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기금' 쟁탈전, 신한운용의 승부수는 [thebell interview]장영규 신한운용 OCIO본부장 "미래에셋·삼성운용 타깃, ESG 역량으로 차별화"
이돈섭 기자공개 2021-04-12 08:09:03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8일 15시4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나깨나 어떻게 하면 방폐자금을 딸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지난 3년간 쌓아온 트랙레코드 축적이 멈추면 그 시간 자체를 잃어버리는 겁니다. 단순히 고객을 잃어버리는 차원이 아닙니다. 수익률만 내세우기보다 신뢰관계를 통해 재계약에 성공하겠습니다"신한자산운용이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방폐기금) 확보에 두팔을 걷어 붙였다. 방폐기금은 방사성폐기물 관리 재원 확보를 위해 조성된 기금으로 3조원에 육박한다. 신한운용은 2018년 방폐기금 재간접위탁운용사로 선정돼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와 함께 1조원 규모의 기금을 운용해왔다.
위탁운용사 계약은 올해 7월 말 만료될 예정이다. 계약 만료에 따른 재계약 입찰이 이달 말부터 시작된다. 신한운용은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오랜기간 주택도시기금 업무를 총괄해온 장영규 본부장을 내세웠다. 장 본부장을 만나 신한운용의 준비상황을 들어봤다.
◇ OCIO 비즈니스 경쟁력 이어간다
최근 3년 새 신한운용은 OCIO 사업 영역에서 가파른 행보를 보여왔다. 2018년 3월 방폐기금 재간접위탁운용사로 선정된 데 이어 같은해 6월 포항공대 수익사업기금 총괄자문사를 맡았다. 지난해 5월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대체투자 주간운용사로 뽑혔다.
그 사이 전담 조직도 구축했다. 방폐기금 운용사로 선정되면서 사장 직속 OCIO본부를 신설, 산하에 방폐기금전담운용팀과 OCIO기획팀을 설치했다. 지난해는 OCIO운용팀을 추가 설치했다. 3개 팀 체제의 본부 인원은 14명. 규모는 작지만 성과는 좋았다.

그 뒤를 이은 인물이 장영규 본부장이다. 장 본부장은 메리츠증권 금융상품팀을 시작으로 피스트글로벌과 SK투자신탁운용 등을 거쳐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리스크관리 총괄을 담당했다. OCIO기획관리본부에선 6년간 주택도시기금 기획관리를 총괄해왔다.
경영진 요구는 간단했다. 올해 7월 만료 예정인 방폐기금 재간접위탁운용사 재선정을 연장시키라는 것. 지난해 말 신한운용이 운용하는 방폐기금 규모는 1조3000억원 수준이다. 같은기간 전체 운용규모(AUM, 설정원본+계약금액) 58조6781억원의 2%에 달하는 규모다.
◇ 목표 수익률 '초과'…"신뢰 관계 가장 중요"
실적은 나쁘지 않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방폐자금 중장기자산의 2017~2019년 3년 누적수익률은 3.03%. 재간접위탁운용사 선정 이후 꾸준히 목표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거뒀다. 기금운용평가 등급도 '우수' 등급을 획득했고, 대체투자와 해외채권 등으로 포트폴리오도 확대했다.
"지난 3년간 쌓아온 트랙레코드가 날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고객을 잃어버리는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동안 쌓아온 시간 자체를 잃어버리는 것이죠. 수익률은 시장 상황에 따라 오르고 내립니다.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신뢰 관계를 쌓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OCIO본부가 최근 대체투자와 자문영역에서 인력을 충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방폐기금 규모가 불어나면서 분산투자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대체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실제 2019년 기금운용평가보고서는 대체자산 강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 대체투자 주간운용사로 선정된 것도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장 본부장은 "향후 확장성을 감안하고 꾸준히 트랙레코드를 쌓았다"며 "포트폴리오도 잘 분산돼 있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재계약 입찰 과정은 순탄치 않을 수 있다. 미래에셋운용과 삼성운용 등에 이어 KB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 등도 방폐기금 확보에 뛰어들 채비를 하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전임자들이 몸담은 조직과 부딪쳐야 한다는 사실도 관심을 집중시킨다.
◇ 그룹 역량 총 결집…ESG 역량 '차별화 무기'
신한운용은 지난해 말 BNP파리바에셋매니지먼트홀딩스가 보유지분 35%를 신한금융지주로 넘기면서 신한금융지주의 완전자회사가 됐다. 최근 신한운용은 ETF운용센터를 신설하고 해외투자를 확대하는 등 외연 확대에 주력하는데, 그룹 색깔이 입혀진 결과다.
방폐기금 확보에 그룹 이목이 쏠려있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장 본부장은 "그룹 단위에서 OCIO 사업을 키워보자는 목소리가 있고, 비단 신한운용뿐 아니라 여타 계열사와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AI와의 논의가 대표적이다.
인공지능(AI) 기반 투자자문 계열사 신한AI는 데이터를 분석해 시장 하락 국면을 사전에 탐지하는 '마켓워닝 시스템(Market Warning System)'을 지난해 개발했다. 사업 내용이 마련된 건 아니지만 향후 운용 일선에 도입된다면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다.
그간 쌓은 ESG 역량도 차별화 무기가 될 수 있다. 신한운용은 2005년 '아름다운SRI그린뉴딜펀드'를 통해 업계 최초 ESG 펀드를 출시하고, 지난해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투자하는 '신한그린뉴딜에너지전문투자'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솔루션을 구축해왔다.
향후 인력을 대폭 충원한 뒤에는 연기금투자풀과 주택도시기금, 산재보험기금 등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에 투자일임 제도가 도입되면 프라이빗 시장 진출도 가능하다. 장 본부장은 "OCIO본부를 성장하는 조직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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