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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지원 부족, IB 투자 부진, 이슈어 불신 '악순환' [국내 IB 한국물시장 진입]②정부 참여 유도책, 역할 한계…글로벌 IB 육성, 요원

임효정 기자공개 2019-03-18 13:33:10

[편집자주]

한국물 시장에서 대한민국 IB는 여전히 이방인이다. 민간기업은 물론 정부와 공기업조차 자국 증권사에 해외 채권 주관사 자리를 쉽게 내주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초대형 IB를 중심으로 KP시장 진입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IB의 독점 구도가 고착화한 한국물 시장에 건강한 경쟁관계를 형성할 적기가 왔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14일 11: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IB가 한국물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된 배경에는 정부나 공기업의 방관도 있었다. 정부는 해외 채권 발행 과정에서 국내 IB를 주관사단에 포함하도록 유도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전혀 영(令)이 서지 않았다. 정부가 주체인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과정에서 국내 IB를 넣더라도 서류정리나 하는 조인트 리드 매니저(Joint Lead Manager)에 그쳤다. 정부 발행 채권이 이 정도이다 보니 공기업들의 경우 외국계 IB 외에 국내 증권사에는 제안조차 받지 않는 일이 허다 했다.

국내IB가 한국물 시장으로 업무 영역을 넓히기에는 정책적 배려가 턱없이 부족했다. 그 결과 국내 증권사는 '어차피 진입할 수 없는 시장'이라는 패배의식이 커졌고, 글로벌 IB 도약의 유인과 동력을 잃었다. 발행사는 갈수록 국내 IB에 역할을 줘봐야 할 수 있는 업무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진입장벽을 만들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됐다.

◇외평채 발행에 국내IB 두곳씩 참여, 역할은 미미

정부가 해외 채권 발행 과정에서 국내IB에게 기회를 주지 않은 건 아니다. 10년 전 한국물 발행이 급격히 늘어나자, 글로벌 투자은행 육성을 위해 정부도 한몫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당시 해외 채권 발행액은 2007년 200억달러를 넘었고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춤하다가 2009년에는 300억달러에 달했다.

한 시장 관계자는 "2007년부터 해외 채권 발행 규모가 커지자 정부에서는 한국계 증권사도 이 시장에 한 번 참여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며 "공공기관이 발행사로 나설 때 코리드매니저로서 업무협조를 하며 해당 시장에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정부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이하 외평채)을 발행하는 데 있어 국내 IB를 참여시켰다. 이후 국책은행 몇 군데가 동참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 딜에서의 역할은 후방 지원 역할을 하는 조인트 리드 매니저(Joint Lead Manager)에 그쳤다. 산업은행을 제외하고는 보조 주관사로라도 인식되는 코 매니저(co-Manager) 역할도 수행하지 못했다.

2013년 정부는 4년 만에 외평채를 발행했다. 정부는 외평채 발행 주관사로 6곳을 선정했다. 그 가운데 산업은행,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등 국내IB 두 곳이 이름을 올렸다. 이후 2014년 두 차례 진행된 외평채 발행에서도 산업은행과 삼성증권 두 곳을 모두 주관사단에 넣었다. 2017년 역시 같은 두 곳이 주관사단에 포함됐다.

정부의 기조에 따라 국책은행도 움직였다. 수출입은행은 2013년 두 차례 삼성증권을, 이어 2015년 미래에셋대우를 주관사단에 넣었다. 산업은행 역시 2010년 이후 진행된 한국물 발행에서 미래에셋대우를 주관사단에 네 차례 포함시켰다.

발행사 관계자는 "역량만 봤을 때는 주관사단에 넣기 어려웠지만 국내 금융기관을 육성하는 차원에서 규정이 아닌 참고행정으로 참여시켜 왔다"며 "그 역할은 일반적 주관사와 달리 후방에서 서포트하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준정부기관, 엄두도 못 내"…인과관계 딜레마

정부의 지원대로라면 국내IB의 역량도 커져야 했다. 하지만 전통적 강호인 글로벌IB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시장에서 국내IB들이 경쟁력을 키우는 속도는 더디기만 했다.

국내IB를 지원한다지만 기회는 한정적이었다. 정부와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 세 곳에서 지난 10년간 국내 IB를 주관사단에 포함시킨 경우는 총 40여건이다. 이 가운데 산업은행이 한국물 발행사로 나설 때 산업은행이나 산업은행 아시아법인이 주관사에 포함된 것을 제외하면 15건에 불과하다.

다방면에서 트랙레코드를 쌓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15건 가운데 95%가량이 글로벌본드 발행 형태였다. 유로본드 발행에 주관사단으로 국내IB가 포함된 사례는 단 한건에 불과했다. 정부가 지난 2014년 유로본드 형태의 외평채를 발행할 때 산업은행과 삼성증권을 주관사단에 넣었던 것이 유일했다.

이에 한 발행사 관계자는 "꾸준히 국내IB를 넣고 있지만 주로 글로벌본드를 발행할 때이고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곳도 한 두 곳이 전부다"며 "다른 나라에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다거나 해당 마켓을 모니터링 해야하기 때문에 RFP를 발송하는 곳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준정부기관의 경우 제약은 더 많다. 연간 KP발행액 기준 20% 이상을 준정부기관에서 발행한다. 수치로는 적지 않은 규모이지만 각 기관당 평균 1년에 한 번꼴로 발행하는 수준에 그친다. 그만큼 흥행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주관사간 더 많은 경쟁을 통해 금리를 낮추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국내 IB에게 기회를 줄 여유가 없다는 의미다. 기존에 검증된 하우스를 통해 흥행에 성공시켜야 하는 부담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한국물 발행이 뜸한 준정부기관까지 한국계에 대한 배려를 강요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그들 입장에서는 해외 네트워크를 가진 하우스를 선정해야 하기에 한국계를 포함시키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한국물 시장은 지원이 먼저냐 경쟁력을 키우는 게 먼저냐의 인과관계를 아직 풀지 못한 상태다. 시장 관계자는 "주관사 입장과 발행사 입장에서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한국계 IB를 주관사로 넣어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건지, 경쟁을 통해 발행사가 득을 보는 게 국가적으로 맞는 건지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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