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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내부거래 사각지대 점검]구광모 회장, 일감 몰아주기 '무결점 LG' 명성 이어가나⑤'서브원·판토스·CNS' 선제적 지분 매각…공정위 '지주사 수익구조 스탠스' 변화 촉각

박상희 기자공개 2021-02-04 09:44:49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1일 16:0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그룹은 2003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했다. 거버넌스에 100% 정답이란 없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지주사 전환을 장려하면서 지주사 체제는 국내 기업 지배구조의 모범으로 꼽혀왔다. LG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측면에서도 모범생으로 손꼽힌다.

사익편취 금지 규제는 오너일가의 승계 재원 마련 차원에서 종종 활용되는 부당 내부거래를 막기 위해 시행됐다. 일찌감치 지배구조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승계 플랜을 세워둔 LG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었다. 공정위가 시스템 통합(SI) 및 물류기업 등을 겨냥하자 LG 오너일가는 선제적으로 보유 지분 매각에 나서기도 했다.

◇지주사 ㈜LG, 규제 대상기업 재포함, 내부거래 비중 43%

지난해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LG그룹은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가 '제로'다. 재계 10대 대기업집단 가운데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이 전무한 곳은 포스코그룹 등 총수가 없는 곳을 제외하면 LG그룹이 유일하다.

종전에는 총수일가가 지분을 30% 이상(상장사 기준, 비상장사는 20% 이상) 보유한 계열사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었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으로 ‘총수일가 지분 20% 이상인 상장·비상장 계열사'와 ‘이들 계열사가 지분을 절반 넘게 가진 자회사'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확대됐다.

재계 3위 SK그룹의 경우만 하더라도 규제 대상 기업이 SK디스커버리 딱 1곳에 그쳤다. 그마저도 내부거래 비중은 제로였다. SK그룹도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 이전까진 일감 몰아주기 규제 관련 청정구역으로 불렸다. 규제 대상 기업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LG그룹의 경우 무결점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처음부터 LG그룹의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이 '제로'였던 것은 아니다. 지주사로 전환한 경우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사의 경우 오너일가 지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지주사인 ㈜LG의 경우 2019년 5월 공정위 발표 당시만 하더라도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1년 후인 2020년 5월 기준으로는 제외됐다. 사유는 총수일가 지분율 감소다. 같은 시기 이스트애로우파트너스도 친족 독립경영이 인정되면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2020년 5월 1일 기준 ㈜LG의 총수 지분율 14.72%, 일가 지분율 14.39%로, 오너일가가 보유한 총 지분율이 29.1%(공정위 기준)였다. 총수일가 지분율 30% 이상(상장사) 기준에 해당하지 않았다. 이후 구 회장은 2019년 12월 별세한 조부 고(故) 구자경 명예회장이 보유하던 ㈜LG 주식을 상속 받으면서 지분율이 15.65%로 늘어났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으로 ㈜LG도 다시 규제 대상이 됐다.

LG그룹 관계자는 "㈜LG가 다시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된 것은 오너일가 지분율 변동 때문이 아니라 공정거래법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정위, 지주사 내부거래 겨냥할까

2019년 말 기준 ㈜LG의 내부거래금액은 3822억원으로, 전체 매출액(개별기준 8746억원)의 43.7%에 해당한다. 지주사인 ㈜LG는 자회사로부터 수취하는 브랜드 로열티와 배당금 등을 주요 수익원으로 한다.

