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패션테크 줌인]경쟁사 인수에 300억 쓴 스타일쉐어 '베팅본능'⑦유사전략 패션플랫폼 29CM 인수, 적자지속·자본잠식 부담 감수

최은진 기자공개 2020-11-04 08:04:29

[편집자주]

전통적으로 온라인 침투율이 낮은 의류시장에서 패션테크라는 신조어까지 만들 정도로 승승장구 하는 플랫폼 기업들이 있다. 대형 패션기업은 물론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들도 고전하는 시장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무기로 퍼플오션(Purple Ocean)의 기회를 만들고 있다. 조단위 기업가치로 유니콘 기업으로까지 성장하고 있는 패션테크 강자들을 더벨이 들여다 봤다.

이 기사는 2020년 10월 30일 16: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지마라' 리스크 분산을 위한 당연한 투자원칙이다. 이제 막 자리잡기 시작한 벤처기업이 동종기업을 인수한다면 투자보다 모험에 가깝다.

스타일쉐어의 확장본능은 당연한 투자원칙도 뛰어넘는다. 이제 막 수익구조를 마련해 매출을 내기 시작한 상황이지만 무려 300억원을 베팅해 경쟁사 플랫폼을 인수했다. 결과는 수십억원의 적자와 자본잠식으로 이어졌지만 타겟범위를 넓히겠다는 불굴의 의지는 여전하다.

패션·뷰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독특한 사업모델을 발굴한 스타일쉐어가 제대로 매출을 올리기 시작한 건 불과 2년여 전이다. 판매중개 수수료 및 광고로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벌어들이고 나머지 10% 비중은 PB 및 직매입 실적으로 채운다.

이는 입점 브랜드의 매출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은 있지만 브랜드로서의 영향력은 미미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제 막 매출이 발생한 상황이기 때문에 사업모델이 완전히 안착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여전히 초기안착 비용이 대규모로 지출되면서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일웨어는 별도기준으로 연간 150억원 매출을 벌어들이며 100억원 안팎의 순손실을 낸다. 경상연구개발비·지급수수수료·광고선전비 등 주로 플랫폼을 안착시키고 알리는 데 쓰는 비용이 과도하게 지출된다.

하지만 수익구조가 안착하지 않은 상황에도 스타일쉐어는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현금흐름표를 보면 2018년 투자활동 현금흐름으로 214억원이 순유출 된 것으로 나온다. 종속 및 관계기업 주식 221억원어치를 매입한 게 배경이다.

이는 '29CM'라는 패션 플랫폼을 운영하는 '에이플러스비'를 인수하는 데 쓰였다. 에이플러스비의 최대주주였던 GS홈쇼핑으로부터 지분 100%를 294억원에 매입했다. 재무회계상 분류는 종속기업이다.

29CM를 인수하는 동시에 GS홈쇼핑을 스타일쉐어의 주주로 끌어들였다. 투자를 하면서 동시에 투자를 받는 형태로 파트너십을 맺게 된 셈이다. 대그룹 유통기업을 주주로 끌어들이면서 얻는 기대효익 등을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29CM는 미디어 콘텐츠를 커머스와 결합한 패션 플랫폼이다. 마치 잡지를 보며 쇼핑하는 듯한 경험을 구현한 전략을 쓴다. 무신사와 비슷한 모델이지만, 무신사가 제품 카달로그 전략인 반면 29CM는 콘텐츠에 더 가깝다.

사용자를 기반으로 커머스를 접목했다는 점에서 스타일쉐어와도 유사한 전략이다. 다만 스타일쉐어가 상품에 집중한다면 29CM는 상품보다는 문화와 트렌드 등 콘텐츠에 주력한다는 차이가 있다.

스타일쉐어는 전략이나 철학 등이 자사와 유사하다는 점에 29CM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주요타겟층이 달라 소비자 기반을 넓힐 기회라고도 봤다. 스타일쉐어는 10~20대 여성, 29CM는 20~30대 여성이 주요 타겟이다. 에이플러스비 인수로 스타일쉐어가 접촉하는 연령대 범위가 10~30대로 확대된 셈이다.

물론 각 플랫폼의 개성을 최대한 살리는 차원에서 현재 독립운영 중이다. 상품입점, 서비스 개발, 마케팅 부문에서 전략적 파트너로 협업한다. 지난해 6월에는 양사가 사옥을 합치면서 인적교류도 시작했다.


스타일쉐어가 수백억원의 투자유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300억원 짜리 기업을 인수하는 건 재무적으로 꽤 부담스러운 베팅이다. 현재 에이플러스비는 적자를 내고 있을 뿐 아니라 자본잠식까지 겪고 있다.

에이플러스비는 지난해 매출 150억원을 벌어들였지만 영업적자 10억원, 당기순손실 22억원을 기록했다. 역시 지급수수료 및 광고선전비 등 커머스 사업을 안착시키기 위한 비용이 수십억원 가량 지출되는 탓이다.

부채규모는 300억원으로, 133억원 가량 자본잠식 상태다. 물론 부채의 절반은 실제 차입이 아닌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부여된 상환권이지만 이 역시 향후 자금유출 부담이 따른다.

스타일쉐어 관계자는 "컬쳐 콘텐츠 사업을 확장하고 타겟 범위를 넓히는 차원으로 29CM를 운영하는 에이플러스비를 인수했다"며 "다양한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