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실트론, 경쟁사 M&A에 공정법까지 '설상가상' 사익편취 규제 포함, 내부거래 줄이면 경쟁사 수혜…시장 안팎 변화 고려
원충희 기자공개 2021-01-05 08:06:00
이 기사는 2021년 01월 04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실트론이 올해 말부터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대상에 포함된다. 경쟁사 글로벌웨이퍼스와 실트로닉의 M&A로 시장판도가 달라지는 와중에 안팎으로 비우호적 환경이 조성됐다. 규제 회피를 위해 내부거래를 줄이면 일본기업 등 경쟁사 수혜로 돌아가는 만큼 향후 대처를 두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SK그룹은 지난달 9일 국회를 통과한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라 기존 SK디스커버리 외에 7개 계열사가 사익편취 규제대상에 추가된다. 이 가운데 내부거래 규모 200억원 이상, 내부거래 비중 12% 이상인 곳은 SK가스와 SK임업, SK실트론이다.
SK실트론은 과거 LG그룹 소속으로 있다가 매각돼 2017년 8월 SK그룹으로 편입됐다. 이전까지는 내부거래 매출이 없었으나 2018년부터 2053억원, 2019년에는 2765억원 규모의 내부거래 매출이 발생했다. 그 중 2182억원 가량은 SK하이닉스에서, 나머지는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에서 나왔다.
반도체 기초재료인 실리콘 웨이퍼(규소박판) 제조에 주력하는 SK실트론은 글로벌 반도체기업 SK하이닉스와 궁합이 잘 맞는 계열사다. 가장 큰 고객사는 삼성전자이지만 SK하이닉스의 생산규모도 세계적 수준인 만큼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SK실트론이 몸담고 있는 웨이퍼 시장이 판도변화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실리콘 웨이퍼는 전 세계 생산량 가운데 일본업체 비중이 50% 이상이다. 신에츠와 섬코가 각각 26~27%로 1, 2위를 달리고 대만 글로벌웨이퍼스와 독일 실트로닉이 그 뒤를 잇고 있다. SK실트론의 점유율은 대략 9~10%로 5위 수준이다.
이런 와중에 글로벌웨이퍼스가 실트로닉을 37억5000만유로(약 4조9000억원)에 인수키로 했다.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은 32∼35% 수준으로 세계 최대 실리콘 웨이퍼 업체가 탄생하는 셈이다. 시장이 빅3 구도로 재편될 경우 SK실트론은 압도적 규모를 가진 글로벌 업체들 틈바구니에서 새 거래처를 뚫고 외부매출을 늘리는 게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규제수준에 맞춰 내부거래 매출을 줄일 경우 경쟁사들만 좋은 상황이 된다. SK실트론의 양대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일본산 웨이퍼 의존도는 50%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SK실트론이 줄인 물량은 경쟁업체로 흘러들어갈 수 있어 회사 차원은 물론 국익 측면에서도 부정적이다.
SK실트론 관계자는 "고객별 매출 비중은 글로벌 반도체 사업자들의 시장 점유율에 비례하는 구조"이며 "당사는 향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ESG 경영을 가속화하고 뛰어난 제조, 기술, 품질 경쟁력을 기반으로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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