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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 베팅' 안 먹히는 IPO 주관경쟁 [thebell note]

양정우 기자공개 2020-12-22 14:32:55

이 기사는 2020년 12월 21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IB업계의 상장 주관 경쟁에선 '몸값'으로 승부를 거는 전략이 힘을 쓰지 못했다. 그간 상장 밸류를 과도하게 책정하는 방향으로 상장예비기업의 오너와 경영진에 어필하는 증권사가 적지 않았다. IB 실무진이 기업공개(IPO)를 제안하는 단계에서 '밸류 인플레'가 나오는 이유였다.

달라진 IPO 시장의 기류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주관사 콘테스트에서 먼저 감지됐다. 국내외 증권사에 건넨 주관사 입찰제안요청서(RFP)에 과도한 밸류를 쓰면 아예 '페널티'를 준다는 경고를 적시했다.

SK그룹의 2차전지 핵심 소재 기업인 만큼 증권사 IB 파트의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됐다. 주관사 후보군이 IPO 몸값을 최대한 높이는 전략을 마련하는 게 불보듯 뻔했다. 이 때문에 SKIET는 밸류 인플레에 대한 경고장을 미리 통보하는 강수를 뒀다. 논리 전개와 설득력이 약한 접근법으로 시가총액만 높일 경우 주관사의 자격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내실을 갖춘 기업이라면 몸값만 부풀린 주관사 제안서가 탐탁치 않을 수밖에 없다. 환심을 사려는 오버액션에 눈길을 주기보다 현재 시장의 시각을 확인하는 데 무게를 싣는다. SKIET는 IPO가 빅픽처의 시작점에 불과했기에 객관적 상장 밸류를 진단받는 데 초점을 맞췄다.

초대형 IPO인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의 주관사 경쟁전에서도 '밸류 베팅' 전략이 먹혀들지 않았다. 이들 IPO는 상장 밸류가 10조원을 훌쩍 넘어설 빅딜이다. 마지막 프레젠테이션(PT) 현장엔 증권업계의 수장이 총출동해 제1·2차 '판교 대전'으로 불릴 정도였다.

크래프톤 IPO에선 이례적으로 높은 밸류를 책정한 대형사 A의 행보가 이목을 끌었다. 대표 주관 자리를 맡기에 충분한 역량을 갖춘 데다 눈에 띄는 밸류에이션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대표주관사를 차지한 건 경쟁사였다. 유독 밸류를 높게 책정한 제안서가 선택을 받지 못했다.

카카오뱅크 딜에서도 대표주관사에 오른 건 상장 밸류를 오히려 평균보다 낮게 매긴 증권사였다. 주관사 경쟁전에서 IB업계가 제시한 몸값은 20조원 대였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도 국내 IPO 시장의 '밸류 인플레'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던 것으로 풀이된다.

주관사 각축전에서 밸류 베팅 전략은 실속이 없는 빈말에 불과하다. 주관사 제안서상 상장 밸류가 아무리 높아도 막상 IPO 때는 몸값이 시장의 눈높이로 수렴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상장예비기업과 주관사가 서로 상장 밸류를 놓고 다투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IPO를 준비하는 기업도 이제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뜬구름 같은 밸류를 가려내는 안목이 생기고 있다. 밸류에이션 논리, 에쿼티 스토리 창의성, 세일즈 비교 우위, 리스크 관리 등을 중시한다. 몸값으로 승부를 거는 건 내세울 다른 전략이 없다는 사실을 자인한 결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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