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4월 22일 08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형제·남매간 경영 분쟁은 언제나 재계의 핫이슈다. 롯데그룹의 '형제의 난'을 비롯해 최근 한진그룹의 '남매의 난'을 보면 개인의 야망 앞에서는 가족이라는 가치도 뒷전이다. 이런 이슈는 비단 대기업집단만 겪는 일은 아니다. 건실한 중견기업인 아세아그룹 역시 어디로 갈지 모르는 형제 경영의 이정표 앞에 섰다.아세아그룹은 지주사 ㈜아세아를 중심으로 아세아시멘트와 아세아제지가 주요 계열사로 있는 그룹이다. 아세아그룹의 이병무 회장은 한국 나이로 80세다. 승계가 이뤄졌어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다.
얼마 전 공시가 났다. 이 회장이 ㈜아세아의 주식을 두 아들에게 똑같이 5만주씩 증여했다는 내용이다. 이 증여로 최대주주가 이 회장에서 장남 이훈범 아세아시멘트 사장으로 바뀌었다. 승계의 신호탄이다. 문제는 차남이다. 3대주주였던 차남 이인범 아세아제지 사장은 원래 보유하고 있던 지분이 적어 증여 후에도 3대주주에 머물렀다.
이훈범·인범 형제 사이에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경쟁'이 있었다는 게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의 후문이다. 물론 이훈범 사장이 장남이라는 점과 그룹 모태인 시멘트 사업을 도맡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승계의 방향성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다만 이인범 사장도 그에 못지않은 경영 능력을 과시해왔다. 수년간 그룹에서 매출 규모가 가장 큰 법인이기도 했고 최근에는 골판지 산업 호황으로 형의 사업이 범접할 수 없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인범 사장은 증여 후에도 그룹 승계와는 거리가 먼 상태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속내가 궁금해진다.
이인범 사장은 MIT 경영대학원을 수료하고 회계법인에서 경력을 쌓은 꼼꼼한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외형 확장보다 내실을 우선시한다. 시장에 M&A 매물이 쏟아져도 관심은 두되 욕심은 내지 않았다. 작년 한국제지가 인수한 원창포장 인수전에도 참여했지만 원창포장 대주주가 이해하기 힘든 만큼의 적은 액수를 써서 냈다고 한다.
그런 이인범 사장도 이훈범 사장의 아세아시멘트가 2017년 한라시멘트를 인수할 때 내심 아쉬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 시점이 바로 아세아시멘트가 아세아제지의 매출 규모를 앞지른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보면 이인범 사장의 야망도 작지 않아 보인다. 향후 계열 분리설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이유도 이런 배경에서다. 심지어 시멘트와 제지업은 이렇다 할 시너지 효과도 없다.
외형 확장을 선호하는 형, 내실을 우선시하는 동생. 경영 스타일부터 상극인 아세아그룹의 형제 경영은 어디로 향할까. 양사가 각자 업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이 탄탄한 만큼 향후 행보에 주목해볼 만하다. 불필요한 분쟁은 비효율을 낳고 주주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형제간 의기투합이든 계열 분리든 분쟁 없는 해피 엔딩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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