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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 넓히는 캥거루본드, 발행 타이밍 포착 관건 [이종통화 시장 전망]④아시아 동시 겨냥 가능, 선순위채 감소 전망 호재

피혜림 기자공개 2020-02-04 14:06:47

[편집자주]

달러채권 일변도였던 한국물 시장이 유럽과 스위스, 대만, 호주, 일본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달러 중심의 외화채권 발행을 이어갔던 국내 이슈어들이 이종통화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이들은 통화·투자자 다변화 효과를 기반으로 조달 안정성을 갖추는 것은 물론 비용절감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종통화 시장 각각의 특성을 살펴보고 2020년 성장 가능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3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물(Korean Paper) 캥거루본드 시장이 달라지고 있다. 아시아 투자자 비중이 높았던 과거와 달리 호주 역내 투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남부발전은 한국물 캥거루본드로서는 이례적으로 호주 배정 비율을 74%까지 끌어올렸다. 캥거루본드는 외국 기관이 호주에서 발행하는 호주달러 표시 채권을 일컫는다.

캥거루본드의 강점은 호주 역내 투심은 물론 아시아 시장을 동시에 겨냥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달러채권 발행을 통해 아시아 기관과 접점을 늘렸던 기존 이슈어가 쉽게 캥거루본드 발행 고민할 수 있게 된 배경이다. 다만 보수적인 호주 기관 투심 등을 고려할 때 AA급 금융기관과 공기업 중심의 조달만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캥거루본드, 호주 역내 투심 잡을까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2019년 한국물(공모 기준) 시장에서 발행된 캥거루본드는 12억 9078만달러(미화 환산 기준)였다. 한국물 전체 발행 물량(259만 7860만달러)의 4.97%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달러(71.02%)와 유로화(11.88%), 스위스프랑(6.18%)의 뒤를 잇는 수치다.

캥거루본드는 그동안 금융기관 중심의 발행이 이어졌다. 지난 5년간 한국물 캥거루본드 발행에 나선 곳은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의 국책은행과 IBK기업은행, 신한은행, 현대캐피탈 등 금융기관이 대부분이었다.

보수적인 시장 특성상 크레딧이 우량한 금융기관 채권이 인기를 모은 점이 주된 이유였다. 이들 물량 역시 절반 이상이 아시아 기관에 배정됐다.

지난해 한국남부발전이 발행한 3억호주달러 채권은 캥거루본드의 지평을 넓힌 딜로 손꼽힌다. 비금융기관인 국내 발전 자회사가 조달에 성공한 데다 호주 역내 배정 비율이 7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첫 캥거루본드 발행에 나선 한국남부발전에 지속적인 조달을 요청하는 호주 기관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지난 5년간 캥거루본드 발행에 나선 비금융기관은 한국석유공사가 유일했다.

뜨거운 호주 투심에 힘입어 캥거루본드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7월 호주 금융당국의 은행권보완자본보강안 여파로 호주 은행들의 선순위채 물량은 감소할 전망이다. 호주 채권시장의 주요 발행 축이었던 호주 은행들이 선순위채에서 후순위채로 발행 축을 옮길 경우 역내 투자자들의 수요는 해외기관이 발행하는 호주달러 선순위채에 쏠릴 수밖에 없다.

특히 호주 역내 시장의 경우 비금융기관 채권 물량이 미미한 편이다. 비금융기관들은 주로 4대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자금을 마련하기 때문에 채권 발행을 통한 조달 필요성이 낮다. AA급 이상을 겨냥하는 보수적인 투심과 적은 비금융기업 채권 물량 등을 고려할 때 국내 공기업 채권에 대한 희소성이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달러채 대비 비교 우위, 타이밍 포착 필요

호주와 더불어 아시아 투심을 겨냥할 수 있다는 점은 캥거루본드의 강점이다. 투자자 기반이 아시아에도 고루 분포돼 있기 때문에 달러채 등 외화 채권을 찍었던 기존 이슈어들이 조달에 나서기에 용이하다.

발행 시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는 점 역시 긍정적이다. 이종통화 딜의 경우 시장 환경에 따라 달러채 대비 금리 조건 등이 열위해지는 순간이 빈번해 발행이 어려워지는 시기가 존재한다. 반면 캥거루본드는 주요 투자자가 달러채권과의 비교를 통해 적정 금리수준을 유지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기에 발행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발행 타이밍이다. 달러채권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기 때문에 달러 대비 조달 여건이 나아지는 순간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지난해 8월 7억 호주달러 발행에 나섰던 KDB산업은행은 호주 역내 은행의 선순위채 물량이 감소하는 순간을 포착해 경쟁력 있는 금리를 형성할 수 있었다.

소규모 조달이 가능하다는 점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호주달러 가치 하락 등으로 2~3억달러 수준의 조달에 나설 경우 캥거루본드 시장 내 발행이 용이하다. 3억달러 미만 조달 시 달러채권 발행은 쉽지 않은 반면 캥거루본드 기준으로는 발행규모가 커진다는 이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이종통화 발행사는 달러채권 조달을 기반으로 통화 다변화 등을 위해 추가 발행에 나서는 것이기 때문에 이종통화 시장 내 최소 조달 규모가 클 경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이 점에서 소규모 조달이 가능한 호주달러 채권은 외화 자금 수요가 크지 않은 국내 이슈어들이 살펴볼 만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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