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의 5조 기부 선언, 구글·페북처럼 못하는 이유 공익법인 통한 증여 60% 세금 부과…개별 후원·소셜벤처 대안 거론
원충희 기자공개 2021-02-10 08:23:28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9일 10시1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글은 자사의 자선재단을 통해 1조원을 기부하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유한책임회사(LLC)를 세워 보유주식 99%(약 52조원)를 내놓기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재단을 설립해 직접 운영하고 있다.재산 절반 이상을 내놓기로 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이 같은 방식을 택할 수 있을까. 구글이나 페이스북 사례를 적용하긴 힘들 전망이다. 국내 법규상 공익법인을 활용한 사회공헌 활동에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결국 사회문제 전문가나 단체를 선정해 직접 후원할 공산이 크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상 재단 등 공익법인에 특정기업 주식을 5% 넘게 기부하면 최대 60%까지 증여세를 물린다. 재단을 통한 변칙 증여·상속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미국은 20% 이하의 지분에 과세를 하지 않으며 일본은 상한선이 50%, 독일은 그런 제한이 없다. 이는 공익법인 활용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주식을 처분해 현금을 기탁해도 쉽게 활용하지 못한다. 공익법인에는 고유재산(원금)을 건드리지 않고 운용수익만 활동에 쓰도록 한 원금보존 규제가 있다. 금리가 연 20%를 넘었던 1970년대 만들어진 이 규제는 40년간 유지되고 있어 지금 같은 저금리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김범수 의장이 자사 재단인 카카오 임팩트나 개별 재단을 설립해 운영하는 방식도 리스크가 크다. 공익재단을 통한 오너가의 편법승계 이슈에 휘말려 기부활동의 뜻이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단에 기탁하는 지분은 5% 미만까지 세금이 면제되고 있어 다수의 대기업집단은 자사 재단이 5% 미만의 지분을 보유토록 해 지배력 확보에 이용하고 있다.
김 의장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수월한 방법은 일단 지금처럼 1만주 단위로 소액지분으로 해당 전문가들이나 단체를 후원하는 것이다. 그는 이전부터 이런 방식의 기부를 자주 활용했다. 아쇼카 한국재단,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에 주식을 기부할 때도 2만~3만주를 매년 1만주씩 몇 년에 걸쳐 나눠 증여했다.
성공신화를 이룬 벤처인답게 소셜벤처 투자도 택할 수 있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가 3세인 정경선 루트임팩트 창립자다. 그가 설립한 루트임팩트는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이를 해결하려는 사람들(Change maker)을 발굴·지원하는 소셜벤처 후원단체다.
김 의장 역시 체인지 메이커 같은 사회문제 해결에 관심이 있는 전문가들을 모아 후원하는 방식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있다. 뜻 있는 사람들로부터 제안서를 받아 선별, 사무공간과 활동비용 등을 지원하는 식이다. 이러면 세금 및 승계이슈, 자산 활용 제약을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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