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달라진 웨이퍼 공급사 순위…SK실트론 수혜 섬코·GW 제치고 주요 매입처 등극…하이닉스 거래비중은 되레 줄어
김혜란 기자공개 2021-03-09 08:15:56
이 기사는 2021년 03월 08일 08시1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웨이퍼(실리콘기판) 최대 조달처로 SK실트론이 등극했다. 기존 단골이었던 일본 섬코(SUMCO)와 대만 글로벌웨이퍼스(GW)는 후순위로 밀렸다. 웨이퍼의 공급처 다변화를 노리는 삼성전자와 웨이퍼 품질 개선에 집중해온 SK실트론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윈윈이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재계에 따르면 SK실트론이 삼성전자로부터 올리는 매출 비중은 2017년 이후 지금까지 30% 초반대 수준을 유지해왔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의 지난해 3분기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주요 매입처 목록에 SK실트론이 올랐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 이전까지 삼성전자는 반도체(DS) 부문 웨이퍼 원재료 공급처로 섬코, 글로벌웨이퍼스 순으로 기재했다. 2017년 8월 SK가 ㈜LG로부터 실트론을 인수한 뒤인 2018년과 2019년 사업보고서에도 웨이퍼 주요 매입처는 항상 섬코와 글로벌웨이퍼스가 올랐다.
삼성전자는 각 사업부문 원재료 공급처의 경우 전체 공급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일정 비율을 넘어선 곳만 주요 조달처로 이름을 공개한다. SK실트론도 과거 LG실트론 시절부터 삼성전자의 실리콘 웨이퍼 주요 조달처였지만 전체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내부공시 기준을 넘지 않아 별도로 이름이 공개되지 않았다.
아직 SK실트론의 사업보고서가 나오지 않아 전체 규모를 알 수 없지만 지난해 3분기(누적) 기준 삼성전자로부터 발생한 매출은 4290억원이었다. 전년 동기(3758억원) 대비 14%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SK실트론이 SK하이닉스와의 거래에서 올린 매출은 2019년 3분기 누적 3242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2940억원으로 9%가량 줄었다.
웨이퍼 공급사 순위가 바뀐 데는 2019년 한일 경제갈등 여파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조달처 다변화 전략을 재점검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웨이퍼는 일본의 수출금지 품목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로선 조달처 다변화 필요성이 부각됐다. 이에 삼성전자는 대만 글로벌웨이퍼스 물량을 늘리기도 했으며 이후 SK실트론 조달량을 확대했다. SK실트론의 웨이퍼 품질이 그만큼 개선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SK실트론 입장에서도 이 같은 상황은 호재다. SK실트론은 2017년 주인 LG그룹에서 SK그룹으로 바뀌었지만 일감몰아주기 이슈 탓에 계열사 SK하이닉스 매출 비중을 공격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특히 SK실트론은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라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새롭게 추가돼 내부거래 비중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현재 웨이퍼 시장은 5개 업체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데, SK실트론은 이 중 5위다. 일본기업인 신에쓰와 섬코가 시장점유율 1, 2위를 달리고 대만 글로벌웨이퍼스, 독일 실트로닉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현재 같은 그룹사인 SK하이닉스는 5대 메이저 업체들 모두로부터 웨이퍼를 공급받고 있다.
여기에 경쟁사인 대만 글로벌 웨이퍼스와 독일 실트로닉이 합병하면서 SK실트론은 압도적 규모를 가진 글로벌 업체 '빅3'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SK하이닉스 거래 비중을 높이기 어려워진 와중에 삼성전자 매출 비중이 증가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SK실트론 측은 "반도체사들마다 필요로하는 웨이퍼 스펙이 있고 웨이퍼사들은 그 스펙을 맞추기 위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고객사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연구·개발을 진행한다"며 "여기에서 성과가 나올수록 매출 비중이 올라갈 수 있는 구조여서 의도적으로 한 고객사의 매출 비중을 줄이거나 높이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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