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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 북미시장 진출 파트너 FI, 엑시트 과정은 IPO서 매각으로 선회…계획 변경 불구 '윈윈'

김혜란 기자공개 2020-07-23 13:52:49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2일 11:3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녹십자홀딩스(GC)가 북미 혈액제제 생산법인 GCBT(Green Cross North America Inc)를 세계 1위 혈액제제 회사 그리폴스(Grifols) 매각키로 하면서 GCBT 투자로 묶인 재무적 투자자(FI)들과의 거래 관계도 정리 수순을 밟게 됐다.

녹십자 입장에선 북미 혈액제제 시장 진출이란 원래 계획은 접었지만, 사업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신사업 투자를 위한 현금을 확보했단 점에서 긍정적이다. 당초 계획이 변경됐지만 FI들도 성공적인 엑시트(투자금 회수) 성과를 달성할 것으로 보여 큰 잡음 없이 윈윈하는 길을 선택했단 평가가 나온다.

앞서 녹십자홀딩스는 2015년 6월 캐나다 퀘백주 몬트리올 혈액제제 공장 착공에 들어가면서 FI들로부터 70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당시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크레디언파트너스와 스톤브릿지캐피탈이 녹십자의 자금 조달에 도움을 줬다.

당시 녹십자홀딩스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FI들의 투자금을 회수할 기회를 열어주겠단 계획을 세웠다. 이후 국내에서 상장주관사 선정 작업까지 착수했지만, IPO 계획을 미뤄야 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혈액제제 임상과 CGMP(미국 FDA가 인정하는 의약품 품질관리 기준) 인증 절차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사업을 시작하려면 설비와 제품에 대한 인증 모두 받아야 하는데 둘다 진척이 잘 되지 않았다.

당초 올해로 예상했던 상업 가동이 언제부터 가능할지도 불확실해졌다. 물론 시간과 비용을 더 들이느냐, 과감하게 정리하느냐 녹십자 입장에선 고민이 깊어졌다. 올해들어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현지 사업을 관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FI의 투자금 회수 문제도 걸렸다.

이런 가운데 GCBT의 상황을 파악한 해외 원매자들이 지난해부터 녹십자 측에 먼저 적극적으로 접촉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혈액제제 시장은 그리폴스 외에 박스터(Baxter)와 CSL 등 세 곳이 주축이 되고 있다. 이 가운데 북미에 따로 공장이 없는 그리폴스의 인수 의지가 가장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도 지난해 말께는 결단을 내렸다. 사업을 정리하고, 매각으로 선회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FI들에게는 당초 계획했던 IPO 대신 제3자 매각을 통해 투자금과 수익을 분배해주기로 했다. 이런 결정에 FI들도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훗날 '잭팟'을 기다리기엔 불확실성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녹십자 입장에서도 무리하게 북미지역 사업을 강행하기보단 과감하게 사업을 접고,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녹십자홀딩스는 전자의무기록(EMR) 업체 유비케어를 인수하는 등 신사업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매각 자금을 활용해 '디지털 헬스케어'를 비롯한 신사업이나 세포치료제 분야에 투자를 더 집중하는 게 그룹 차원에서 더 나은 방향일 수 있었다.

녹십자홀딩스 측이 인수 후보들과 협상을 진행하다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시점은 올해 5월께로 전해진다. 이때부터 매각은 급물살을 탔다. 또 하나의 관건은 올해 초 심각하게 확산된 코로나19 사태였다. 실사조차 진행하기 어려운 상태였지만, GCBT의 매물 가치를 높게 평가한 그리폴스는 약 5500억원의 기업가치를 제시했고 딜이 성사됐다.

당초 그렸던 청사진을 포기해야했던 녹십자와 FI 입장에선 아쉬움이 남을 수 있지만, 글로벌 전략적 투자자(SI)와의 협상을 통해 밸류에이션에 대한 눈높이를 맞췄고, 매각 성사로 녹십자는 수천억원 가량 현금을 확보했다. 이번 딜 성사로 FI들도 투자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두 배가량의 회수 실적을 달성했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임상과 CGMP 승인이 계속 늦어지고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있어 녹십자 입장에선 빠르게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고 본다"며 "녹십자와 함께 투자했던 FI 입장에서도 다른 옵션이 없었을 텐데 높은 수익률을 분배받아 모두 모두 실익을 챙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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