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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모니터/LG]달라진 구광모호, ESG 경영시계 빨라진다ESG 경영 원년...20년전 G(지배구조) 부문 선도적 개선

조은아 기자공개 2021-04-14 10: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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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survival)은 인간과 같은 생물에게만 적용되는 말은 아니다. 기업도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아서 변화하고 혁신하고 적응하지 않으면 한순간 도태돼 사라질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코로나 19 팬데믹을 계기로 친환경(E)·사회적책임(S)·지배구조(G)를 합친 단어인 'ESG'가 2021년 국내 재계의 최대 화두가 됐다. ESG 경영을 천명하고 실제로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소비자와 투자자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외면받는 시대가 도래했다. '생존의 시대', 기업들의 ESG 철학과 경영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6일 11:2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LG그룹에는 보수적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LG그룹은 변화에 둔감하고 조용한 것 같으면서도 결정적 순간에는 결단력을 보여줬다. 많이 걷지는 않아도 한 번 걸을 때마다 보폭이 컸던 셈이다.

ESG 경영 역시 마찬가지다. LG그룹은 2003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지주사 체제를 도입하면서 지배구조(G) 부문에서만큼은 선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년 가까이 흐른 지금 다시 계열 상장사들이 모두 ESG 위원회를 설치하면서 남보다 큰 걸음을 내디뎠다.

◇10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계열 상장사 ESG 위원회 도입

올들어 10대 그룹 가운데 8곳이 지주사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회사에 ESG 위원회를 신설했거나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LG그룹은 이 가운데 유일하게 모든 상장사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았다. LG그룹은 상반기 안에 ㈜LG를 비롯한 LG그룹 13개 상장사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신설키로 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LG그룹이 구상하는 ESG 위원회는 위원 전원이 사외이사로 구성되고, 각사의 대표이사들도 참여하는 방식이다. 사외이사 가운데 일부만 참여하거나 대표이사가 아닌 사내이사가 참여하는 기업도 있는 반면 LG그룹은 위원회 구성에서부터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예를 들어 ㈜LG에서는 권영수 대표이사 부회장이 참여한다. 여러 주력 계열사에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등 구 회장을 제외하면 그룹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인물이기도 하다. 권 부회장이 ESG 위원회에 참여하면 실행력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칫 불거질 수 있는 ESG 위원회의 전문성 논란에도 이미 대비하고 있다. ESG 관련 분야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컨설팅 그룹도 산하에 둘 계획이다. 그러나 속도는 다소 더디다. 다른 회사들이 속속 이사회를 열어 위원장까지 선임하고 ESG 위원회를 열고 있지만 LG그룹은 아직 위원장도 선임하지 않았다. 외부전문가 그룹 역시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LG그룹 관계자는 "철두철미하고 신중하게 ESG 위원회를 꾸리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상반기 안에는 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3년 국내 기업 최초 지주사 도입...지주사 체제 안착 기여

LG그룹은 2003년 국내 기업 가운에 처음으로 지주사 체제를 도입했다. 계획을 밝히고 준비에 들어간 건 2000년부터다. ESG라는 말이 생기기는 커녕 기업들이 지배구조에 대해 고민하기 한참 전부터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논의를 시작한 셈이다.

당시는 지주사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만큼 시기상조라는 지적과 함께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지주사가 도입된다고 해도 회장 아래 회장실이나 비서실 또는 전략실 등을 지주사로 변모시킬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LG그룹은 이런 우려를 깨끗이 씻어냈다. LG그룹이 당시 지주사 전환 계획을 내놓으며 강조한 건 크게 세 가지다. △지배주주는 지주사 주식만 보유하고 출자 포트폴리오 관리에 주력하며 △사업 자회사는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 및 이사회 중심 경영을 실시하며 △지주사는 무차입 경영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는 모두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구본무 전 회장부터 구광모 회장에 이르기까지 그룹 회장들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의사결정에 세세히 간섭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의 큰 방향이나 계열사가 함께 일하는 사항에 대해서만 최종 결정을 했고 자연스럽게 ㈜LG도 계열사 위에 군림하기보다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부회장 등 LG그룹에서 걸출한 전문경영인을 배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실제 구본무 전 회장은 지주사 출범 이후 “내가 할 일이 많이 줄었다”는 말을 한 적도 있다.

지주사 전환으로 총수 일가가 높은 지분율을 유지하면서 경영권도 안정적으로 지켰다. 소버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소버린은 SK㈜에서 8000억원 이상의 차익을 올린 것과 달리 ㈜LG 투자에서는 오히려 손실을 봤다. ㈜LG의 대주주 지분이 50%가 넘어 경영권에 도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LG의 안착은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SK그룹을 비롯해 다른 그룹도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20년 만의 큰 걸음...올해 ESG 원년

안정적 지배구조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다. 별다른 굴곡을 겪지 않으면서 외부 변화에는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이미 잘 굴러가고 있으니 굳이 변화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셈이다.

실제 ㈜LG의 이사회 구성은 출범 당시부터 올해까지 한 번도 큰 변화를 겪지 않았다. 비슷한 맥락에서 전사적인 ESG 경영도 타사에 비해서 더딘 편이다. 사회적 책임(S) 관련 활동을 이끄는 전담조직인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팀을 신설한 시기도 2011년으로, 다른 기업보다 늦었다. 그룹 회장이 사재를 통한 사회 환원에 나선 삼성그룹이나 현대차그룹과 비교해 LG그룹은 사회공헌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올해가 LG그룹에게 ESG 경영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구 회장은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ESG 경영 체계 구축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는, 지속 가능한 LG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 회장이 직접 ESG를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구 회장은 UN 경제사회이사회의 UN SDGs(지속가능개발목표) 협회가 발표한 ‘2020 글로벌 지속가능리더 100’에 5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말 임원인사에서는 이방수 CSR팀장(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CSR 조직에서 사장 승진자가 나온건 이번이 처음이다.

LG그룹의 CSR 비전<출처=㈜LG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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