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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다양한 주주' 언급 조현아, KCGI·반도그룹 연대 가능성은'조원태의 한진그룹'에 반기, 주총 앞두고 남매간 경영권 갈등 재점화

유수진 기자/ 고설봉 기자공개 2019-12-24 07:11:11

이 기사는 2019년 12월 23일 14: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의 주주 및 선대 회장님의 상속인으로서 선대 회장님의 유훈에 따라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3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그룹 경영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면서 언급한 '다양한 주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실상 '조원태의 한진그룹'에 반기를 든 것인 만큼 지배구조 이슈에서 대척점에 서 있는 KCGI나 반도그룹 등과의 연대를 염두에 둔 발언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법률 대리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입장문에선 "조원태 대표가 공동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그 결과 한진그룹은 선대 회장님의 유훈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조 회장이 경영과 관련된 중요 사항들에 대해 어떠한 합의도 없이 결정해놓고 대외적으로는 마치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그에 대한 실례로 조 회장의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총수) 지정과 자신의 경영 복귀 등을 들었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에 대한 질문을 받고 "둘 다 지금은 그런 생각을 안 하고 있다"며 복귀설을 일축했다. 실제로 지난달 말 단행된 한진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조 전 부사장은 인사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왼쪽부터)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이날 입장발표가 사실상 조 회장 체제에 제동을 걸겠다는 선전포고로 해석되며 남매간 경영권 분쟁이 격화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상속재산 분할 과정에서 잠시 수그러들었던 오너일가간 갈등이 불과 몇 개월 만에 '남매의 난'으로 다시 수면 위에 떠오르는 모양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을 시작한 조 전 부사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율은 6.49%에 그친다.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단독 행사하기에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 이미 한진칼 이사회 및 공익재단 등은 현재 경영권과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는 조 회장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아 향후 '남매의 난'이 격화할 경우 조 전 부사장의 입지가 오히려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조 전 부자장이 언급한 '다양한 주주들'에 관심이 쏠린다. 단독으로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는 만큼 다른 주주들과 연대를 통해 조 회장과 분쟁에서 우위를 모색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조 전 부사장이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주주는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 조 회장을 제외한 오너일가다. 다만 이미 공정위 총수 지정 문제에서 이 고문이 보인 행보에 비춰 이 고문과 조 전 부사장 간 연대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또 조 전무의 경우 조 회장과 함께 한진칼 경영에 참여하고 있어 적극적으로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오히려 조 전 부사장이 가족들 외에 외부 주주들과 연대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히 KCGI나 반도그룹 등 현재 조 회장과 분쟁이 진행 중인 외부 세력과의 세 규합이 이뤄질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오너일가의 공동 경영에서 완전히 발을 빼기로 마음 먹은 조 전 부사장이 이들과 손을 잡고 조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조 전 부사장 측 복수의 법률대리인에 따르면 KCGI와의 연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조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을 이슈화 하고,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조 전 부사장 측 법률대리인은 "불가피하게 향후 여러 주주들과 협의해 나가면서 해결책 모색하겠다는 취지"라며 "KCGI도 배제하지 않는다. 모든 당사자와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조 회장은 한진그룹 경영권 유지에 실질적인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우선 조 회장은 내년 3월말 열리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재선임돼야 한진칼 대표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재선임안이 가결되려면 출석주주 과반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현재 한진칼의 주요 주주는 △조원태 및 특수관계인 28.93% △KCGI 15.98% △델타항공 10% △반도그룹 6.28% 등이다.

특수관계인 지분 중 조 전 부사장의 몫이 6.49%다. 여기에 KCGI와 반도그룹의 지분을 더하면 28.75%로 조 전 부사장이 빠진 조원태 및 특수관계인 지분(22.44%)을 6%포인트 이상 앞선다. 이 경우 조 회장은 한진그룹 백기사로 알려진 델타항공(10%)과 반드시 힘을 합쳐야만 32.44%로 우위에 놓인다. 하지만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다.

특히 KCGI나 반도그룹이 주총을 앞두고 추가로 지분 매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반도그룹은 지난달 한진칼 주식 72만2595주를 추가로 사들여 지분율이 기존 5.06%에서 6.28%로 높아졌다. 혹시라도 조 전무(6.47%) 등 특수관계인이 추가로 이탈할 경우 주총에서의 표대결 결과는 더욱 불투명해진다.

다만 아직까지 반도그룹은 지분 추가 확보 목적에 대해 '단순 취득'이란 입장이다. 최근 항공업계 내에서 조 전 부사장이 KCGI 등과 접촉한다는 얘기가 있기도 했으나 확인되진 않았다. KCGI 관계자는 "그 부분에 대해선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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