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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의 진화]'신재원·지영조·이상엽'…현대차 혁명 이끄는 3인방정의선 부회장 영입 외부 인재, '모빌리티 개발' 주도

라스베이거스(미국)=고설봉 기자공개 2020-01-16 13:05:05

[편집자주]

자동차와 모빌리티가 전자기기와 스마트폰을 밀어내고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의 주요 전시 아이템이 된 지도 오래다. 4차산업의 주요 물줄기가 '모빌리티'가 될 것이라는데 이제는 이견이 없어 보이는 시대다. 국내 다수의 기업이 참석한 '2020 CES' 역시 '이동 수단, 자율 주행, 공유 경제, 전기 구동' 등 모빌리티 기술이 미래 주요산업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제조·금융·건설·IT 등 전 산업을 가리지 않고 파고들고 있는 모빌리티 혁명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국내 기업들이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1월 15일 13: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가 ‘모빌리티’ 시장 선점을 위해 전방위 투자에 나서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체제가 출범한 뒤, 그룹 미래 비전의 중심은 ‘모빌리티’로 완전히 돌아섰다. 내연기관 판매, 전기차, 수소전기차 상용화 및 시장 확대 등 그동안 ‘자동차’에만 국한돼 여러 경로로 제시됐던 미래 비전은 지난해부터 ‘모빌리티’라는 더 큰 범위 안으로 모두 포함됐다.

정 수석부회장이 모빌리티를 강조하는 것은 현대차그룹의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고,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사실상 유일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동’으로 번역되는 모빌리티는 현대차를 단순히 완성차를 생산해 판매하는 사업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게 한다. 현대차는 미래 비전을 선포하고, 모빌리티 시장 선점을 내걸었다.

모빌리티 시장 선점을 위해 현대차는 크게 2가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우선 하드웨어다. 모빌리티 서비스에 직접 활용할 비이클을 만들고, 이를 상용화할 수 있는 여러 기술들을 개발하는 일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미 이번 ‘CES 2020’에서 이런 투자가 일부 결실을 맺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차는 신개념 모빌리티 솔루션인 UAM(Urban Air Mobility, 도심 항공 모빌리티)을 제시했다. UAM을 구현할 개인용 비행체(PAV, Private Air Vehicle)와 지상 운송수단(PBV, Purpose Built Vehicle)을 선보였다.

또 다른 차원의 투자는 모빌리티 운용을 위한 소프트웨어 측면이다. 실제 비이클을 운영하고, 이용자와 접점을 만드는 일에 현대차는 직접 투자를 벌이고 있다. 이번에 공개한 세계 최대 모빌리티 플랫폼 제공 회사인 우버와의 협력 말고도 그동안 다양한 투자를 통해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인도 올라, 국내 코드42, 싱가포르 그랩, 호주 카넥스트도어, 인도 레브, 미국 미고 등의 지분을 확보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 세번째)과 신재원 현대차 부사장(왼쪽 두번째), 지영조 현대차 사장(왼쪽 네번째), 이상엽 전무(왼쪽 여섯번째)가 현대차 컨퍼런스를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의 모빌리티 투자는 비단 기술 및 제품, 플랫폼 협업체계 구축 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구상하고, 이를 현실화할 인재 영입에 오히려 더 큰 공을 들여왔다. 국내로 국한하지 않고, 글로벌로 무대를 확장해 각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인재들을 영입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로 최근 모빌리티 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인재들은 모두 외부영입 인사로 채워졌다.

실제 이번 CES에서 현대차의 모빌리티 사업을 이끌어 가는 것은 외부영입 인사들란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CES 2020' 개막 하루 전인 지난 6일(현지시각) 열린 '현대자동차 미디어 행사'에서 현대차의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비전과 기술 등을 전면에 나서 발표한 핵심 인물 모두가 외부영입 인사들이었다. 지영조 사장과 신재원 부사장, 이상엽 전무 등 모두 최근 4년 내 현대차에 합류한 외부 전문가 그룹이다. 이들은 현재 현대차의 모빌리티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현대차가 이번 CES에서 공개한 UAM 사업을 구현한 1등 공신으로 꼽히는 인물은 신재원 UAM사업부장(부사장)이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두번째 발표자로 나선 신 부사장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 현대차가 발표한 UAM과 PAV, PBV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가 UAM 개발 사업을 진두지휘했기 때문이다.

