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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꼴' 라임-DLF 사태, 제재수위 왜 갈렸나 부실 인지 여지 어느 쪽이 더 컸나 판단에 갈린 징계

손현지 기자공개 2021-02-08 07:59:05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5일 11:3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DLS)와 라임펀드 사태는 거의 다를 게 없어 보이는 사건이다. 하지만 두 가지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은행권 책임자(CEO)의 징계 수위는 서로 달라 그 배경이 관심을 끈다. 특히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당시 우리은행장)을 향한 징계 수위가 갈린 게 의문을 키웠다.

우선 작년 DLF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문책경고'를 받았던 손 회장은 불과 1년 뒤 라임 사태로 한단계 높은 '직무정지'를 통보 받았다. 직무정지는 중징계 최고 수위인 '해임권고' 직전 단계다. 징계 수위는 해임권고·직무정지·문책 경고·주의적경고·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업계에서 직무정지는 사퇴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카드사 정보 유출이나 증권사 배당사고 등 직무 정지를 받았던 CEO들 대다수도 제재 이후 사퇴를 결정하곤 했다. 현직 은행권 CEO에게 직무정지 처분이 내려진 건 2014년 'KB사태'를 야기했던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 이후 처음이다.

내막을 보면 DLF·DLS보다 라임사태와 결부된 은행(판매사)의 내부통제 부실의 책임을 더 크게 봤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DLF·DLS 대규모 투자손실의 경우 제품 설계·구조상의 문제여서 발생한 '불가피한 사태'란 인식이 어느 정도 있다. 해당 상품의 기초자산인 해외 국채금리가 급락할 지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미국이나 독일이 망하지 않는 한 원금 손실은 없다'고 설명하며 특정 상품을 팔았고, 소비자들도 그런 인식과 신뢰를 갖고 투자를 한 상황에서 발생한 손실이다.

반면 당국은 라임펀드 경우 은행들이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고 판단한다. 금감원은 작년 6~7월 신한·우리은행 부문검사를 통해 문제가 됐던 라임무역금융펀드가 계약 당시 상당한 부실이 있었다는 점이 입증됐다는 입장이다. 라임무역금융펀드는 레버리지(차입)를 활용한 운용방식 등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매우 높은 1등급 위험 상품이었다.

상품에 대한 내부통제만 튼실했다면 라임펀드가 '사기'에 가까운 부실상품인지 여부를 은행들이 충분히 식별할 수 있었을 것이란 게 금감원 판단이다. 이를 검증없이 판매상품으로 선정한 건 소비자보호를 위한 장치가 부실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설령 판매 당시 부실을 몰랐다 하더라도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라는 민법상 법리에 따라 볼 때 펀드운용 과실에 대한 책임은 100% 판매사에 있다는 논리다.

무엇보다 가장 적극적으로 라임펀드를 판매했던 우리은행의 경우 '알고도 판매했다'는 게 금감원의 주장이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부문검사를 통해 살핀 결과 기초자산 부실 정황을 사전에 감지한 이후에도 펀드 판매를 감행했다고 봤다. 높은 수수료를 목적으로 영업점 위주로 판매가 강행됐다는 것이다.

금감원이 DLF 문제를 두고서는 문책경고를 한 손 회장(라임펀드 판매 당시 우리은행장)에게 라임펀드와 관련해서는 보다 급이 높은 '직무정지'란 초강수를 둔 이유다. 금감원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에 따라 사기적 부당거래 및 부당권유 행위에 해당했다는 판단까지 가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은 전문성을 갖추고, 이를 기반으로 고객들에게 신뢰를 줘야하는 1금융사"라며 "설령 판매 당시 라임운용사의 사기 의도를 전혀 몰랐다 하더라도, 부실펀드를 식별하지 못한 책임 역시 크다"고 판단했다.


라임사태 피해 파장이 다른 사모펀드에 비해 크다는 점도 고려했다. 라임펀드의 총 판매액은 1조6679억원 규모다. 젠투펀드(1조900억원), 옵티머스펀드(5565억원), 디스커버리펀드(2727억원),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1645억원) 중에서도 가장 영향력이 컸다는 분석이다.

라임펀드의 피해자 상당수가 개인고객이란 점도 징계수위를 높인 배경이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판매한 라임펀드 규모는 각각 2531억원(판매액의 71%), 1697억원(판매액의 40%)이었다. 은행들은 투자자의 원금을 지키는 게 아니라 비이자수익원인 수수료 수익을 내는데 집중했다는 지적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이를 이유로 다른 사모펀드 사태보다 라임사태에 유독 엄격한 잣대를 뒀다는 후문이다. 최근 임원들에게도 라임사태 고강도 징계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DLF사태와 달리 금융지주사인 신한금융지주를 제재 대상자에 포함시킨 것도 그 일환에서 볼 수 있는 일이다. 금감원은 신한지주에는 기관경고를,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에게는 주의적경고를 사전 통보했다.

신한금융지주는 판매사가 아니다. 자회사들을 관리, 경영하는 지주사다. 그런데도 징계를 받은 이면에는 지주회사가 매트릭스 체제를 구축했으나 사모펀드 등 고위험 상품 판매와 관련한 자회사의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는데 소홀했다는 논리가 담겨있다. 자회사인 신한금융투자(3248억원), 신한은행(2769억원)의 라임펀드 판매규모는 전체의 36%의 비중을 차지한다.

이와 관련 하나은행 역시 중징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라임펀드 판매액은 비교적 적지만 다양한 사모펀드 사태에 엇물려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금감원 부문검사가 신한과 우리(6~7월)에 비해 비교적 늦은 작년 12월 이뤄진 만큼 4월 초쯤 사전제재안이 통보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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