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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휴고 보스 경영자 교체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0-12-09 15:45:57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9일 15:4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휴고 보스(Hugo Boss)는 독일의 의류 중심 명품 브랜드다. 역사적으로는 나치당과 독일군 군복을 디자인했던 회사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데 히믈러와 친위대(SS)가 입고 다녔던 검정색 유니폼과 독일군 장교들의 정복이 대표작이다. 창업자 보스는 열성 나치당원으로 활약했고 그 커넥션이 사업에 도움을 주었다. 전쟁 후에 재판을 받았지만 2급으로 분류되어서 큰 처벌은 면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퇴출되어 회사는 사위가 물려 받았다. 회사는 2011년에 “국가사회주의 통치하 휴고 보스 공장에서 고통을 당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발표했다.

연매출 약 30억 유로, 약 1만5천을 고용하는 휴고 보스는 지난 2020년 2월에 영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블루벨(Bluebell Capital Partners)의 타겟이 되었다. 블루벨은 이탈리아인 프란체스코 트라파니가 운영한다. 트라파니는 약 30년간 불가리(Bulgari)의 CEO를 지냈고 2011년에 회사를 43억 유로에 LVMH에 매각한 사람이다. 불가리 외형을 2천5백만에서 13억 유로로 끌어올리고 총 6억 유로를 주주들에게 배당한 실적을 가지고 있다. LVMH에 합류해서는 주얼리와 시계 부문을 맡았다가 2019년에 헤지펀드 블루벨을 창립했다. 투자목표는 잠재력에 비해 저평가된 회사다.

휴고 보스는 브랜드 파워, 양호한 실적과 현금흐름에 비해 자본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기업으로 분류된다. 블루벨은 재무통인 CEO가 지나치게 재무관리에 치중해 품질과 고객을 소홀히 한 것이 저평가 이유라고 보았다. 블루벨은 투자 집행 후에 주주들과 광범위하게 소통하고 CEO 교체가 해법이라는 결론을 내려 CEO의 사퇴를 요구했다.

3월 말, 휴고 보스 CEO는 결국 사퇴하기로 결정한다. 이 소식으로 1분기 동안 50% 하락했던 주가가 2.5% 상승했다. 6월에 신임 CEO 다니엘 그리더가 낙점되었다. 스위스인 그리더는 타미힐피거 CEO 출신으로 패션 전문 경영자다. 가급적 독일인일 것과 준명품(affordable luxury) 회사 경영자로서의 품질관리와 고객소통 역량을 갖출 것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킨 인물이라고 한다. 블루벨은 3~4년의 목표 기간 중 휴고 보스가 전반적으로 구조를 재편하되 아시아지역 확장과 자사주 취득 전략으로 P/E를 개선한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는데 2021년 6월부터 5년 임기로 이 전략을 집행할 경영자다.

트라파니는 CFO 출신 경영자가 패션업에서는 위험하다고 본다. 예컨대 재무전문가들은 10분 정도의 패션쇼에 2천만 유로를 투자하는 업계의 관행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트라파니는 “패션업에서는 상품과 매장과 고객소통이 우선이고 숫자는 그다음에 따라오는 것이다“라는 LVMH 아르노 회장의 말을 즐겨 인용한다. “마법과 숫자 사이의 균형”이 중요한데 휴고 보스는 마법에 약하다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 말은 모든 산업에서 어느 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예컨대 GM의 창업자 듀런트가 성공하지 못하고 슬론이 회사를 물려받았던 이유는 듀런트가 지나치게 투자자와 자본시장에 치중하고 고객과 제품, 기술 개발에 소홀했던 것이었다.

휴고 보스는 매우 특이한 행동주의 사례다. 휴고 보스 지분의 83%를 기관과 일반 투자자들이 널리 보유하고 있고 회사보유 자기주식이 2%, 마조토 패밀리가 15%를 보유하고 있는데 블루벨의 지분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블루벨이 투자 사실을 밝히고 주주들과 소통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CEO가 사퇴하기로 했다. 경영진이 저항하지 않아 이렇다 할 분쟁이나 잡음이 없었다. 아마도 기관들 포함, 주주들이 전반적으로 주가에 불만이었던 것 같다. 마치 헤지펀드가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역할을 요청받은 모양새다. CEO 교체로 거의 1년의 공백이 발생한 상태인데 CFO 출신 CEO가 못마땅해서 교체했지만 내년 6월까지 기존 CFO가 직무를 대리한다. 블루벨이 스스로 장기투자자임을 표방하고 있듯이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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