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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과 예보' 사이 갈림길 [시험대 오른 금감원]①'반관반민' 애매한 정체성…태생적 갈등요인 내재

원충희 기자공개 2019-02-07 07:28:00

[편집자주]

금융감독원이 내우외환에 빠졌다. 안으로는 인사적체에 시달리고 밖으로는 재무 관료 등 관료집단의 압력을 상대해야 한다. 민간 출신 수장을 맞은 지 9개월, 시험대에 오른 금감원의 현 상황을 분석한다.

이 기사는 2019년 01월 30일 18:1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획재정부의 금융감독원 공공기관 지정 시도는 결국 무산됐다. 현재 43%(831명)인 관리자급(3급 이상)의 비중을 5년 안에 35%(693명)로 줄이기로 한 조건이다. 금감원은 매해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 그 이행실적을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 입장에서 다행스럽게 일단락됐지만 그렇다고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계획대로 이행되지 못하면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는 문제다.

공공기관 지정을 둘러싼 갈등의 표면적 원인은 방만경영 논란에 있지만 그 근간에는 반관반민 기관인 금감원의 애매한 정체성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와 함께 금융권에서 3곳만 존재하는 '무자본 특수법인'인 금감원은 한은과 같은 독립성을 추구하나 예보처럼 공공기관 족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공공기관 지정 논란은 한은과 예보 사이 갈림길에 놓인 금감원의 현실을 대변해주고 있다.

◇공공기관 논란 일단락…또다른 갈등 남아

기재부는 30일 공운위를 열고 금감원을 공공기관 지정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금융권에 막강한 감독권을 행사하는 금감원에 대한 공공기관 지정 안건은 작년 이맘때 공운위에 상정됐다가 격론 끝에 1년 유예되면서 이번에 재심사 대상으로 올랐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금융위원회에 이어 기재부 통제까지 받게 되니 독립성 강화를 추구하는 금감원 입장에선 족쇄를 차는 것이나 다름없다. 공운위의 결정은 금융위와 금감원으로선 다행스런 결과지만 43%(831명) 수준인 관리자급(3급 이상)의 비중을 5년 안에 35%(693명)로 줄여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앞서 임원(부원장보) 인사로 내홍을 겪은 금감원은 이젠 관리자급 비중 축소를 두고 또 다른 내부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금감원이 공공기관 지정 논란에 시달리게 된 표면적 이유는 방만경영이다. 감사원은 지난 2017년 감사를 통해 1억원 이상 고액연봉을 받는 관리자(3급 이상) 직급의 비중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기재부 또한 1~3급 비중을 대폭 줄이라고 요구했다. 금융위의 경우 공공기관 지정은 반대하나 관리자 비중 축소는 적극 종용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과잉인력이 이 사태의 '뇌관(표면적 요인)' 역할을 했다면 '장약(근본적 요인)'은 금감원의 애매한 정체성이라고 지목한다. 반관반민의 무자본 특수법인이란 특이성이 기재부가 개입할 여지를 줬다는 뜻이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법(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 금융위나 증권선물위원회의 지도·감독을 받아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 업무 등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조직이다. 한은, 예보와 함께 국내 금융권에서 세 곳밖에 없는 무자본 특수법인이다. 특수법인은 특별법에 의거해 설립되는 기관의 총칭하는 것으로 특정 행정기능의 대행기관으로 설립한 법인을 말한다. 무자본 특수법인은 이름 그대로 자본금이 필요없는 특수법인이다.

무자본특수법인 비교

한국은행법에 따라 설립된 한은은 통화정책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정부기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지 않는 곳이다. 한은법 3조에도 '중립성과 자주성'을 아예 명시해놓고 있다. 정부 입김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적어도 직접적으로 명령이나 지도를 하지는 못한다.

예보는 지난 1995년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설치된 법인이다. 파산금융사의 예금을 대신 변제해주는 특성상 공적자금을 다루는 기관으로 취급돼 2007년 공공기관운영법이 제정될 당시 준정부기관(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기재부가 경영평가를 하며 감사 임명제청권을 갖고 있다. 예보 사장의 경우 공식적으로는 금융위가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하지만 최근에는 기재부 출신들이 내려오는 등 여러모로 재무관료(모피아)의 영향력이 강하다.

◇관료에 둘러싸인 태생적 한계

금감원의 경우 금융회사들의 분담금으로 운영되며 관료조직인 금융위의 통제를 받는다. 법규상 금융위는 금감원 업무를 지도·감독하는데 필요한 명령권을 갖고 있으며 경영평가와 예산심의권을 쥐고 있다.

전직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은 관료조직의 통제를 받는 만큼 한은 수준의 독립성은 갖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예보처럼 공공기관도 아니다"며 "이를 두고 정체성이 애매하다고 할 수 있지만 달리 보면 한은처럼 독립기관이든, 예보처럼 공공기관이든 어느 쪽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감원은 꾸준히 독립성 확보를 시도했다. 2007년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던 금감원이 2년 만인 2009년 해제된 것도 금융감독의 독립성을 줘야 한다는 주장에 따른 것이다. 그렇다고 금감원을 둘러싼 관료들이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금융권에 막강한 감독권을 행사하는 금감원을 자신들의 통제 하에 두고 싶어 하는 관료들의 성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금감원의 설립을 주도한 인물이 모피아의 대부로 불렸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태생적 한계라는 시각도 있다.

금감원은 지난 1998년 4월 금융감독기구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후 9개월 뒤인 1999년 1월에 신설됐다.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각 업권별 감독기구를 통합 설립한 조직이다. 금융감독위원회란 회의체에서 결정된 사항을 집행하고 실무적인 역할을 했다. 초창기에는 금감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직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08년 금감위의 감독정책기능과 옛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기능을 통합하고 금감위원장과 금감원장의 겸임을 금지해 정책기능과 집행기능이 분리되면서 금융위가 출범했다. 초반엔 직원 수가 10명도 안 됐던 금융위는 이후 덩치를 불리면서 현재 290여명 수준의 정부부처로 커졌다. 금융위 조직이 커지고 업무가 많아질수록 금감원과 부딪히는 면도 많아졌다. 한 배에 태어난 두개의 금융당국은 그렇게 갈등이 심화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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