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1월 27일 07시5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 자녀를 많이 둔 부모는 근심, 걱정이 끊일 날이 없다는 뜻의 이 속담. 기업에 비유하자면 다양한 사업을 하고, 조직이 커지는 회사는 늘 트러블이 생기기 마련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겠다. 요즘 카카오가 그렇다.마이데이터 사업에 진출하려는 카카오페이는 2대 주주 알리페이(앤트파이낸셜)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 당장 27일 본허가 심사인데 예비허가도 통과하지 못했다. 내달 5일부터 자산조회 등 마이데이터와 유사한 일부 서비스를 중단해야 할 상황이다.
카카오맵은 사용자들이 알지도 못한 채 민감한 개인정보들을 공개하면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정보량을 늘려 사용자를 끌어들이려 했다는 고의성이 인정되면 과징금에 형사고발을 당할 수 있다.
자녀승계 의혹도 불거졌다. 총수인 김범수 의장이 두 자녀에게 지분을 증여한 데 이어 케이큐브홀딩스란 개인회사의 임직원으로 올려놓은 게 문제시됐다. 케이큐브홀딩스가 카카오의 2대 주주(지분 11.26%)라는 점에서 더 논란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안 좋은 뉴스들. 그동안 잠재된 문제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과거 벤처기업 시절 해보지 않았던 고민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 덩치가 커지고 사업은 다채로워지고 있으나 내부통제나 대외소통에는 아직 대기업다운 면모를 보이지 못한다고 할 수 있겠다.
카카오가 준대기업(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고 언택트 수혜를 받아 시가총액 톱10 안에 들어가면서 견제의 고삐도 더 강해졌다.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내·외부의 바뀐 시선과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미숙한 부분을 안에서도 체감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회 설치는 그런 점을 인지하면서 시작했다.
결국 촘촘한 내부 컴플라이언스 체계와 더 많은 소통이 답이다. 카카오맵의 정보공개가 위법성이 될 수 있는지 내부시스템이 먼저 포착해 점검했어야 했다. 케이큐브홀딩스와 자녀 주식증여도 '개인적인 일'로 치부할 게 아니었다. 시장은 오너기업에서 총수의 지분·가족과 관련된 이슈를 '개인적인 일'로 보지 않는다.
카카오 같은 혁신 대기업은 기존 재벌과 무엇이 다른가. 사회가 카카오에게 요구하고 있는 걸 한줄로 축약하면 이렇다. 감시자가 더 많아진, 새로운 환경을 맞이하면서 그에 걸맞은 시스템과 대응, 방향성을 제시해야 하는 시기다.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가는 성장통이다. 시장은 자신만의 문화를 지키며 어른기업이 되는 법을 깨우친 카카오를 기대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김화진칼럼]영국 RBS
- '환경 변화 고려' CJ제일제당, 그린바이오사업 계속 키운다
- [DN솔루션즈 IPO]고심끝 상장 철회…비우호적 시장 환경에 '결단'
- [i-point]신테카바이오, ‘2025 글로벌 IP 스타기업’ 선정
- [i-point]채비, 서울시 전기버스 충전 인프라 확대 사업자 선정
- [영상/Red & Blue]현대엘리베이터 '주주환원, 리포트, 실적' 삼박자
- 기지개 켜는 인성정보의 '헬스케어'
- [i-point]인텔리안테크, 정부 저궤도 위성통신망 구축 '핵심'
- [NHN 리빌딩]'아픈 손가락' 콘텐츠, 더디지만 잠재력 확신
- [영상]‘메타가 탐낸’ 퓨리오사AI의 백준호 대표에게 들었다…회사의 향후 계획은
원충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이사회 분석/한화오션]지분 파는 2대주주 산은, '의결 참여권' 향방은
- [지배구조 분석/한진칼]외부주주들 영향력 확대, '양날의 칼' 우군
- [Financial Index/금융지주]자본력 풍족한 KB, 보완자본 의존도 큰 우리
- [지배구조 분석/신영증권]자사주만 51%, 소각 못하는 이유
- 코리안리의 지배구조 시험대
- [지배구조 분석/코리안리]원종규의 오너십, 자사주+백기사 '이중방벽'
- [지배구조 분석/두산]오너 개인보다 가문…'친족경영'으로 지배력 보강
- [지배구조 분석/엔씨소프트]김택진, 지분 희석 보완책 '백기사'
- [지배구조 분석/네이버]지분에 기대지 않는 창업자 이해진
- [2025 대한민국 사외이사 인식 조사]10명 중 4명은 겸직…사외이사 인력풀 확대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