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구나인베스트먼트, 견제와 균형 만든 '집단지성' [VC 라이징스타]2018년 설립 '박형준·박영호·구경모' 3인3색…LLC형 강점 결합
서정은 기자공개 2020-03-02 07:30:09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8일 11: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언제든, 편하게 'NO'라고 외칠수 있는 조직" 라구나인베스트먼트는 회사의 지향점을 이렇게 말했다. 출신 학교도, 업권도 달랐던 인물들이 '벤처투자'만 보고 뭉친만큼 차별화된 시각을 나누는데서 회사의 강점이 나온다고 봤다. 올해로 설립 3년차에 접어든 회사지만 '집단지성'을 적절히 활용해 발 빠르게 영역을 넓혔다.◇ '박형준·박영호' 이직 세번 함께한 콤비…'창업가' LP풀 강점
라구나인베스트먼트는 2018년 2월 설립된 창투사로 현재 자본금은 20억원이다. 전체 인력은 4명으로 구성돼있으며 6개 조합을 운용하고 있다. 전체 운용자산(AUM)은 413억원이다. 현재까지 투자한 기업은 총 20개. 시리즈 A·B 단계 기업은 블라인드 펀드를, 프리IPO 기업은 프로젝트 펀드를 활용해 투자가 단행됐다.
라구나인베스트먼트의 최대주주는 게임회사인 조이시티다. 당초 라구나인베스트먼트는 LLC형 VC를 생각했으나, 조이시티가 투자를 제안하면서 현 지배구조가 만들어졌다.
조이시티가 51%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박영호 파트너가 24.5%로 뒤를 잇는다. 박 파트너는 조이시티 대표이사도 겸직 중이다. 나머지 지분은 박형준 대표이사와 구경모 전무가 17.2%, 7.4%씩 보유 중이다.
지분을 가지고 있는 세 사람 모두 회사 초창기 멤버다. 공교롭게도 세 사람의 첫 출발지는 벤처캐피탈 업계가 아니었다. 박 대표는 동부하이텍, 박 파트너는 NHN, 구 전무는 삼일회계법인 출신이다.
각기 다른분야에서 일하던 이들은 박 대표와 박 파트너가 2010년 연을 맺으면서 처음 연결됐다. 두 사람은 각기 다른 회사를 다니면서 '벤처캐피탈리스트 양성과정(KAVA)'을 수료했는데 이 때 벤처투자의 매력에 처음 빠지게 됐다. 이후 두 사람은 한국투자파트너스를 거쳐 네시삼십삽분으로 나란히 자리를 옮겼다가 VC업계로 복귀했다. 2010년 한국투자파트너스를 시작으로 줄곧 같은 회사를 다녔을 뿐 아니라 가족들끼리도 여행을 갈 정도로 끈끈한 사이다.
두 사람이 구 전무를 만나게 된건 2014년이다. 당시 정보통신산업진흥원(나이파)에서 VC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정을 진행했는데, 이후 잦은 교류 끝에 라구나인베스트먼트 설립에 힘을 보탰다. 구 전무는 삼일회계법인 이후 교보증권, LB인베스트먼트 등을 거쳤다. 여기에 관리를 맡고 있는 김정민 팀장까지 힘을 보태며 현재 라구나인베스트먼트가 됐다.
이러다보니 라구나인베스트먼트는 다양한 LP풀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NHN 출신인 박 파트너가 창업가들을 두루 알고 있다. 당시 연을 맺었던 카카오, 네이버 출신 창업가들이 신생 스타트업에 라구나인베스트먼트를 소개시켜주고 펀드에 출자하는 등 지원을 해주는 상태다.
◇ 게임사 계열 VC 색채 벗고 독자 노선…다양한 시각 결합
독특한 사명은 박 파트너와 박 대표가 회사 창립 직전에 떠난 여행을 계기로 탄생했다. 1978년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2017년 12월 우유니 사막에 갔는데 그 곳에서 많은 라구나(작은 호수)를 봤다고 한다. 호수에서 플라맹고 등 여러 동식물들이 살아가는 것을 보고, 벤처 생태계에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자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라구나인베스트먼트는 사명에서 밝혔듯 스스로의 생존 이유를 다양성에서 찾았다. 섹터를 나눈건 아니지만 세 사람이 몸담았던 영역이 다르다보니 소싱해오는 딜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동부하이텍에서 반도체부문 선임연구원을 맡았던만큼 반도체, 전기전자(IT)가 전문분야다. 박 파트너는 소프트웨어 및 플랫폼 분야가, 구 전무는 회계적인 분석을 B2C업체나 프리IPO 딜을 물색한다.
보는 관점 또한 다르다. 박 대표는 시장 상황과 회사의 인력 구성을 등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 아무리 회사가 좋아도 시장이 뒷받침되지 않거나, 인력 풀에 문제가 있다면 한계가 있다고 봤다. 제일 좋은 투자처는 '시장보다 반박자 빠른 기업'이다. 이와 달리 구 전무는 엑시트를 염두해 두고 투자처를 찾는 식이다. 회계법인 출신이다보니 숫자에 강할 수 밖에 없다. 나이대가 비슷한데다 세 사람 모두 초기멤버라 직급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한다.
라구나인베스트먼트가 모회사의 색채를 벗은 것도 이런 점 덕이다. 창투사지만 LLC의 강점을 결합했다는 얘기다. 여기에 조이시티 또한 업력이 오래되면서 국내 설비투자 등보다는 해외로 눈길을 돌린 상황이다. 게임업체에 투자할 경우 도움을 받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별도 회사로 움직인다. 전체 포트폴리오로 봐도 게임보다는 IT, 서비스, 바이오 등으로 다양하다.
박 대표는 "세명이 모두 주주이면서 매니저 역할을 하기 때문에 투자활동에 대해서 자유롭다"며 "기업에 대해 시각이 갈릴 때에는 세명 중 두명이 반대하지 않고, 그 중 한 사람이 강력한 확신을 가질 때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구나인베스트먼트는 앞으로도 인력을 무리하게 늘리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인원에서 2~3명 안팎 충원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5년 후 목표다. 집단 지성을 통해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조직을 가볍게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올해 AUM 목표도 600~7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속도보다는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박 대표는 "올해 설립 3년차를 맞은 만큼 여러 변화를 고민하고 있는 건 맞다"면서도 "무리한 성장보다는 회사의 강점을 살려 벤처캐피탈 시장에 안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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