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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 찬스’ 쓴 캐피탈사, 단기 유동성 한숨 돌렸다 신한·BNK·JB우리캐피탈 등 한도대출 증액…근본적 해결책 안돼

이은솔 기자공개 2020-04-21 09:39:29

이 기사는 2020년 04월 17일 15: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사들이 최근 지주와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대여하거나 한도대출 규모를 늘리는 방식으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채권 시장의 조달 금리가 높아져 여전채 발행이 쉽지 않은 탓이다. 이를 통해 단기 유동성에 대한 고민은 한숨 덜 수 있게 됐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BNK캐피탈, 신한캐피탈, JB우리캐피탈 등은 금융지주와 계열사들을 통해 대여금을 늘렸다. BNK캐피탈은 이달 초 금융지주 계열사인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으로부터 각각 2000억원, 3500억원의 금전대여를 약정했다. 신한캐피탈도 신한금융으로부터 2000억원을 대여받았고, JB우리캐피탈도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으로부터 총 3400억원 규모의 한도대출을 승인받았다.

한도대출은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개념이다. 약정한 금액을 당장 현금으로 받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영업을 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한도 내에서 차입해서 쓰고 다시 갚을 수 있다. 수신 기능이 없는 캐피탈사들은 대출이나 투자 등의 영업을 위해서는 조달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여전채를 발행하거나 외부로부터 차입을 해온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채권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한도대출 규모나 조달 자금의 사용처 등에 변화가 있었다. BNK캐피탈의 경우 원래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으로부터 각각 1500억원씩 총 3000억원의 한도대출을 열어두고 있었는데 이를 5500억원 규모로 확대했다. 신한캐피탈은 올해 사업계획을 위해 지주에 요청했던 2000억원의 대여금을 투자금으로 활용하기보다는 고유동성 자산으로 보유하는 방향을 택했다.

한도대출을 열어두면 캐피탈사의 단기 유동성 지표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업계에서는 캐피탈사의 유동성 대응능력을 중장기와 단기로 나눠 평가한다. 중장기 유동성 지표는 1년 이내 만기도래 부채에 대한 자산의 커버리지 능력으로 영업현금흐름을 포함한 개념이다.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자산과 부채의 커버리지 비율이 높을수록 부채에 대한 상환능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커버리지비율은 국내 캐피탈사 대부분이 100%를 상회한다. 2019년 12월 말 기준 BNK캐피탈 139.3%, JB우리캐피탈 137.5%, 신한캐피탈 107.2% 수준이다. 100%가 넘는다는 건 이들 캐피탈사가 1년 동안 정상적으로 채권 차환이 가능하도록 만기 구조를 짜놨다는 뜻이다.

다만 영업현금흐름을 반영하지 않은 단기 유동성 대응능력은 업체별로 차이가 있다. 단기 유동성 대응능력은 즉시 가용할 수 있는 유동성과 90일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부채의 비중을 감안해 평가한다. 여전채 발행이나 대출 상환 등 정상적인 영업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당장 보유하고 있는 고유동성 자산으로 만기가 도래한 채권을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 지표는 각 캐피탈사의 현금성 자산의 보유액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캐피탈사의 즉시가용유동성은 크게 현금 및 예치금, 즉시매도가능증권, 미인출약정한도로 구성된다.롯데오토와 같이 현금을 많이 보유한 캐피탈사는 커버리지 비율이 600%를 넘고, 대출 약정한도를 거의 보유하지 않은 캐피탈사들은 20%대에 머무른다.

금융지주나 계열 은행의 약정한도가 남아있는 것만으로도 가용 유동성은 높아진다. 즉시가용유동성과 90일이내 만기도래채권의 비율은 BNK캐피탈 116%, JB우리캐피탈 96%, 신한캐피탈이 67% 수준이다. 최근 이들 캐피탈사가 보장 받은 약정한도까지 추가하면 이들 캐피탈사의 단기적 유동성 대응능력은 상향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금융지주사나 계열사 지원을 받았다고 해서 캐피탈사들에 닥친 유동성 위기가 완벽히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평도 있다. 단기 유동성 대응능력을 위한 한도대출 증액은 일종의 '응급처치'로 볼 수 있다. 계열사를 통한 한도대출 증액은 채권 발행과 차환이 불가능한 위기 상황에서의 대응 능력을 상향시키는 효과는 있다. 하지만 여전채 발행이 이전과 같은 금리 수준에서 이뤄져야만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한 캐피탈업체 관계자는 "현재 채안펀드에 편입 신청을 해둔 상태인데 지주 계열사의 지원을 받았다는 이유로 유동성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비춰질까봐 걱정된다"고 전했다. 다른 캐피탈사 관계자도 "계열사를 통해 크레딧라인을 열어둔 건 만일의 상황을 대비한다는 의미고 현재로서는 시장 안정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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