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12월 05일 07시5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소형 생명보험사 A생명은 올 한해 주요 전략으로 'ELS변액보험'을 콕 찍었다. 그런데 변액보험을 활발히 판매한 지 일년도 채 되지 않은 지금 전략을 전면 수정할 위기에 놓였다. 선진국 금리연계형 DLF 대규모 손실 사태가 벌어지며 금융당국이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 '금지령'을 내려서다. ELS변액보험도 금지 후보군에 들었다. 사고를 친 은행을 두고 제재기준이 높아질 줄 알았던 보험업계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ELS변액보험 취급고를 높여왔던 중소형사들은 이번 규제가 더욱 뼈 아프다.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준비로 저축성 보험을 축소한 업계로서는 보장성 보험을 잘 팔아 초회보험료를 어떻게든 올리는 게 급선무였다. 중소형사들이 겨우 활로로 찾은 먹거리가 ELS변액보험이었다. 올 한해 ELS변액보험을 주전략으로 삼았던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판매 금지령이 내려졌어도 시행령 개정 전까지는 ELS변액보험을 팔아야 한다"며 "당국의 지침을 거스르겠다는 것이 아니다. 중소형사는 ELS변액보험이 아니면 숨구멍이 없다"고 토로했다.
중소형 생명보험사들은 두 가지 억울함을 호소한다. DLF 손실사태에 책임이 없는 보험사가 된서리를 맞았다는 하소연과, 생명보험업계 내의 규모 격차를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라는 지적이다.
은행이 잘못한 일에 보험사도 족쇄를 찬 이유는 금융당국이 해석한 보험사의 사회적 역할 탓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과 보험사가 예금보호·보장의 역할을 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고위험 상품을 팔아서는 안된다고 했다. DLF 손실사태의 사회적 파장이 크다보니 사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 논의는 감히 수면에도 오르지 못했다.
은행·보험업계에 각각 통일 규정을 적용하더라도 이를 공정한 게임이라 보기는 어렵다. 은행과 보험업계의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서다. 시중은행은 '리딩뱅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할 뿐 규모면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지만 생명보험업계는 '빅3'가 엄연히 존재한다. 생명보험업계 내부에서도 고강도 금융상품 판매규제를 두고 입장이 갈리는 이유다. 아예 ELS변액보험을 취급하지 않는 대형 생명보험사들은 'ELS변액보험, 속 편하게 팔지 말자'고 주장하지만 ELS변액보험이 보루였던 중소형사들은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고위험 금융상품이 금융가에 횡행하며 고름처럼 부풀어올랐다는 사실은 외면하기 어렵다. 규제가 필요한 시기에 규제가 마땅한 사건이 터졌다. 금융생태계의 건전성을 담보한 중요한 결정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 아래 업권별, 규모별로 보다 섬세한 규제가 내려져야 한다. 쓰레기 생산량이 늘었다고 해서 큰 공장과 작은 공장에 똑같은 규제를 적용하고 눈 앞의 쓰레기를 매립해 버린다면 자본시장의 혼란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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