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의 기부 선언, 카카오 '탈오너기업' 전조 대주주 지분 희석 가속화…궁극적으로 '총수 없는 대기업' 양상
원충희 기자공개 2021-02-09 07:37:04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8일 17시3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재산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가 보유한 카카오 지분 13.8%(1217만631주)이나 케이큐브홀딩스의 자산까지 포함될 경우 오너십이 약화될 수 있는 행보다. 이를 두고 카카오가 궁극적으로 오너기업을 벗어나 애플 같은 '총수 없는 대기업' 양상을 띨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김 의장은 8일 카카오 및 계열사 전 임직원에게 보낸 신년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IT재벌들의 부의 사회 환원을 연상케 하는 선언이다. 구글 창업자들은 자선재단을 통해 1조원을 기부하겠다는 구상을 공개했으며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도 평생에 걸쳐 보유주식 99%(약 52조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의 행보 역시 이와 비슷하다.
일각에서는 '재산 절반 이상'이라는 단어에 주목하고 있다. 김 의장의 재산 중 가장 큰 부분은 카카오 주식이다. 직접 보유한 주식 1217만주, 개인회사 케이큐브홀딩스가 가진 주식 992만9467주(지분 11.1%) 통틀어 1114만7098주(24.9%)다. 현 시가로 10조원 가량 된다. 절반이라면 5조원 이상을 뜻한다.
실제로 김 의장은 주식 기부를 자주하는 편이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아쇼카 한국재단에 주식을 매년 1만주씩 기부했다. 2019년부터는 케이큐브홀딩스가 아쇼카 한국과 기부약정을 맺고 카카오 주식 총 2만주를 2년에 걸쳐 나눠 기부하고 있다.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에도 2016~2018년 3회에 걸쳐 3만주를 증여했다. 작년 초에는 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해 1만1000주를 내놓았으며 8월에는 집중호우 피해복구 목적으로 2800여주를 기부했다.

덕분에 카카오-다음 합병 직후 1257만주였던 그의 주식은 1250만주로 줄었다. 최근에는 33만주를 자녀와 친·인척에 증여하면서 더 감소했다. 물론 김 의장이 지배력이 약화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절반 이상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케이큐브홀딩스 지분까지포함할 경우 12%까지 줄어들 수 있다. 12%도 카카오 주요주주들(국민연금 8.85%, 텐센트 6.35%)을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자녀 상속·증여 과정을 거치면 지분율은 더 희석될 수밖에 없다. 최대주주 할증(20%)과 최고세율(50%)이 적용된 후 김 의장의 두 자녀에 넘어갈 지분은 각각 5%를 넘지 못한다. 결국 오너십이나 경영권 세습을 염두에 두는 총수라면 기본적으로 지분율 희석을 기피한다.
이런 점에서 김 의장의 색다른 면모가 돋보인다. 카카오의 차후 지배구조 변화도 엿볼 수 있다. 공익재단에 특정기업 주식을 5% 넘게 기부하면 증여세가 부과되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주식자산은 여러 재단이나 공익법인 등에 소액으로 나눠질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오너십 희석의 속도도 빨라진다. 궁극적으로 가면 '총수 없는 대기업'의 양상을 띠게 된다.
기업지배구조 한 전문가는 "김 의장의 주식 기부는 기존 재벌과 다른 색다른 면모이나 당장의 지배구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이런 행보를 감안하면 카카오는 궁극적으로 오너기업을 벗어나 애플 같은 총수 없는 대기업을 지향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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