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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 자율성 강조에 녹인 '보톰업' 의지 [2021 승부수]그룹 경쟁력 위기 인식, 톱다운 방식 타파…인적쇄신 효과 강화 차원

최은진 기자공개 2021-01-06 12:37:32

이 기사는 2021년 01월 04일 13:0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신년사에는 항상 '리더'로서의 자신감이 묻어있었다. 유통업계를 주름잡는 대그룹으로서 '위용(威容)'을 토대로 성장동력을 만들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하지만 올해 신년사에서는 리더라는 자부심에 대한 성찰을 강조하며 변화를 독려했다. 세부적으로 임직원 개개인의 자율성을 확보하면서 외부와의 소통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조직의 근간을 이루는 보수성 짙은 선민의식을 타파하고 '보톰-업(Bottom-up)' 방식의 문화로 전환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롯데그룹은 매년 첫 영업일에 시무식을 단행하고 신동빈 회장(사진)의 신년사를 공개한다. 신 회장이 직접 참여하는 경우도 있고 그룹의 시니어 대표이사인 황각규 전 부회장이 신 회장의 신년사를 대독하기도 했다. 계열사별로 오프라인 시무식을 진행하며 이를 공유했다.

올해는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사장이 신 회장의 신년사를 대독하고 임직원들에게는 온라인으로 신년사 전문을 배포했다. 오프라인 시무식은 따로 열지 않는 대신 새롭게 오픈한 그룹포탈 홈페이지를 활용해 모든 사안을 공유했다.

신 회장은 보통 신년사에서 전년도 성과를 치하하고 새로운 한 해에 이뤄야 할 전략과 나아갈 방향을 짚는다. 올해도 이 포맷엔 변화가 없었다. 다만 자찬보다는 성찰이, 사업전략보다는 태도의 변화에 더 초점을 맞췄다는 게 특이점으로 꼽힌다.


올해 신년사에서 신 회장은 그간 자부했던 업계를 선도하던 경쟁력이 유례없는 위기 상황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성찰을 했다. 이는 롯데그룹이 보유한 핵심역량이 급변하는 환경 변화 속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 부분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롯데그룹이 보유한 오프라인 점포 역량은 쓸모가 없었다. 롯데쇼핑이 오프라인 점포의 과감한 통폐합을 결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그간 신년사에서 보여줬던 자신감과는 다른 분위기다. 작년 신년사에서는 업계를 선도하는 '리더'로, 2017년과 2018년에는 '100년 기업'으로 자찬했다.

전년도 성과를 치하하는 대목에서도 신 회장은 별다른 코멘트를 내놓지 않았다. 전대미문의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애쓰는 현장을 봤다는 점에 의미를 뒀다. 롯데그룹의 현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신 회장의 의중이 엿보인다.

해결책은 결국 '변화'였다. 다만 단순한 성장전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예년 수준의 당부에서 벗어나 임직원 개개인의 자율성을 강조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지난해 단행한 인적쇄신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서로 해석된다.

롯데그룹은 그간 '톱-다운(Top-down)' 의사결정 방식을 따랐다.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에 이어 신 회장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리더십이 뿌리내렸다. 황 전 부회장이라는 시니어급 인물을 통해 조직 장악력도 높였다.

하지만 정형화 된 틀 안해서도 충분히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다르게 지금은 신 회장의 성찰대로 롯데그룹 사업구조 자체의 경쟁력이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특정 인물의 리더십이 아닌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최적의 대안을 찾는 '보톰-업' 방식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처음으로 신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임직원의 '자율', '자발'이란 단어를 세번이나 언급한 것도 이를 감안한 표현으로 해석된다. '위기를 극복하는 데 모든 임직원의 자율적 참여가 절실하다', '임직원 모두가 더 많은 자율성을 가질수록 위기 상황에 더 민첩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매년 전사적으로 집중할 특정 전략을 내세우지 않았다는 점도 두드러진다. 작년엔 사업구조 혁신, 2018년과 2019년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2017년엔 질적경영 및 준법경영을 화두로 내세웠다. 각각 당시 최대이슈로 부각되던 사안이었다.

올해 신년사에선 위기 대응책을 마련하자는 것 외엔 달리 내세운 전략이 없다. 이 역시 개개인의 자율적 대응에 호소할 뿐이다. 그룹에서 제시하는 특정 전략에 매몰 돼 개인의 자율성을 박탈하는 것을 경계하고 개인의 능력치를 최대한 키워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대규모 부실을 털어내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밑거름을 다졌다. 이를 기반삼아 올해는 사업구조 개편 및 체질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인적쇄신을 단행하면서 주요 계열사에 젊은 인력을 앉혔다. 요직의 직급을 하향조정하며 임직원들이 격의없이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도 조성했다.

신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인재들이 베스트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힌 것도 개개인의 능력치가 최대한 발휘될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을 최대한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구태(舊態)를 해소하지 않고선 성장동력을 만들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담겨있다.

한편 처음으로 '스타트업'과의 상생 및 소통을 제시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대그룹으로의 엘리트 의식 혹은 선민의식에서 벗어나 신생 벤처기업들과도 적극적으로 손잡고 성장동력을 모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올해 신년사에선 그룹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임직원들의 자율적인 참여를 독려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며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만들고 위기를 돌파하는 차원에서 임직원 개개인의 역량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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