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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을 움직이는 사람들]'전략통' 이창규 상무, 최대 위기에 지략 발휘할까⑤김승환 전무 직접 택한 후임…어려운 시기 중책 물려 받아

전효점 기자공개 2020-07-24 08:08:18

[편집자주]

아모레퍼시픽그룹은 1945년 설립된 태평양화학공업사를 모태로 7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온 대표 화장품 기업이다. 2006년 전신 태평양이 지주사 전환을 단행하면서 현 사명으로 변경했다. 2010년 이후 중국의 한류열풍을 타고 매출이 급성장했으나 2015년 정점을 찍은 이후 정체기를 보내고 있다. 오너 2세 서경배 회장을 필두로 최근 영광기와 고난기를 함께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 임원진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17일 08: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창규 아모레퍼시픽그룹 전략유닛 상무(사진)는 2017년 7월 중순부터 그룹 전략실을 맡아 이끌고 있다. '서경배 회장-김승환 인사조직실 전무-이창규 상무'로 이어지는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 '뉴보이' 리더십의 막내이기도 하다.

20대 시카고대학교 경영대학원 교환학생 시절 직속 선배인 김승환 전무를 만난 것이 인연이 돼 후일 아모레퍼시픽그룹 입사로 이어졌다. 김 전무가 전략 유닛을 이끌던 시절부터 손발을 맞춰왔다. 김 전무가 인사조직실장으로 승진한 후에는 그의 이전 포스트를 그대로 물려 받으며 그룹을 대표하는 차세대 전략통으로 부상했다.

◇차세대 전략통, '뉴보이 이너서클' 막내

이 상무는 1972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 91학번이다. 88학번인 김승환 전무와 같은 시기 학교를 다녔지만 재학 시절 인연은 없었던 듯하다. 학사를 졸업할 당시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연세대 대학원 국제경영 석사 과정을 밟다 미국 시카고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이 때 김 전무를 만난 것이 인연이 돼 2007년 아모레퍼시픽그룹에 입사했다. 김 전무가 그룹에 경력으로 발을 들인 지 1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이 상무는 입사 이후 줄곧 전략 부문에서 경력을 쌓았다. 상무로 승진하면서 전략유닛을 총괄하기 전까지 김 전무 밑에서 국내외 시장에서 전사 비전과 중장기 성장 전략을 짜는 업무를 맡아 봤다. 글로벌 신시장 진입을 위한 청사진을 그리는 것도 그가 맡은 역할 중 하나였다. 영어가 유창하고 미국과 유럽, 싱가포르 등 다양한 국가에서 학업을 마친 경험이 도움이 됐다.

이 상무를 잘 아는 관계자는 "주로 앞으로 어떤 글로벌 신시장이 유망 시장으로 부상하고, 이 시장에 들어가려면 어떤 채널 전략을 채택할 지를 분석하는 역할을 맡아왔다"면서 "스마트하고 영어도 유창해 일에서는 회사 안팎의 인정을 받고 있다"고 평했다.

이 상무는 그룹 내에서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그룹 전략기획 디비전이 유닛으로 승격하던 2015년도 정기인사에서는 전략유닛 산하에서 해외 지주 업무를 총괄하는 AGO디비전 상무로 승진했다. 2017년 7월에는 김승환 전무가 인사조직실장으로 발령나면서 전략실장직을 물려 받고 차세대 전략통으로 부상했다.

이 시기 이 상무는 2011년 인수한 아닉구딸 향수 브랜드를 '구딸파리' 신규 브랜드로 리뉴얼해서 중국 시장에 첫 점포를 여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인도 시장에 이니스프리와 라네즈에 이어 에뛰드하우스 브랜드를 추가 론칭하는 것을 결정, 중동과 동아시아에서 에뛰드하우스 브랜드 확산에 기여한 것도 그다.

이 상무는 지난 해부터 아모레퍼시픽그룹 임원 가운데 계열사 임원 최다 겸직자로 등기돼 있다. 김 전무가 겸직하고 있던 10여개 계열사 보직을 그대로 이어받으면서 입사 만 10년 만에 그룹의 핵심 인사 자리를 꿰찼다.


◇글로벌 성장세 주춤…중책 물려 받은 전략실

이창규 전무가 전략실을 물려 받은 시점을 기점으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변화의 전기를 맞고 있다. 전통적인 성장 동력이 돼 줬던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는 데다 글로벌 화장품 시장 트렌드가 급변했다. 김승환 전무가 전략 유닛을 이끌던 시절처럼 신시장 개척에 따른 외형 성장만을 추구하는 시기는 지났다.

전략실도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했다. 2018년 9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증권사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는 이례적으로 배동현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이사, 이상목 경영지원 전무, 이창규 상무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룹 임원들은 좀더 장기적인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단기적인 비용 효율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것이 요지였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국내에서 공장과 연구소를 건설하려던 투자 계획을 보류하고 브랜드와 디지털 채널에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해외 전략도 이때부터 초점을 다시 맞췄다. 사드 사태를 경험하면서 사실상 글로벌 전략의 무게중심을 실었던 중국에서 힘을 빼고 전략 시장을 다변화하기로 한 것이다. 이 상무는 이 자리에서 아세안, 북미, 인도를 신시장으로 꼽았다.

변화는 지난해까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룹은 지난해에는 중국 전략을 여러번 수정했다. 엄청난 고정비를 잡아먹으며 수백여개 점포를 유지하고 있던 이니스프리의 경우 당초 3~4선 도시에서 승부를 보려던 전략을 접고 적자 점포를 대거 철수키로 했다. 성장세가 비교적 유지되는 설화수를 중심으로 디지털 마케팅을 확대하는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하지만 실적으로는 좀처럼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그룹 수뇌부의 속을 태우고 있다. 설상가상 연초 글로벌 경기를 덮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에 그룹은 또 한번 위기를 맞은 상황이다. 동종업계에서는 LG생활건강이 실적 방어에 비교적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타격을 최소화하는데 실패했다. 시시각각 닥치는 위기와 시장 판도의 변화에 그룹 전략실의 고민도 깊어지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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