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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FI 갈등]부풀린 가치평가 '징역' 판례, ICC 중재 변수 될까공정가치 허위보고 처벌 사례 있어…위반 법령, 주요 논리 상당수 '일치'

이은솔 기자공개 2021-03-24 07:32:07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3일 15: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교보생명보험과 재무적 투자자(FI)인 어피너티컨소시엄의 분쟁을 중재할 국제상업회의소(ICC) 청문회가 종료됐다. 소명 절차는 끝났고 이제 ICC의 중재 결정만이 남았다.

업계에서는 어피너티와 안진 측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ICC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과거 유사한 사례에서 공인회계사법 위반으로 실형이 선고된 판례도 있어 눈길을 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제상업회의소(ICC)가 진행한 2차 청문회는 지난 21일 종료됐다. 당초 15일부터 19일까지 5일간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이틀이 연장됐다. 중재 판결 전 마지막 절차인 만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어피너티컨소시엄 양측 모두 총력을 다했을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과 FI 사이의 분쟁은 신 회장 측에 다소 불리한 상황으로 평가됐으나 검찰이 어피너티 컨소시엄 측 임원과 안진회계법인의 회계사를 기소하면서 반전을 맞았다. 어피너티 컨소시엄 측의 풋옵션 가격 산정이 부당하다는 신 회장 측 논리를 검찰이 지지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검찰 기소 소식이 알려지자 어피너티 컨소시엄 측은 기소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반박했다. 하지만 과거에도 공인회계사가 비상장사의 가치평가를 부풀린 사례에 대해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한 판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판례는 10여년 전 사건이지만 최근 교보생명의 공정가치(FMV) 산정 관련 기소 사례와 위반 법령이나 주요 논리가 상당수 일치해 해당 판례가 ICC 중재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2010년 공인회계사 3명은 회사의 청탁을 받고 실제 가치보다 부풀린 가치평가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받았다. 의뢰인은 15억원에 매입한 회사를 더 비싸게 주고 산 것으로 꾸미기 위해 가치를 200억원에 맞춰 평가해달라고 청탁했다. 이에 따라 회계사들은 해당 회사의 가치가 200억원 내외라는 가치평가보고서를 작성했다.

재판부는 "객관적 교환가치보다 현저하게 높은 가격으로 평가하고 금품을 수수했다"며 "의뢰인과 회계법인이 공모해 자산양수도 평가의견서를 공시함으로써 허위보고한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당시 처벌의 근거가 된 법 조항은 교보생명 건을 둘러싼 검찰의 기소 사유와 정확히 일치한다. 법원이 회계사들을 처벌한 근거는 공인회계사법 15조 3항, 22조 4항 위반이다. 검찰이 안진 회계사 3명과 어피너티 컨소시엄 측 임원 2명을 불구속 기소한 사유도 이 조항이다.

각각 ‘공인회계사는 허위보고를 해서는 안된다’, ‘직무를 행할 때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이나 이익을 약속하거나 위촉인이 사기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부당한 금전상의 이득을 얻도록 이에 가담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과대평가한 회계용역의 대가로 지급된 용역비를 '부당이득'으로 본 것도 동일하다. 재판부는 "청탁을 받고 그 사례금으로 송금받은 금액"에 대해 "공인회계사의 직무를 행할 때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인정했다. 교보생명 사례에서도 검찰은 어피너티 컨소시엄 측이 딜로이트안진 측에 제공한 용역 수수료 자체를 부당이득으로 인식했다.

의뢰인 측에 회계 보고서를 유리하게 작성하는 것을 '관행'으로 볼 수 없다는 내용도 판결문에 포함돼 있다. 안진 회계사들이 기소되자 회계업계에서는 의뢰인이 비용을 내고 용역을 주는 이상 의뢰인 측에 유리한 결과가 산정되는 것은 관행이라는 반론이 제기됐다.

판결문에서는 "공인회계사가 허위보고를 하는 계기는 대부분 평가 의뢰자의 부탁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경우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허위의 평가보고서가 범람할 우려가 있어 법의 목적을 전혀 달성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의뢰인의 부탁을 받고 가치평가를 유리하게 산정한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물론 차이점도 존재한다. 우선 이 경우 회계 용역비가 일반적인 경우보다 3배 가량 높았다. 반면 어피너티 컨소시엄 측은 딜로이트안진에 제공한 용역비가 통상적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회계법인이 부풀려 산정한 금액과 실제 기업가치 사이의 괴리도 이 사례가 교보생명 사례보다 컸다. 해당 회계법인은 15억원에 매입한 기업을 약 200억원으로 평가해 10배 이상을 부풀렸다. 신 회장과 어피너티 측이 판단하는 교보생명의 기업가치는 2배 가량 차이가 난다.

어피너티 컨소시엄 관계자는 "교보생명의 공정가치 측정을 위한 회계용역 선정시 딜로이트안진을 포함해 총 3개의 회계법인이 응찰했다"며 "회계법인의 규모와 가격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안진을 선택한 것으로 특정 회사에 특혜를 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어피너티와 안진 측의 기소와 더불어 유사한 사례에 대한 처벌 판례까지 제시될 경우 공정가치 산정 과정이 부당하다는 신 회장 측의 주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ICC의 중재 결과는 6개월에서 1년이 소요돼 빠르면 올해 9월께 결론이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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