신재원 현대차 부사장(사진 가운데)

신 부사장은 지난해 9월 현대차에 합류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항공연구총괄본부 본부장 출신으로 나사에서 서열 3위에 오를 만큼 해당 분야에서 탁월한 전문성을 인정 받았다. 현대차는 도심용 항공 모빌리티 핵심기술 개발과 사업추진을 전담하는 ‘UAM(Urban Air Mobility) 사업부’를 신설하고, 신 부사장을 총괄로 임명했다.

신 부사장 영입 이후 현대차는 UAM 시장 조기 진입을 위한 전체적인 로드맵을 설정했다. 항공기체 개발을 위한 형상설계와 비행제어 소프트웨어, 안전기술 등의 핵심기술 개발 및 확보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 특히 신 부사장이 보유한 항공안전과 항공교통 관제기술 분야에서의 노하우를 활용해 종합적인 교통체계 관점에서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첫 발표자로 나서, 현대차가 구현하고자 하는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큰 그림을 제시한 인물은 지영조 전략기술본부장(사장)이다. 그는 2017년 2월 현대차에 합류했다. 미국 브라운대 응용수학 박사를 취득한 뒤 AT&T 연구원을 거쳐 글로벌 전략 컨설팅 회사 맥킨지와 엑센츄어에서 근무한 ‘전략통’으로 평가 받는다. 그는 2007년부터 삼성전자에서 전무와 부사장을 역임하며 신규 사업, 인수합병(M&A), 플랫폼과 서비스, 산업 혁신 관련 이슈 등을 포함한 삼성전자의 전사 전략을 담당했다.

지영조 현대차 사장

지 사장이 맡고 있는 현대차 전략기술연구소는 정보통신과 인공지능(AI), 신소재, 로보틱스, 공유경제 등 미래자동차산업의 핵심 기술 등을 집중 연구하는 곳이다. 연구소는 신사업 구상 및 기술 개발전략을 담당하는 조직과 신소재, 에너지, 바이오헬스, 로보틱스 등 혁신 기술을 개발하는 조직으로 구성된다. 기술 개발과 전략 수립에 전문 기업체나 대학, 연구소들과 협업하는 등 폭넓게 사업을 구상하고 구체화 하고 있다.

이번 CES에서 빛을 발한 또 다른 외부영입 인재는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다. 현대차가 구현한 모빌리티 비이클은 그 기능적인 면에서도 찬사를 받지만, 형태와 디자인 등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단순히 미적인 부분을 넘어 ‘운전’에서 해방된 인간이 ‘이동’ 간에 휴식을 취하거나,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PAV와 PBV 등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미 이 전무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공적인 런칭으로 ‘스타’가 된 인물이다. 그는 세계 자동차업게에서 한국인으로 가장 성공한 디자이너로 인정받은 인물이다. 페라리 디자인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디자인회사 ‘카로체리아 피닌파리나’와 독일 포르쉐 디자인센터에서 경험을 쌓았다. 1999년 선임디자이너로 GM에 입사한 뒤, 카마로, 콜벳 스팅레이 등 콘셉트카의 디자인을 주도하면서 업계의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10년 폭스바겐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람보르기니, 스코다 등 다양한 브랜드의 선행 디자인을 이끌었다. 2012년 말부터는 벤틀리의 외장 및 선행디자인 총괄을 맡아왔다.
이상엽 현대차 전무

컨퍼런스 및 비전 발표, 전시 등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면서 이번 CES를 계기로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용병술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많이 나온다. 특히 경쟁사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는 차별화된 뚜렷한 모빌리티 사업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한발 앞서 나갔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에 따라 향후 이들 외부영입 인재들의 활약 여하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외부인사 영입에 길게는 1년 동안 시간을 두고, 공을 들인다”며 “현대차가 추구하는 방향성에 맞는지 등을 면밀히 살피고, 영입인재가 실제 현대차에 합류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도 평가하는 등의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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