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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네이버와 다른길' 이커머스 새판짜는 카카오 '지그재그' 인수 트렌드 소비층 유인…마트·슈퍼 대신 '전문점·편집숍' 지향

최은진 기자공개 2021-04-12 08:12:45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9일 09:5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가 패션테크 기업 지그재그 인수를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쿠팡과 네이버의 약진이 깔려있다. 쿠팡과 네이버가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을 빨아들이는 상황에서 유사한 사업모델을 펼쳐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신 쿠팡과 네이버가 장악하지 않은 영역으로 넓혀나가는 전략을 택했다. 쿠팡·네이버가 일종의 마트·슈퍼를 표방한다면 카카오는 전문점 또는 편집숍을 노린다.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들을 빨아들이려는 시도다.

카카오가 패션테크 기업을 접촉하고 다닌다는 얘기가 흘러나온 건 불과 한두달 전부터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유력후보로 거론된 시점과 맞아 떨어진다. 카카오 내부적으로 커머스부문을 키우기 위한 전략적 고민을 하던 상황이었다. 다른 이커머스 및 유통기업과 같이 쿠팡의 상장 및 사세확장에 자극을 받았다.

쿠팡과 네이버가 이커머스시장을 사실상 점령한 상황에서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절박함과 조급함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M&A 등 과감한 행보는 필연적이었다. 카카오 수석부사장이자 최고투자책임자 (CIO)인 배재현 부사장이 직접 패션테크 기업 경영진을 만나고 다닌다는 얘기가 퍼진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베이코리아와 패션테크기업 인수라는 전혀 다른 듯 보이는 전략이 동시에 시장에 흘러나온 이유는 카카오 내부에서 커머스부문을 어떻게 키울 지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과감한 투자로 사세를 키워 쿠팡과 네이버 전열에 올라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기존 전략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맞섰다.

결과적으로 카카오는 후자를 택했다. 쿠팡과 네이버와 같은 길을 가기에는 이미 상당부분 늦은데다 양사의 '플랫폼'과 카카오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점을 꼽았다. 카카오는 모바일 메신저 기능이 메인인 반면 네이버는 검색, 쿠팡은 쇼핑이 메인이다.

상품검색 및 쇼핑을 하기 위해 네이버와 쿠팡을 찾을 수 있는 반면 카카오의 경우 친구 등 지인과 얘기를 하다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란 점에 주목했다. 카카오가 특히 트렌드에 더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패션은 쿠팡과 네이버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긴 했지만 쉽게 장악하지 못한 영역이다. 명확하게 필요한 품목이 정해져 있는 생필품이나 공산품과 다르게 패션은 트렌드나 환경 등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이미 쿠팡과 네이버가 '마트·슈퍼'의 이미지가 고착된 상황에서 패션과 같은 트렌디 한 제품에 대한 수요층까지 빨아들이기는 사실상 어렵다. 최근 이마트가 매장에서 패션브랜드를 대부분 철수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쿠팡과 네이버는 이를 강화하기 위해 최근 미디어커머스사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쉽지 않다.


카카오는 이 지점을 파고든다. 트렌드에 민감한 20대 소비층들을 중심으로 시선을 끌어모아 커머스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다. 마트나 슈퍼에서 파는 일반적인 상품이 아닌 유행에 민감한 품목, 셀럽들이 소장하는 아이템 등을 소개하면서 카카오 자체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겠다는 목표다. 쿠팡과 네이버가 '필요'에 의해 소비자가 몰렸다면 카카오는 '유행'에 따르기 위한 소비자를 빨아들이는 방식으로 나아가겠다는 속내다.

이베이코리아 딜에 최종적으로 빠진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건 쿠팡·네이버와 같은 길을 걷겠다는 의미와 다름없다고 판단했다.

방향을 정한 후 카카오의 행보는 빨라졌다. 당초 딜 구조까지 논의할 정도로 깊이있게 협상을 진행했던 에이블리와 지분 문제로 딜이 깨지자 마자 지그재그를 접촉했다. 지그재그의 운영자인 크로키닷컴의 주축이 IT개발자인 만큼 에이블리 때보다 더 수월하게 협상이 이뤄졌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양사 모두 IT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다 철학 역시 유사한 측면이 많아 사업적 시너지 등을 고민하는 데 있어 합이 맞았다는 평가다.

카카오가 지그재그를 접목하며 노릴 수 있는 효익은 분명하다. 일단 지그재그를 이용하던 2030세대 소비자들을 빨아들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상품 공급 및 수요층을 기반으로 트렌드에 민감한 잠재 소비자들을 빨아들일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현재 지그재그에는 5000여개의 의류 쇼핑몰이 입점해 있고 1일 1만개 이상의 상품이 업데이트 된다. 국내 패션테크 기업 가운데 패션상품이 가장 빠르고 많이 소개되는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거래액은 1조원을 달성한 무신사와 견줄 정도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카카오는 지그재그를 커머스에 접목시키면서 자회사 스핀오프부터 시작해 카카오패션 등을 새롭게 론칭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커머스 사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회사 독립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밖에 미디어커머스 등 새로운 형태의 커머스 사업으로 외연을 넓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추가 M&A에 나설 의지도 분명하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네이버나 쿠팡이 장악한 시장이 아닌 다른 시장을 눈여겨 보고 있다"며 "패션, 미디어커머스 등 네이버나 쿠팡이 하지 못하는 영역과 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패션테크기업 등 관련 업체를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면서 인수를 타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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