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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생명 '순혈' 고집할 때 아니다 [thebell note]

신수아 기자공개 2019-01-21 08:28:17

이 기사는 2019년 01월 18일 0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국 청나라에는 '태자밀건법(太子密建法)'이 있었다. 굳이 첫째가 아니어도 황자로 태어났다면 능력에 따라 누구든 황제가 될 수 있었던 제도다. 적장자의 혈통이 우선시될 경우 되려 무능한 왕이 즉위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태자밀건법에 따라 청나라는 차기 황제를 사전에 지명하지 않고 점찍어둔 황자의 이름을 적은 두 개의 밀지를 따로 숨겼다. 그리고 황제 사후에 이를 공개했다. 이처럼 파벌 싸움의 부작용을 차단하고 장자 계승 원칙에 구애받지 않았던 청나라는 만주벌판을 시작으로 대륙을 호령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신한금융지주 계열사 사장단이 공개된 이후 신한생명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오렌지라이프생명 정문국 현 사장이 신한생명의 차기 대표로 지명됐기 때문이다. 신한생명은 정 사장에 대한 인사 검증을 요구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외부 인사의 영입이 마뜩잖은 표정이다. 피인수사의 현직 대표라니, 자존심도 상한다.

정 내정자는 보험업계의 직업 사장으로 불린다. 여러 보험사의 대표를 지내며 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때마다 조직 효율화를 목표로 구조조정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신한생명 내부의 불안감이 한편 이해되기도 한다.

한 지붕 아래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당분간 개별 회사로 유지된다. 신한생명은 방카슈랑스와 텔레마케팅(TM) 채널의 영업력이 강하다. 반면 오렌지라이프의 영업 경쟁력은 전문직군 중심으로 고객층을 확보한 젊은 전속설계사에게서 나온다. 신한생명이 일찌감치 보장성 보험으로 중심축을 옮겼다면, 오렌지라이프는 종신보험과 변액보험에 강점이 있다. 또한 금융지주 계열인 신한생명과 사모펀드(PE)의 손을 거친 외국계 오렌지라이프는 태생부터 다른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

두 회사의 합병까지 남은 시간은 길어야 2년에서 3년이다. 시너지는 키우고 단점은 발라내야 한다. 인력 재배치와 중복 점포의 통합과정은 잡음을 만들어낼 공산이 크다. 개성 강한 두 보험사의 통합은 시작부터 만만치 않다. 보험 산업과 두 조직의 내부를 꿰뚫을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정 사장은 보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안정적인 자산운용 역량과 니치마켓을 파고드는 영업 전략, 그는 오렌지라이프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보험통'이 필요한 신한금융의 인사 공식을 채울 수 있다는 기대다. 인사에 적자(嫡子)는 없다. 지금은 순혈주의를 고집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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