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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이 외면한 쌍용차, '3개월'에 쏠리는 눈 해외은행 명분삼아 사실상 만기 연장 거절, 마힌드라 역할 '주목'

유수진 기자공개 2020-12-23 09:54:41

이 기사는 2020년 12월 22일 08:1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쌍용자동차가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포괄적 금지명령 신청서와 회생절차개시 여부 보류 신청서(ARS 프로그램)도 함께 접수했다. 연체 원리금 규모가 기존 600억에서 1650억원으로 커질 위기에 놓이자 상환 부담 없이 채권자·대주주 등과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산업은행이 은근슬쩍 쌍용차의 손을 놓은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해외 채권은행들이 만기 연장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을 명분 삼아 사실상 쌍용차를 외면한 셈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산업은행은 추가 지원의 선행조건으로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을 강조해 왔다.

쌍용차는 21일 이사회에서 회생절차 신청을 결의한 뒤 즉시 서울회생법원에 관련 서류를 접수했다. 지난 15일까지 해외 채권은행에 갚지 못한 600억원 외에 산업은행(900억원)과 우리은행(150억원)에서 빌린 대출금의 만기가 이날 도래했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으면 당장 22일부터 1650억원에 대한 연체 이자가 쌓이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그간 쌍용차는 JP모건, BNP파리바 등과 만기 연장을 협의해왔으나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그렇다고 운영자금으로 빚을 갚으면 생산과 판매 등 사업에 차질이 자명해 회생절차 신청을 결정했다. 쌍용차는 이미 작년부터 임원 감축, 급여 반납, 복지 축소 등 고강도의 '허리띠 졸라매기'를 실시하고 있어 더이상 줄일 비용도 없는 상태다.

눈에 띄는 건 이날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이 보인 태도다. 이들은 쌍용차 경영진이 독자적인 경영판단으로 기업회생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과 당국은 법정관리 신청 계획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고, 당연히 이번 결정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는 의미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해외 채권은행의 동향을 살피며 대출금 만기 연장을 검토하고 있던 중에 쌍용차가 자체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며 "이젠 연장 검토의 의미가 없어져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금융위원회 등 정부도 참고자료에서 "회생절차 신청은 쌍용차 경영진의 독자적 경영판단에 근거해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자동차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만기 연장을 해줄 수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여 쌍용차가 코너에 몰렸다고 본다. 쌍용차의 연체 차입금 1650억원 중 산업은행의 몫은 900억원으로 전체의 55% 가량이다. 만약 산업은행이 연장을 결정했다면 이번처럼 성급히 법정관리를 신청하진 않았을 거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쌍용차는 대출금 상환 만기를 앞두고 산업은행과도 연장을 논의하려 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해외 채권은행과의 해결을 선행조건으로 못박았다. 대주주인 마힌드라의 책임있는 행동을 유도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해외 은행들은 요지부동했고 결국 쌍용차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활용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 쌍용차가 '배수의 진'을 치면서 산업은행은 일단 고민을 끝내게 됐다. 그동안 주채권은행으로서 추가 지원을 할 수도, 마냥 모른 체 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기본적으로 '원칙론'을 고수했지만 쌍용차 이슈가 일자리나 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때 아예 신경을 끊을 순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법원으로 공이 넘어가면서 한 발 물러난 채로 상황을 지켜볼 수 있게 됐다.

이제 시장의 눈길은 쌍용차가 전략적으로 시간을 번 '3개월'에 쏠린다. 회사의 목표대로 회생절차 개시결정 전 이해관계자간 합의를 이루고 M&A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이 과정에서 현재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어떤 역할을 할 지도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쌍용차가 이 기간 내 미국 HAAH오토모티브나 다른 신규 투자자와 협상을 통해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점친다. ARS 프로그램을 신청했다는 것 자체가 투자 유치 가능성이 있다는 시그널이란 해석이다.

마힌드라 역시 "ARS 기간 중 대주주로서 책임감을 갖고 이해관계자와의 협상 조기타결을 통해 쌍용차의 경영정상화에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전해 기대감을 높였다.

쌍용차 측은 대출금 만기가 계속 도래하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해결에 나서고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특정 은행의 대출금을 해소하더라도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렸다는 의미다.

쌍용차 관계자는 "ARS를 통해 채권자와 자율적 구조조정을 해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며 "지속적으로 투자자를 유치하고 있고 그 밖에 다양한 옵션을 놓고도 채권자들과 적극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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