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의 화학 신사업, 롯데 품에서 '역사 속으로' 제일모직, 삼성SDI 거쳐 롯데첨단소재로…내년 롯데케미칼에 합병
박기수 기자공개 2019-08-26 14:55:42
이 기사는 2019년 08월 23일 16시1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큰 변화 없이 오랜 시간 평탄한 기업이 있는 반면 진폭이 컸던 기업들도 있다. 내년 1월 롯데케미칼로 합병되는 롯데첨단소재는 후자다. 롯데첨단소재의 원래 간판은 '롯데'가 아닌 '삼성'이었다. 삼성 안에서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위상의 높낮음을 겪어왔다. 롯데로 넘어온 이후 단독 법인의 지위를 유지하던 롯데첨단소재는 내년 1월 롯데케미칼로의 합병이 공식화한 상태다. 단독 법인으로서는 역사 속으로 퇴장하는 롯데첨단소재의 30여 년 역사를 짚어봤다.◇이병철 "생존 위해 업황 바꿔라"…화학 선택한 제일모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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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는 1980년대 중·후반으로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이 활발했던 때였다. 제일모직은 새로운 사업 분야로 화학 부문으로의 진출을 계획했다. 해외 섬유 기업이었던 도레이와 아사히카세이, 가네보사의 화학 산업 진출의 선례를 지켜보며 화학 산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셈이다. 롯데첨단소재의 시작이 바로 이때다. 1987년 일본 미쓰비시레이온사와 ABS 수지 기술 도입에 대한 계약을 맺고 2년 뒤 전라남도 여천에 공장을 세웠다.
1992년에는 인조 대리석을 자체 개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한다. 태동기를 살펴보면 사업 시작부터 현재까지 포트폴리오의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시작한 제일모직의 화학 사업은 점차 성장해 2004년 본업인 패션·직물 분야의 매출을 넘어섰다. 사명이 '모직'임에도 화학사업의 비중은 매년 높아졌고, 전체 매출 비중에서 40~50%대를 넘나드는 핵심 조직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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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레짐 시프트, 삼성SDI로 사업 이관
변화가 생긴 것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병상에 눕고 이재용 부회장이 일선에 등장한 2014년이었다. 이미 2013년경부터 삼성그룹은 계열사 간 사업 재편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었다. 제일모직은 패션 사업을 삼성에버랜드로 넘겼고, 삼성에버랜드의 건물관리 사업은 에스원으로 이관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보유하고 있었던 삼성코닝정밀소재를 미국 코닝사에 아예 매각하면서 결별을 고하기도 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패션 사업을 넘긴 제일모직을 두고 '제일인더스트리' 혹은 '삼성케미컬'로의 사명 변경도 조심스레 점쳤다. 예측과 달리 삼성의 선택은 삼성SDI와의 합병이었다. 2014년 3월 31일, 삼성SDI와 제일모직은 이사회를 열어 각각 1대 0.4425의 비율로 합병하기로 결정한다. '제일모직 케미컬 부문'에서 '삼성SDI 케미컬 부문'으로 정체성이 바뀐 시기가 바로 이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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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의 접근, 간판 '삼성→롯데'로
당시 삼성그룹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사업 개편이 있었다면 바로 삼성종합화학과 사실상 페이퍼컴퍼니에 지나지 않았던 삼성석유화학과의 합병이었다. 당시 합병 TF(태스크포스)팀에 속해 있었던 업계 관계자는 양 사간의 합병이 갑작스러웠다고 전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합병 법인과 자회사인 삼성토탈은 곧바로 한화그룹으로 넘어갔다. '삼성그룹 화학사 빅딜'의 시작이다.
화학사 빅딜이 시작되자 시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노선을 비교적 명확하게 파악하기 시작했다. 화학사를 '비핵심자산'으로 분류했다고 점친 업계의 눈은 곧바로 삼성SDI의 케미컬 부문으로 쏠렸다. 그리고 2015년 7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삼성SDI 케미컬 부문을 포함한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의 인수 의지를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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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작업은 곧바로 진행됐고, 삼성SDI 케미컬 부문은 물적 분할을 통해 'SDI케미칼'이라는 단독 법인으로 재탄생했다. 이후 SDI케미칼은 2016년 롯데그룹으로 최종 인수됐고, 현재 사명인 '롯데첨단소재'가 탄생했다.
롯데그룹 편입 이후 롯데첨단소재는 견조한 수익성을 올리며 롯데그룹 화학BU(Business Unit)에 금세 녹아든 모습을 보였다. 인수 첫해 연결 기준 매출 2조3790억원, 영업이익 3010억원을 올리며 영업이익률 10%를 넘겼고, 지난해까지 누적 영업이익 8692억원, 올해 상반기까지는 9594억원을 쌓았다.
이병철 전 회장의 화학 신사업이라는 아이디어에서부터 시작한 롯데첨단소재는 내년 1월부로 롯데케미칼에 합병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다만 롯데케미칼이라는 거대한 지붕 밑에서 향후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원활한 여건이 만들어졌다고 업계는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첨단소재는)'화학 공룡'이자 현금성자산 등이 풍부한 롯데케미칼에 편입되면서 인수·합병(M&A)이나 신사업 진출 측면에서 확실한 '언덕'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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