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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 아산 정주영 레거시]현대삼호중공업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0-02-20 04:02:10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0일 04: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목포역에 도착해서 차를 타고 호텔현대 목포가 있는 영암으로 향하는 중에 오른쪽으로 목포신항에 올라와 있는 녹슨 세월호가 보인다. 2014년에 침몰했던 세월호는 누운 상태로 인양되었는데 목포로 옮겨와 4년 만인 2018년에 직립시켰다. 거대 1만 톤급 해상크레인 ‘현대 만호'(HD-10000)가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나흘을 달려왔고 직립 작업을 현대삼호중공업이 했다. 현대삼호는 비용을 제외한 보수 1억 원 전액을 목포복지재단에 기부했다.

현대중공업의 현대 만호는 2015년에 건조된 해상크레인이다. 세계 4위의 작업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1만 톤을 들어 올릴 수 있다고 해서 그런 이름을 붙였는데 세계에서 가장 큰 크레인은 파나마 선적 크레인(Sleipnir)으로 2만 톤까지 커버한다. 네덜란드 HMC가 운용한다. 2019년에 건조된 것인데 건조되자 마자 지중해에서 15300톤 기록을 세웠다. 크레인은 주로 해양구조물의 플랫폼 리프팅에 사용된다.

현대호텔 목포는 작은 산 위에 있다. 특급 관광호텔이지만 현대삼호를 방문하는 외빈 등의 숙소, 교육과 행사 장소로 건축되어서 사실상 회사 내에 있다. 객실 발코니에 나가면 오른쪽으로 현대삼호의 야드가 다 내려다 보인다. 회사가 크면서 그때그때 확장했던 현대중공업이나 현대미포조선과 달리 1990년대에 계획적으로 건설한 야드다. 마치 신시가지 같이 깔끔하고 정리가 잘 되었다. 공정별로 레이아웃이 잘되어서 효율성도 높을 것 같다. 울산에서는 두 세 개 블럭으로 나눠 조립하는 선박도 한 번에 조립할 수 있다. 큰 이점이다.

현대삼호는 지금은 현대중공업그룹의 계열회사지만 원래 한라그룹의 인천조선이었다. 인천조선은 1976년에 아산의 첫째 동생 정인영 한라그룹 회장의 현대양행의 인천조선소를 기반으로 출발했는데 1977년에 독립법인이 되었다. 1990년에 한라중공업으로 이름을 바꾼다. 1992년에 전남 영암에 새 조선소를 짓고 1996년 1호 선박을 건조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한라그룹이 부도처리 되자 5년간 위탁경영하고 회생 후 매각 시 우선협상자로 지정해준다는 조건으로 현대중공업이 떠맡았다. 가교회사 RH중공업을 거쳐 1999년 사명을 소재지 이름을 딴 삼호중공업으로 변경했고 2002년 위탁경영 종료 후 현대중공업이 정식으로 인수해서 현대중공업그룹에 편입되었다. 2003년에 현대삼호중공업으로 이름을 다시 정했다.

세간에서는 현대삼호를 현대중공업과 헛갈려 한다. 특히 군산에 현대중공업 도크가 있을 때는 더 그랬다. 현대삼호는 사업 내용도 현대중공업과 동일하다. 즉, LNG선, VLCC, 컨테이너선 등 같은 선종들을 같은 규모로 건조한다.

현대삼호는 2013년 10월에 세계 최초로 LNG선을 육상건조하는 데 성공한 회사이기도 하다. 육상건조공법은 맨땅에서 선박을 건조한 다음, 배를 해상 플로팅도크로 이동시킨 후 진수시켜 선박을 건조하는 방식이다. 2020년 1월에는 세계 최대 중량물 이동 기록을 경신하면서 100번째 선박 육상 건조에 성공했다. 일본 NYK사가 발주한 길이 297미터, 3만9천 톤에 이르는 LNG운반선을 분당 평균 1.8 미터씩 3시간 반 동안 350미터 가량 이동시켰다. 기네스북에는 1만5천 톤이 기록으로 적혀있는데 그 두 배 이상을 초과한다. 신기록이다.

지금까지 현대삼호의 육상건조장에서 건조된 선박은 유조선이 47척으로 가장 많고, 가스선 19척, 살물선 18척, 컨테이너선 16척 등이다. 유조선 중에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LNG DF 시스템을 장착한 선박 6척도 포함된다. 현대삼호는 LNG선 건조 능력을 두 배로 확대해서 연간 8척을 연속 건조할 수 있는 전문작업장으로 육상건조장을 육성하고 있고 덕분에 올해 육상건조장에서만 1조8천억 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 매출의 40%다.

경제위기 때 부도와 위탁경영을 거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노조가 강성인 현대중공업의 자매회사인데도 현대삼호에서 노사관계는 평탄하다. 회사 위치 관계로 주거시설 제공 등 후생복리도 상당히 탁월한데 그것도 노사관계에 도움이 되는 이유일 것이다.

목포 지역을 여행해 보면 국토의 불균형 발전이라는 말이 피부에 와닿는다. 이렇다 할 큰 산업시설이 보이지 않는다. 현대삼호는 호남 지역에 본사를 둔 몇 안되는 대기업들 중 대표 기업이다. 약 1만3천 명을 고용해 특히 목포 경제를 떠받치다시피 하고 있다. 대불공단이라고 불리는 대불국가산업단지는 인근의 대아산과 나불도 두 이름을 합한 단지다. 1996년에 조성 완료되었다. 현대삼호의 협력사들로 가득 차 있다. 조선산업 혁신 클러스터를 지향한다.

2019년 가을에 저자가 현대삼호를 방문했을 마침 건조가 완료된 선박을 바다로 내보내기 위해 도크에 물을 채우는 작업이 있었는데 귀한 구경을 했다. 러시아에서 발주한 LNG추진선이 몇 개로 나누어져 인도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도 신기했다. 회사 사람들의 표정도 밝고 도크의 작업 분위기도 좋았다. 실적이 좋아서도 그런지 경영진도 자신 있어 보였다. 서울에서 거리가 좀 멀어서 문제지만 학생들에게 한 번 보여주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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