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워치]에쓰오일, 셈법 복잡해진 조영일 수석부사장최악 실적에 재무지표 악화까지…역할 주목
박기수 기자공개 2020-05-07 08:06:33
이 기사는 2020년 05월 06일 15시4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쓰오일은 '투자의 귀재'라고 불린다. 회사 안팎으로 상황이 녹록지 않을 때 과감한 투자 결정을 내려 결과적으로 '대박'을 친 사례를 여럿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1980년대 말 국내 최초로 중질유탈황설비에 투자한 것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시절 온산공장 파라자일렌 생산시설에 투자한 것도 모두 어려울 때 투자해 대박을 낸 사례다. 이 사례들을 뒤로하고 지난 2014년 약 5조원을 들여 석유화학 1단계 프로젝트를 결정했고, 현재 상업 생산 중이다.
그런 에쓰오일이 또 한 번의 갈림길에 서있다. 기록적인 유가 폭락과 코로나19라는 악재 탓에 1분기 영업손실만 1조원을 넘게 기록하며 에쓰오일의 상황은 창사 이래 가장 분위기가 어둡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 상황에서 에쓰오일은 약 7조원을 들여 석유화학 프로젝트 2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아직 투자 확정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그간 에쓰오일이 걸어온 길을 돌이켜보면 현실화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외부의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시점이다.

조 수석부사장은 커리어 내내 에쓰오일의 금고지기로 일했다. 자금팀장을 거쳐 자금팀의 임원이 됐고, 회계 부문으로 넘어와 임원 생활을 하다가 총책임자로 거듭났다.
2007년 말 온산공장 투자 결정, 2014년 1단계 프로젝트 투자 결정 등 대형 투자에도 불구하고 현명한 자금 조달과 함께 재무지표를 방어해낸 것도 모두 조 수석부사장의 성과다. 그런 그도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 두 번의 투자때와 다른 무언가가 확실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로 사뭇 다른 재무지표다. 2008년 말과 2014년 말 에쓰오일의 차입금 비중은 그리 높지 않았다. 각각 연결 기준 순차입금비율이 11.5%, 50.6%에 그쳤다. 아람코의 든든한 후방 지원과 함께 대규모 투자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 어렵지 않게 가능한 수준이었다. 다만 지금은 재무지표의 수치가 부담을 안겨준다. 1단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대규모 외부 차입을 단행한 결과 올해 1분기 말 에쓰오일의 부채비율과 순차입금비율은 각각 192.2%, 122.3%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의 수익성 저하와 올해 1분기 대규모 적자로 시장의 시선마저 안좋아졌다. 지난달 한국기업평가는 수익성 악화와 대규모 투자 부담을 근거로 에쓰오일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역시 에쓰오일의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기평이 부여하고 있는 에쓰오일의 신용등급은 AA+다. 신용등급이 실제 하락하면 조달 금리도 뛰어오른다. 한기평에 따르면 3년 만기 일반 무보증사채 기준 AA+ 등급의 회사채 금리는 1.64%다. 한 등급 아래인 AA 등급의 경우 금리는 1.69%로 0.05%포인트 높아진다. 큰 차이로 보기는 힘들겠으나 조 단위로 차입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에쓰오일에는 소폭의 금리 상승도 대규모 현금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S&P는 BBB를 부여하고 있다. 여기서 한 등급만 하락하면 투자적격 단계의 가장 마지막 단계(BBB-)가 된다.
위안거리는 아직까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조 수석부사장이 CFO가 된 이후 에쓰오일은 주요 자금 조달 방식으로 공모채 발행을 이용해왔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에쓰오일이 발행한 공모채 규모만 약 4조1650억원이다. 2014년 이후로 시장금리가 꾸준히 낮아지면서 현재 1%대 금리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또 한 번 공모채를 발행했던 올해 3월의 경우에도 확정금리는 1.4~1.6%대로 2014년 당시 확정금리(3%대)와 큰 차이를 보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낮아진다고 하더라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에쓰오일의 공모채 발행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여전히 좋아 대규모 투자가 결정될 경우 자금 조달 루트는 채권 발행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면서 "다만 이미 재무지표가 급속도로 악화한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 자금 조달에 대한 CFO의 고민이 한층 더 깊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에쓰오일은 2단계 프로젝트 투자와 관련해 어떠한 확답도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 열린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에쓰오일은 "프로젝트 연기를 결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라면서 "최종 결정은 내년 초 혹은 내년 하반기에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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