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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 구조조정]사모펀드는 왜 항공사를 탐낼까재무 효율성 기여, 자본논리 '선별적 구조조정' 부작용 양면

고설봉 기자공개 2019-12-17 14:12:01

[편집자주]

아시아나항공에서 시작한 항공업계 구조개편 바람이 저비용항공사들로까지 불고 있다. 항공산업의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으나 늘어난 항공사와 격화된 경쟁, 그리고 한일 갈등에 본격적으로 항공업 구조조정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많다. M&A를 통해 도약을 시도하는 항공사도 있고,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항공사도 이미 등장했다.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는 항공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6일 16: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들이 항공업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과 1년여 전까지 항공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비춰졌다. 신규 저비용항공사(LCC) 면허 발급에 대기업과 중견기업, 사모펀드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며 시장을 달궜다. 대표적인 규제산업으로 신규 사업 진입이 어렵고, 한번 면허를 확보하면 지속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항공업은 매력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수익성 면에서도 항공업은 여전히 해볼만한 사업이다. 최근 불황기를 겪고 있지만 ‘항공사 난립’이란 표현까지 나올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진 지난해까지도 주요 항공사들은 꾸준히 수익을 달성해왔다. 각 항공사별 영업이익률에서 편차가 있지만 업계 전반적으로 ‘항공기를 띄우면 수익이 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항공사 원가구조에서 약 50%를 차지하는 유가와 인건비가 최근 꾸준히 상승했음에도 영업이익 달성이 이어졌다.

◇경영환경 불안 '자금 조달력' 부재…사모펀드에게 기회

지난해 대한항공에 대한 KCGI의 투자 및 구조조정 요구가 사회적인 공감대를 얻으면서 사모펀드들이 더 공격적으로 항공업 구조조정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시작된 것도 사모펀드들의 항공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더불어 주요 항공사들의 잇따른 영업적자로 인한 경영 불안이 이어지면서 그동안 수면 아래서 고개를 들지 못했던 구조조정 논의가 표면화 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각 항공사들은 어려움에 직면했다. 특히 LCC들은 매출의 최대 40%를 차지하는 일본노선에서 수익이 급감하며 영업손실이 누적되는 등 경영환경이 악화했다. 이런 가운데 신용등급 등이 우량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회사채 등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없어 운전자본 부족에 시달리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LCC들의 경우 중견기업이 모회사로 있는 경우가 많아 자금 지원 등에서도 불리하다.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이런 항공사들의 경영환경 불안은 기회로 작용했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자본 및 레버리지 투자를 통해 부실기업을 인수하고, 이를 정상화 한 뒤 가치를 높여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에서 현재 항공업계가 처한 상황은 매력적이다. 특히 외생변수에 의해 급격히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이어서 이전에 항공사에 매겨졌던 가치가 일부 하락한 점도 사모펀드가 항공업 구조조정에 관심을 갖는 이유로 풀이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항공사 경영불안은 내부에서 불거진 문제로 보기 어렵다”며 “항공사 경영이 불안정해지고,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모펀드가 협상력을 높여 항공사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적기”라고 평가했다.

더불어 외생변수로 인한 각 항공사의 일시적인 매출 급감과 수익성 악화는 향후 개별 항공사의 가치 개선에 있어 매력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모펀드가 협상력 우위에서 좋은 조건에 항공사를 인수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동안 외생변수가 해결된다면 곧바로 실적 개선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생변수가 단기간 해소되지 않아도 사모펀드 주도의 구조조정을 통한 효율화 작업은 효과가 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항공업계 차원에서 계속된 양적 성장이 이어졌다. 신생 항공사가 설립되며 인력은 계속해 늘어났고, 국적 항공사들이 도입한 항공기 수도 올 12월 기준 400대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단 한번의 구조조정도 없었다. 그만큼 외형적으로 비대해진 항공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업계 전반에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선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노선과 항공기, 인력 등 업계 전반에 비대해진 부분을 대대적으로 손 보는 차원에서 구조조정이 일어난다면 효율성은 높아질 것”이라며 “그동안 항공업계는 팽창 해왔고, 개별 항공사 차원에서도 구조조정이 진행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일부 '긍정효과'…항공산업 전반 '부정적'

항공업계보다 앞서 사모펀드 주도의 구조조정을 경험한 해운업의 사례에 비춰, 항공업계에서는 여전히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존재한다. 특히 사모펀드의 무분별한 항공사 인수 시도가 이어질 경우 부실이 해소되는 것이 아닌, 리스크가 잠시 이연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항공업을 살리기 위한 근본적인 구조조정 계획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일부에선 사모펀드의 적극적인 개입이 개별 항공사 차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사모펀드 주도로 부채비율 등 재무적 차원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개별 항공사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곧 항공업 구조조정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온다.

한앤컴퍼니가 2014년 옛 한진해운으로부터 벌크전용선사업부문을 인수해 설립한 에이치라인해운은 최근 몇 년간 해운업계에서 가장 성장세가 가파른 해운사로 꼽힌다. 설립 이후 꾸준히 인력을 비롯해 유무형자산이 순증했다. 출범 초기 대규모 사모펀드 자금이 수혈된 만큼 꾸준히 재무구조 안정화를 이루고 있다. 더불어 해운업 불황기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거두며 순항하고 있다.

이후 한앤컴퍼니는 2016년 현대상선으로부터 벌크전용선사업부문을 추가로 인수해 에이치라인해운과 합병했다. 지난해에는 SK해운을 인수해 사모펀드 내 해운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드라이벌크(dry bulk) 위주 에이치라인해운과 웨트벌크(Wet Bulk) 에 강점이 있는 SK해운이 한앤컴퍼니 안에서 상호 시너지 및 협력 방안을 모색하며 해운업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실제 두 회사는 국내 대표 벌크선사로 해운업 구조조정에서 안정화에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다만 사모펀드 주도 구조조정의 한계는 명확하다. ‘선별적’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돈이 되는 사업’에서만 성과가 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실제 과거 해운업 사례에서도 사모펀드가 지분을 인수하거나, 투자를 통해 경영 정상화에 개입한 해운사들은 벌크선사에 집중돼 있었다. 부실이 더 크고, 지분 투자 이후 항만 및 정기노선 개척 등 추가로 대규모 투자가 필요했던 컨테이너선사들은 사모펀드들로부터 외면 당했다.

이러한 사모펀드의 ‘투자 수익 달성’이라는 원칙이 고수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모펀드 주도의 항공업 구조조정이 진행된다면, 선택받지 못한 항공사는 여전히 항공업계 전반의 리스크를 키우는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업계 전반의 건강한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없다는 뜻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전까지 항공업계 내에서도 구조조정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표면화되지 않았다”며 “사모펀드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항공업계에 구조조정이 일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소위 ‘돈이 되는’ 항공사는 구조조정이 진행되겠지만, 경쟁력이 없는 곳은 계속해서 부실을 키우는 꼴이 될 것”이라며 “항공업계 전체적으로 다 같이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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