공정위는 2018년 지주사의 내부거래를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지주사는 배당, 브랜드 수수료, 부동산 임대료, 컨설팅 수수료 등이 주요 수익원인데 배당외수익과 관련된 거래는 전부 수의계약이었고 소액 거래가 많아 대부분 이사회 의결도 거치지 않았다는게 공정위의 지적이었다. 다만 이후 공정위에서 지주사의 내부거래를 조사하고 제재한 적은 없었다.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제재를 담당하는 부서는 기업집단국이다. 기업집단국의 평가기한은 2019년 9월께 2년 연장돼 오는 9월 존폐 여부가 결정된다. 존립할 경우 사각지대에 있던 기업과 지주사 수익구조를 들여다 볼 가능성이 높다. ㈜LG는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지주사로 전환한만큼 공정위의 1호 지주사 조사 타깃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SI나 물류업체에 초점이 맞춰져 왔는데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을 계기로 지주사가 규제 대상에 대거 포함됐다"면서 "새롭게 지주사를 겨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S&I코퍼레이션·LG스포츠·LG경영개발원 "내부거래 비중 높지만 안전지대 평가"

LG그룹은 ㈜LG를 포함해 사각지대에 있던 기업들이 새롭게 규제 대상이 돼도 공정위 사정권에 들어오는 계열사가 4개에 그친다. 다른 대기업집단 대비 현저하게 낮은 수치다.

㈜LG의 100% 자회사인 S&I 코퍼레이션, LG스포츠, LG경영개발원 등이 새롭게 규제 대상에 추가될 전망이다. 오너일가가 직접적으로 지분을 소유하는 것은 아니고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사의 자회사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 경우다.
*출처: 공정위
이들 기업의 내부거래 비중은 높은 편이다. S&I코퍼레이션의 경우 2019년 전체 매출(개별 기준) 1조7006억원 가운데 70%에 가까운 69.97%가 내부거래다. LG스포츠의 경우 44.30%다. LG경영개발원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99.06%에 이른다.

다만 이들 기업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공정위 타깃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부당지원 행위 제재 규정은 일감 몰아주는 회사가 일감 받는 회사에 현저하게 유리한 가격 조건으로 일감을 줬다는 점을 입증해야 회사 처벌이 가능하다. 내부거래가 발생하더라도 효율성이나 보안성, 긴급성 같은 명분이 입증될 경우 제재 대상이 되지 않는다.

재계 관계자는 "사익편취 규제 기업이나 사각지대 기업 가운데 내부거래 금액이 많거나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공정위의 조사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 일었던 계열사, 예외 없이 지분 매각 단행

LG그룹은 사익편취 대상 기업이 적은 곳으로 손꼽히지만 내부거래 금액이 적거나 비중이 낮은 것은 아니다.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LG그룹은 2015년부터 2019년을 기준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많이 감소한 대기업집단으로 꼽힌다.

내부거래 비중은 2015년 말 14.7%에서 12.6%로 2.1%포인트(p) 감소했다. 금액은 16조8000억원에서 15조4000억원으로, 1조4000억원 감소했다. 사유는 △모바일사업 비즈니스 축소 △ LCD 가격 하락 △디스플레이 시황 악화 △서브원 계열제외 등이 꼽혔다.
*출처: 공정위
가장 눈에 띄는 건 서브원 계열 제외다. LG그룹은 2018년 11월 기업소모성자재(MRO) 기업 서브원 지분 60.1%를 사모펀드 어피너티에 매각했다. 매각금액은 6021억원이다. 그로부터 한 달 뒤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보유하고 있던 종합물류기업 판토스의 지분 19.9%(1459억 원)를 미래에셋대우에 팔았다. 2019년 11월에는 ㈜LG가 보유한 LG CNS 지분 35%를 1조원에 사모펀드 맥쿼리PE에 매각했다.

서브원과 판토스, LG CNS 모두 일감 몰아주기 이슈 관련 논란이 일었던 계열사다. 2017년 문재인 정부 들어 대기업집단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조가 강화되자 기업이 취할 수 있는 가장 막강한 조치인 지분 매각을 단행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오너일가가 보유한 지분율을 기준으로 적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제적인 매각 조치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원천을 차단한 셈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우려가 있는 계열사들의 지분을 선제적으로 매각 함으로써 논란을 해소하는 동시에 해당 기업들이 본연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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