 부회장은 1972년 호남정유(현재 GS칼텍스) 입사 이후 LG그룹 홍보팀장과 LG텔레콤(현재 LG유플러스) 부사장 등을 역임하는 등 40여 년을 LG그룹에서 근무했던 인물이다. '점프2088' 이라는 비전을 내걸며 2020년에 매출 8조원, 영업이익 8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목표를 내건 바도 있다. 심 부회장도 매출 감소 등 줄어드는 사세를 막지 못했다. 심 부회장은 지난해 건강 상의 문제로 퇴임했다.
현재 태광산업의 대표이사인 홍현민 사장은 2015년 말 태광산업의 부사장으로 입사했다. 홍 사장은 지금은 롯데로 적을 옮긴 삼성정밀화학의 기술연구소장과 전략기획실장(전무) 등을 역임했던 화학 전문가다. 홍 사장 부임 이후 태광산업은 수익성을 일부 끌어올리고 있긴 하지만 이전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는 성장은 아니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2016년 영업이익률 6%를 기록했던 태광산업은 지난해 8.27%, 올해 상반기 9.67%를 기록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대규모 투자의 부재다. 이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 있을 때와 비교했을 때 태광산업의 투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대신 눈에 띄는 점은 단기금융상품을 통한 투자활동이다. 연결 기준 매년 백억원대의 단기금융상품을 사들이여 자금 운용을 했던 태광산업은 이 전 회장 구속 이후 그 규모가 폭발적으로 커졌다.
연결 기준 2010년의 경우 238억원의 단기금융상품을 사들였던 태광산업은 다음 해 단기금융상품에 3959억원을 투자했다. 이어 2012년에는 6405억원, 2013년 1759억원, 2014년 4979억원 등 대규모 금융상품 투자가 이뤄졌다. 지난해에도 6175억원의 현금을 들이며 단기금융상품을 사들였다. 신사업 투자로 새로운 사업 영역에 투자하는 대신 금융투자에 집중한 셈이다. 특히 2014년 이후에는 투자활동으로 유입되는 현금 중 9할 이상이 모두 단기금융상품을 처분하는 데에서 발생하고 있다.
태광산업은 오너 부재 속 대규모 투자가 현실적으로 힘든 와중에 임시방편으로 현금 마련책을 강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태광그룹은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성장해온 그룹"이라면서 "다만 오너 부재 이후로 태광산업을 포함한 전 계열사의 투자 계획이 모두 멈춰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
|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스튜디오산타클로스ENT, 주주권익 보호 '구슬땀'
- 이에이트, AI 시뮬레이션·디지털 트윈 기술 선보여
- MBK, '몸값 2조' 지오영 인수 SPA 체결 임박
- [2024 더벨 글로벌 투자 로드쇼-베트남]한인이 설립한 RCE, 세계 첫 ‘중장비 온라인 중고거래’
- 회계법인 해솔, 부동산 타당성 자문 업무협약
- [2024 더벨 글로벌 투자 로드쇼-베트남]베트남의 지오영 '바이메드'·전기오토바이 '셀렉스' 눈길
- 지아이에스, 코스닥 상장 위한 예비심사신청서 제출
- [꿈틀대는 토큰증권 시장]'업계 표준' 루센트블록, '두자릿수' 레코드 조준
- [Company & IB]조달 '막바지' 롯데그룹, 롯데케미칼에 쏠리는 눈
- '910억 CB 발행' 아스트, 경영 정상화 속도 낸다
박기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스마일게이트RPG, 기업가치 '7조' 추산…IPO 전망은
- 'K-GAAP과 IFRS 사이' 스마일게이트의 CB 스토리
- 스마일게이트, CB 전환권 만료 덕 순이익 '8512억'
- [K-배터리 파이낸스 분석]'롯데·SK·솔루스' 재무 한눈에 보니…CAPA가 실적 갈라
- [K-배터리 파이낸스 분석]후발 주자 케이잼의 든든한 버팀목 '고려아연'
- [K-배터리 파이낸스 분석]롯데 전지박 큰그림 속 조용히 힘 키우는 '롯데정밀화학'
- [K-배터리 파이낸스 분석]'재무체력 우수' 롯데EM, 배터리 캐즘 극복 청신호
- [기업집단 톺아보기]KCC글라스, 현대차 기반 안정적 수익 창출 지속
- [K-배터리 파이낸스 분석]운전자본·증자·매각…솔루스첨단소재 조달 '고군분투'
- [K-배터리 파이낸스 분석]SK넥실리스, 전방위 조달 필요성…SKC 증자 가능성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