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1월 24일 08시0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많은 금융소비자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사모펀드 시장의 추락을 초래한 라임 사태는 근본적으로 금융당국의 무분별한 규제완화 및 정책실패와 무사안일한 감독에 의한 것입니다."최근 터진 A증권사의 내부문건을 두고 해당 금융사는 공식입장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제재를 앞둔 A증권사가 이 문건을 국회의원에게 전달하려 했다는 정황이 함께 알려지며 업계 내부에서도 발칙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런데 이면에서는 '틀린 말도 아니고, 속은 시원하다'는 반응이 공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모펀드 사태로 금융사들은 제 살을 하나씩 내놨다. 볼멘소리는 수면 아래에서만 끓었지만 불만은 하나로 모인다. 금융감독원이 감독자의 역할을 다 했느냐는 물음이다.
금감원은 질문의 답으로 '금감원 독립론'을 꺼내들었다. 예상 밖 패에 금융업계가 술렁였다. 금감원은 사모펀드 사태 때문에라도 독립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독립론의 핵심은 금융위원회로부터의 예산 분할이다. 금융위로부터 독립하지 못해 예산을 충분히 받지 못했고 그래서 책임을 다하기에 버겁다는 논리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독립 계획서를 국회에 제출하겠다며 예산과 조직, 인력이 모두 금융위에 예속되는 바람에 출발부터 '문제의 씨앗'을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금감원이 감독부실의 원인을 금융위의 예산 통제에 돌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금감원이 금융시장 감독자라는 최후의 책임마저 금융위로 떠넘기는 태도를 취하자 금융업계에서는 비판이 이어졌다. 사모펀드 사태를 오히려 방패삼아 잇속을 챙기려 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금감원 전·현직 직원의 라임·옵티머스 연루설은 예산이나 인원 등 외부요소로도 변명하지 못할 내부통제 부실이다.
금감원 독립은 윤 금감원장의 오랜 숙원사업이다. 학자 시절 금감원 독립론을 주장하며 집필한 논문이 이달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금융감독체계 개편 영향분석 보고서에 등장할 정도다. 인사권을 쥔 정부는 금감원장 후보의 정책 비전과 금융학자로서의 성향을 가장 먼저 들여다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금감원 독립론은 금감원장의 개인적 소망이 아닐 수 있다. 안팎에서 잡음이 들리는 데도 금감원 독립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정부는 국정과제로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하겠다는 공약을 걸었다. 내년 5월 만료되는 금감원장 임기를 고려할 때 금감원의 잰걸음도 마음으로는 이해할만 하다.
하지만 작은 조례안조차 염원이라는 정성가치로는 개정하지 못한다. 숙원사업의 의미가 '오래전부터 추진되기를 염원하고 소망한 일'이요, 이 소망이 수장과 수장을 임명한 이들의 꿈이라고 할 지언정 금감원 독립이 소망으로만 이뤄질 일인가. 금감원은 독립을 도와줄 뒷배를 믿기보다 스스로 독립의 자격이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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